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문화의식
한국 천주 교회사를 검토해보면
우리나라의 교회에서는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학문적 연구 작업이 착실히 진행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날 박해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丁若鍾은 교리를 연구하여「주교요지」(主敎要旨)를 저술하였다. 또한 병인박해를 전후한 어려운 환경아래에서도 우리 교회의 지도자들은 교회사의 자료를 수집정리 해왔다. 그리고 방대한 규모의「한불자전」(韓佛字典)을 편찬했고, 우리말의 문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여 문법서를 간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 작업들은 박해시대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던 문화의식의 표현이었으며, 이 땅에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자하던 숭고한 정신의 결산이었다.
한국천주교회는 이러한 문화의식과 창조정신으로 점철된 2백년의 역사과정을 밟아왔다. 이제 한국천주교회창설 2백주년을 기념하는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는 이 문화의식과 창조정신이 다시금 용솟음침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문화의식과 창조정신온 한국교회의 전통과 역사를 밝혀보려는「한국교회사논문집」의 편찬 작업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교회와 사회
한국교회사 연구소(소장ㆍ최석우 신부)에서는 최근 교회창설 2백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교회사 논문집 (Ⅰ)을 간행하였다. 이 논문집은 1982년도 이래 계속 준비되어 오던 것이었으며, 이제 제1권이 간행됨으로써 3년여에 걸친 노력은 첫 결실을 보게 되었다. 신국판 1천1백24면으로 된 이 논문집에는 모두 28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 수록된 논문 중「조선에 전래된 천주교 서적」(배현숙)에서는 교회창설을 전후하여 박해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에 전래되어 읽히고 있었던 서적들을 정리해 주었다.
「조선서학의 實學性」(이원순)의 논문에서는 천주교사상과 실학사상과의 관계를 밝혀주었다. 그리고「한국과 중국교회사의 비교사적 고찰」(최소자)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초기 교회사에서 드러나는 특징적인 양상들을 비교하고 있다.
또한「박해기 한국천주교회의 경제관」(박동옥)에서는 한국사의 전환기에 해당되는 박해시대 천주교신자들이 경제문제에 대해 어떠한 관념을 가지고 있었나를 밝혀주었다. 그리고「일제하 한국천주교회의 자본주의관」(김어상)에서는 초기 자본주의가 드러내는 문제점에 대해 당시의 한국교회가 표명했던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 논문집에는 또한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하는 몇 편의 논문들이 함께 실려 있다.「박해기ㆍ개화기ㆍ한국천주교회와 사회개발」(노길명)에서는 한국교회가 보여준 민족과 사회에 대한 봉사의 실상을 포괄적으로 논해주었다.
「한말ㆍ일제하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의 육영사업」(노명신)에서는 한국에 진출한 첫 수도단체가 전개한 교육 및 의료사업, 노약자 보호사업의 실상을 밝혀주고 있다.
그리고「일제하 한국천주교회의 교육사업」(노영택)은 한국교회가 전개한 교육사업의 실상과 특징을 정리해 주었다. 또한「한국 가톨릭 사회교육의 발전을 위한 기초연구」(박윤세)에서는 현대의 교회가 전개하고 있는 사회교육에 관해 종합적으로 밝혀주었다.
해방이후 현대 한국교회에서 전개한 여러 운동들의 실상도 이 논문집을 통하여 정리될 수 있었다. 즉「현대 한국교회와 평신도운동」(박상진)「현대한국 천주교회와 노동운동」(김말룡)「현대한국 천주교회와 농민운동」(정호경)「현대 한국 천주교회의 정의ㆍ인권운동사」(한용희)와 같은 논문들은 생동하는 한국 현대교회사의 주요 문제점들을 연구 정리해준 것들이었다.
한국의 가톨릭문화
한국천주교회는 가톨릭문화를 민족문화의 일부로 정착시켜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민족문화의 발전에 있어서 맡은 바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교회에서는 한국가톨릭문화가 민족문화의 발전에 영향을 준 바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필요에 응답하기 위하여서는 우선 한국가톨릭문화의 실상을 밝혀 나가야할 것이다. 이번에 간행된「한국교회사 논문집」(Ⅰ)에는 다음과 같은 글들이 이러한 취지하에 집필되었다. 즉「순교일기의 전기문학으로서의 성격」(하성래)은 박해시대 순교자들이 남긴 기록이 한국문학사에서 차지해야 할 위치를 규정한 논문이다. 그리고「한국천주교회의 성가와 성가집」(차인현)「한국 가톨릭성가의 역사적 변천에 관한 연구」(장안숙)「한국천주교회의 성가집에 관한 고찰」(김대붕)과 같은 논문들은 한국천주교회가 현대한국음악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밝혀 줄 수 있는 논문들이다.
또한「한국천주교회 성당건축의 변천에 관한 연구」(김정신)「명동성당 건축양식의 연구」(문홍길)는 근대 한국건축사의 주요부분을 밝혀줄 수 있는 역작이며 교회건축의 변천과 발전과정을 알려주는 글들이다.
한편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와의 관련을 규명하기 위한 몇 편의 논문들도 수록되어 있다.「한국천주교회와 로마교황청」(최석우)「한국 빠리 외방전교회와 그 선교방침」(배세영)「한국에서의 초기 베네딕또회의 선교방침」(백쁠라치도)과 같은 논문들은 로마교황청내지 외국선교회와 한국교회의 관계를 밝혀주었다.
이밖에도「개화기 경향신문의 논설분석」(최기영)「제1공화국과 한국천주교회」(최종고)「한국 가톨릭관료제의 집권과 분권에 관한 연구」(오양렬)「한국 최초의 미국대학 졸업생변수」(이광린) 등과 같은 논문은 한국천주교회사에서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할 문제들을 연구한 것이었다.
그리고「김기호 연구」(김운회)는 개화기의 대표적 평신도의 활동에 관한 연구이며「이순이 루갈따의 사상과 영성」(정인숙)은 한국의 문화전통에 뿌리를 둔 영성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었다.
창조정신의 계승
이 논문의 집필자들은 자신의 귀중한 시간과 전문지식을 2백주년의 한국교회에 봉헌해 주었다.「한국교회사논문집」은 금년 중에 2책이 더 발행될 것이며 여기에는 70여 명의 필자들이 새로운 논문들을 발표해줄 예정이다.
이 모든 연구들은 한국교회사연구에 있어서 신기원을 이루어 줄 것이며, 한국민족과 교회의 앞날을 밝혀주는 노작으로 평가될 것이다. 2백주년을 기념하는「한국교회사논문집」의 간행에 참여하고 이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은 한국교회사에서 드러나는 문화의식과 창조정신의 계승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韓國敎會史硏究所刊ㆍ값 1만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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