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평화의 사도로 이 땅을 방문,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화해와 나눔을 통해서만이 신앙을 증거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땅 곳곳에 심고 떠나갔다. 4박5일이란 짧은 일정동안 교황은 서울ㆍ대구ㆍ광주ㆍ부산 등에서 이루어진 각계각층과의 만남을 통해 결코 식지 않은 불길로 온 세계를 복음화해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본보는 교황과 함께했던 각 만남, 행사들이 남긴 결실의 이면을 찾아 준비와 진행 등 행사 전반에 걸친 평가 작업을 전개, 3백년대를 향해 새 역사의 장을 열고자 하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설계해본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 베드로ㆍ바오로 또 내게 맡겨진 권한으로써 목자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와 바오로 정하상외 1백1명의 한국순교자들을 성인으로 판정하고 결정하여 성인들 명부에 올리는 바이며 세계교회 안에서 이분들을 다른 성인들과 함께 정성되이 공경하기를 명하는 바입니다.』1984년 5월 6일 오전 9시 그리스도의 지상대리자이며 가톨릭교회의 최고목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주례한「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대회 및 1백3위 시성식」을 계기로 한국 천주교회는 3백년대를 향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
한국 순교목자 1백3명 전원이 세계가 공경하는 성인의 자리에 오르던 날, 이 땅의 빛을 염원하는 2백만 신자들의 신앙의 불길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기세로 무섭게 타올랐다.
방한에서 이한까지 모두 19개로 이어진 교황 방한 행사 중「2백주년 기념대회 및 시성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권중의 압권이라 단언할 수 있다. 2백년 한국교회사상 처음으로 1백3명의 성인을 한번에 모시게 된 영광과 축복의 대제전이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행사위원회(위원장ㆍ경갑룡 주교) 신앙대회분과(분과위원장ㆍ안상인 신부). 2백년 한국교회사에 새로운 장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2백주년 기념대회 및 시성식」을 준비하고 진행시켰던 신앙대회분과위는 최근「여의도행사」를 자체적으로 평가한 종합평가서를 작성해냈다.
비판의 안목을 날카롭게 세우고 행사전반에 걸쳐 자성의 소리를 집약시켜낸「신앙대회 분과위의 평가서」는 땀과 눈물을 부여했던 봉사실무자들이 영광과 기쁨의 물결 속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릴 수도 있는 상황에 비추어볼 때 실로 놀라운 의지의 결단이라고 평가해 볼 수 있다.
5월 25일「교황방한 행사종합 평가회의」에서 보고된 신앙대회분과위 평가보고서는 냉철한 자세에서 스스로를 평가한 자성의 소리가 숨김없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준비에서부터 행사 마무리까지「철저한 평가」에 촛점을 맞춘 신앙대회분과위는 자성의 소리에 앞서 무리한 진행으로밖에 볼 수 없는 장시간의 행사를 묵묵히 지켜 준 신자들의 희생정신을「최고의 선」으로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사실 한국교회 전체신자의 약 3분의1 가량이 모인「여의도 행사」는 일반 신자들의 순명정신 질서의식 때문에 가능했다고 감히 단언할 수가 있다. 새벽 4시 입장을 대기위해 2시에 집을 나선 서울시내 신자들도 신자들이지만 전날 밤에 출발, 여의도 근교까지 진입하여 새우잠을 자고 그대로 입장해야 했던 지방 신자들의 정성과 인내는 차라리 눈물겹기까지 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뿐만이 아니었다. 워낙 넓은 지역을 자리잡다보니 제대앞쪽과 가시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각지대에서는 교황님의 옷자락조차 보기가 힘든 악조건이었음에도 불구, 신자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동요가 없었던 것은 물론 한건의 안전사고조차 발생하지 않았던 여의도 행사는 신자들의 놀라운 신앙심을 세상에 보여주는 값진 계기를 이루었다. 정확한 통계와 원칙에 입각한 적절한 공간배치 주차장이용 차량 및 도보입장 퇴장에 이르기까지 준비된 계획에 의거, 빈틈없이 이어진 여의도 행사는 믿음 때문에 죽기까지한 순교자의 후예가 보여줄 수 있는 뜨거운 신앙심 그 자체로서 승화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드러난 장점의 이면에서 눈에 띄는, 또 드러나지 않는 단점 또한 여러 곳에서 지적되고 있다. 우선 7시30분까지로 계획된 입장 완료가 1시간이나 연장된 사실, 여의도로 진입하는 4개 교량에서 행해진 지나친 통제로 시차입장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준비과정에서 빈번히 말썽의 소지가 된 명단작성, 비표제작교환 등은 교황의 경호와 안전에 대비한 최선의 방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어려움으로 따라다녔다.
결국 행사장 입장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들은 철저한 계획을 교란시키는 주요인이 되었고 본부임원들이 이에 매달리게 됨으로써 쓸데없는 피로와 갈등을 초래하기도 했다.
또한 경호안전과 대회 진행을 위한 정부와의 협조관계는 일단 원활했다고 볼 수 있으나 대회당일 정부측 안전요원들이 합의된 사항에 대한 연결부족으로 기수를 비롯 헌금요원 안내요원들의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오는 사례가 발생했다.
따라서 본부 임원들이 입장권 교환 장소 및 사건(?)이 발생하는 곳을 쫓아다니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는 본부의 지휘계통을 산란시켜 전체 상황을 통제하는 기능마저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부분적인 음향조정이 실패한 것도 간과할 수는 없다.
예행연습때 완전무결했던 음향조정이 행사당일 여러 블럭에서 소리가 끊기는 현상이 발생, 교황님을 보지도 못한 채 앉아 있어야했던 외곽지대의 신자들은 교황님의 목소리마저 접하지 못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입장시간의 지연은 헌금수합에 있어서도 부분적인 차질을 가져와 대회진행상 부득이 단시간 내에 할 수 밖에 없었던 헌금수합은 1백50주년 신앙대회 때의 아쉬움을 또다시 맛보게 했다.
8분으로 책정된 헌금시간을 가지고는 아무리 헌금수합 봉사자가 많이 뛰었다 하더라도 전체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기에는 무리한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볼 때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결점이었다 하더라도 지나친 출입통제는 7백쌍의 안내요원들의 임무수행을 일시적이나마 마비시켰고 이는 결국 2백주년을 기해 이 땅을 찾은 외국 주교들을 행사당일 우왕좌왕하게 하는 촌극을 빚게 했다.
헌금문제와 함께 또 한가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영성체문제.
수십만의 신자들에 성체를 분배하기 위해 주어진「평신도성체 분배권」은 정작 행사당일 부분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혼선을 빚었다.
꼭 필요했던 사전교육이 어디까지나 한편에서만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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