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이시며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상 목자이신 교황성부께서 천주교 2백주년과 1백3위 시성을 맞는 한국 교회를 방문한 것은 한국 교회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사건이다. 한국 땅에서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한국민 전체가 교황성부를 눈으로 친히 보았고 그분의 말씀을 친히 들었고 그분의 일거일동을 매스콤을 통하여 가까이서 느껴보았다. 이제 그분은 한국을 떠나 다시「로마」로 돌아가셨지만 그분이 남겨주신 말씀은 우리 귀에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의 목자들이신 주교님들을 모시고 신학교의 장상들인 교수신부들을 모신 신학생들과 함께 미사성제를 올리시며 주신 최상 목자의 말씀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진정한 사목자시다. 1984년 5월 3일, 수만리 긴 여정의 피곤함에도 불구하시고 교회의 가장 중요한 과업인 사제양성소인 서울 대신학교를 방문하여 신학생들과 교수님들과 주교님을 만나 주셨다. 전 세계 교회의 최상 목자이신 교황님이 사목자가 될 신학생들과 그들의 양성책임을 맡고 있는 교수신부들과 주교님들을 이 땅에 도착하여 첫번째로 만나서 기쁨을 나누셨다는 것 역시 사목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 하겠다. 『빠스카의 기쁨을 제일 먼저 여러분과 나누게 된 것입니다. 또 그래야만 옳습니다.』 최상 사목자로 교황님은 교회 안에서 사목자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가를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왜냐하면 진정 여러분이야말로 이 나라 교회의 앞날이자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사목자들과 사제직을 준비하는 신학생들이 장래교회의 희망이기 때문에 전 세계 교회뿐 아니라 특히 한국교회는 사제성소를 육성하기 위하여 일찍부터 부단히 노력해 왔음을 상기시키면서 교황님은 현재 한국신학생의 증가추세를 경탄하신다. 『이제 9백명이 넘는 여러분이 교회의 위안이며 크나큰 대망입니다. 교회는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여러분을 바라보고 있읍니다』
이와 같은 기대와 희망을 표명하시는 교황성부는 사제직의 숭고함과 핵심을 일깨워 주신다. 말씀의 시작을 꼬린토 전서 15장3절을 인용하시면서『그리스도는 우리 죄 때문에 죽으시고 묻히시고 사흘만에 소생되었다』고 증언하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다시한번 힘주어 말씀하신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는 바로 그리스도교의 핵심이며 가장 중대한 진리다. 그러기에 교황님 자신도 우리 구원과 믿음의 원천인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거하러 이 땅에 오셨다고 강조하신다. 『바오로 사도처럼 나도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거하러 오늘 한국에 왔읍니다.』 교황님은 복음의 선포자요 그리스도교 진리의 수호자임을 재천명하셨다고 생각된다. 신학생들과의 만남의 기쁨을 어떤 외적인 사건에 두지 않고「죄와 죽음을 이기신 주님의 부활과 승리」에 두셨다는 것은 바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기본 지침을 준 것이다. 우리 사목자들과 사제직을 준비하는 신학생들은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야 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야 한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투신하고 그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과 그의 삶에 매혹되어야 그리스도를 온전히 닮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닮는다는 것은 인간성을 지니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를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일 각오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십자가를 통하여 부활의 영광에 이르게 하는 것이 크리스찬의 인생관일진대 이 삶을 철저하게 삶으로써 그리스도의 숭고한 사제직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것이다. 교황님은 빠스카의 신비의 길을 우리보다 먼저 걸어가신「김대건 신부, 최양업 신부와 복음을 위한 봉사에 목숨을 바친 순교선열들을 본받아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에 더욱 굳세어지기를 기원하신다」
교황님은 사제직을 준비하는 신학생시절에 배우고 깨우쳐야할 구체적인 것을 제시하신다. 이것 역시 다름 아닌 그리스도자신을 아는 것이라는 것을 역설하신다. 즉「예수 그리스도가『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14ㆍ16) 이심을 굳게 믿고 확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다른 길이 없으며 그분의 진리 외에는 다른 진리가 있을 수 없고 그분의 생명 외에는 다른 생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따르고 이로써 온 세상의 구원사업을 완성하신 분이시다. 이렇게 아버지의 뜻에 순종함으로써 아버지와 일치하셨고 아버지와 일치했기 때문에『나를 본 사람은 아버지를 뵈온 것』(요한14ㆍ9)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신학생들은 각자가 신학교 생활 중에 이러한 그리스도 신비를 깨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상상이나 머리로만의 깨우침이 아니라, 우리의 인격과 삶 전체를 건 깨우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신비가 여러분의 실존을 송두리째 사로잡을 수 있도록 그렇게 파악하십시오.』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하고 그분을 파악한다는 것은『예수 그리스도의 생각과 마음을 지니도록 힘쓰는 것이요』 십자가상에서 당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같이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송두리째 바치는 것이 사제직의 핵심이라고 다시 강조하신다.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케 하는 실질적 교육을 강조하시는 교황님은 신학생들의 사제적 양성을 책임지고 있는 주교님들과 교수신부들에 부탁하는 말씀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그리스도 자신을 전할 것을 여러분에게 당부하는 바입니다. 그러니 예수 그분에 대한 사랑을 깊이 불러 넣어 주십시오. 여러분 자신의 생활의 표양으로써 예수님을 현존케 하십시오. 여러분의 언동 자체가 예수 그리스도께서「길이요 진리요 생명」임을 여러분 자신이 얼마나 굳게 믿는가를 보여주는 표시가 되도록 하십시오.』
교황님은 한국 교회와 전 세계 교회를 위해서 사제양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명심하라고 하시면서 특별히 한국 교회에 부탁하시는 것은 현재 풍부한 사제성소를 효능적으로 키워나가는데 물질적 및 영신적으로 성과 열을 다해달라고 하신다.
즉 양적 성장에 따른 질적 성장을 강조하신다. 그러나 이 중대한 사업은 우리 인간의 힘으로만 이루어지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과 도우심으로 달성된다는 것을 확신하고 추수주인이신 하느님께 간단없이 기도하라고 당부하신다. 사제성소는 하느님의 부르심과 사랑에서 기인된다. 『사제직은 하느님의 사랑에서 태어나는 것입니다.』그러나 사제는 그를 길러주고 준비시키는 가정과 신앙의 공동체도 중요하다는 것을 교황님은 일깨워주신다.『가혹한 박해 하에서도 여러분의 조상들은 사제성소를 가꾸고 기도했으며…김안드레아 신부와 최양업토마 신부 등 첫 본방인 사제가 태어난 것도 그리스도적 생활공동체의 품에서였읍니다.』
그러므로 사제양성을 위하여 전 교회가 교황님과 함께 기도로써 돕는다는 것을 의심치 말고 사제양성에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신다. 교황님은 오늘날 한국 교회에 베풀어주시는 하느님의 선물에 대하여 감사하시고『이 선물을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후대에 전할 젊은이들이』더욱 융성하고, 장래 교회의 희망인 신학생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부활하신 주 예수의 축복과 평화』를 자부적 사랑으로 진정 빌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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