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의 기념비적인 사건─「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대회 및 1백3위 시성식」은 그 의미만큼 처음부터 방대한 조직력을 요구하고 있었다. 적어도 한국의 신자 절반이상을 한자리에 모아야 한다는 기본입장에서 볼 때 또한 교황성하의 주재로 1백3명의 우리 성인을 탄생시키는 역사적인 대제전이란 점에서 볼 때 여의도 행사는 준비단계에서부터 놀라우리만치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고 그만큼 투철한 봉사가 뒤따라야 했다.
진행ㆍ전례ㆍ시설ㆍ동원 등 모두 4개 부서로 나뉘어 차례로 출발 지점을 떠난「신앙대회분과위원회」는 2백주년 당해인 84년에 접어들면서 무서운 추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경호ㆍ안전ㆍ질서ㆍ구호ㆍ미아보호ㆍ교육ㆍ공간배치 등으로 나뉘어 뛰기 시작한 신앙대회분과위 진행부는 여의도라는 방대한 행사장 전체를 커버해야 한다는 중압감외에도 교황성하를 안전하게 모셔야 하는「경호」문제를 최우선에 놓아야 했던 만큼 준비 실무진의 양어깨는 처음부터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서울을 비롯 전국 각 교구ㆍ본당ㆍ신자 등 사상최대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여의도 행사는 안전과 질서에 있어서도 상상이 안될만큼 막대한 인력과 봉사가 필요했다.
경호와 안전 질서가 진행부에게 있어 절대절명의 사명으로 부각되면서 진행부는 신앙대회분과위 전체가 부딪쳐야 했던 같은 문제로 약간의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행과정 곳곳에서 봉사사무요원들의 마음을 애태운 이 같은 문제들은 교황성하를「안전하게」「아무일 없이」모시고 보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가운데 모든 이들의 마음속 깊이 용해되고 또 승화되기에 이르렀다.
안전질서도 결코 뒤로 처질 수 없는 문제였지만 입장에서부터 행사진행, 행사 후 퇴장에 이르기까지 순교자들의 후예가 보여준 순명과 질서의식은 어떤 의미에 있어 또 다른 순교에 비유해 볼 수 있다고 높이 평가되고 있다. 참가자들의 놀라운 의지력과 신앙심은 바로 이 땅 곳곳에서 지적하신 교황의 말씀처럼 순교선열들의 신앙을 이미 증거하고 있는 것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수학적인 정확성에 의거한 공간배치도 외곽지대 신자들의 입장에서 지적하자면 아쉬운 부분이 없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 나무에 가려지고 제대에 가려진 사각지대에 자리한 신자들은 행사당일 불만은 커녕, 오로지 큰 기쁨과 감격 속에 자리를 지켰고 지금까지도 그 기쁨을 간직하고 있어 모든 이의 가슴을 뿌듯하게 해주고 있다.
참으로 놀랍고 또 놀라운 신앙심이 아닐 수 없다.
1백3명의 성인을 탄생시키는 여의도 행사는 전례부문에서도 최대의 준비력을 요구했다. 실무위원 구성에 이어 전례특별위원회를 설치, 한국 교회사상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시성식을 준비해온 전례부는 업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중요함에 짓눌려 처음부터 힘겨운 고행(?)의 길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하고 방대한 여의도 전례를 아무런 난점 없이 마무리 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인 것은 틀림없는 진실이었다. 그중에서도 성가대석의 축소 수정과 성체분배상의 약간의 혼선은 전례부팀의 일사불란한 팀웍과 열성적인 준비와는 별도로 기억에 남는 어려움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약간의 어려움과 미흡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봉사를 생명으로 한 실무요원들의 철저한 헌신에 의한 계획과 준비는 여의도 기념대회 및 시성식의 영광을 있게 한 탄탄한 뿌리가 되었다고 감히 단언할 수가 있다. 또한 완벽에 가까운 원안과 준비위원들의 적절한 업무 분장 등도 결코 간과해 버릴 수 없는 전례부의 장점이었다고 치하해도 결코 무리는 아니라고 평가되고 있다.
중앙제대 및 성가대ㆍ수도자석ㆍ스탠드를 중심으로 한 제반「시설」을 담당한 시설부의 업무의 경우, 결코 여타 부서에 비해 뒤지지 않을 만큼 고달픈 역경을 넘어야 했다. 특히 한국 최대 규모의 제단을 마련하는데 있어 예술적인 측면과 함께 모든 관장에서 교황성하를 볼 수 있도록 고려해야 했던 숙제는 난제중에 난제.
결국 중앙제대는 가까이에서도 또 멀리에서도 교황성하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중앙제대옆 양 날개에 자리한 성직자석도 제대부분을 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 였다. 따라서 성직자들은 신자들의 움직임과 표정ㆍ마이크 소리 등에 의해 제반 상황을 판단해야 했으므로 뜨겁게 열광하는 신자들과 호흡이 가끔씩 끊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구ㆍ통신시설ㆍ각종 간판 및 각종 부대시설은 짧은 공사기간에도 불구, 대규모 제전을 치뤄내는데 있어 훌륭한 몫을 다했다고 지적되고 있다.
신앙대회분과위에 있어 동원부문은 2백주년 준비 초반에서부터 기획이 될 만큼 중요하고 또 힘겨운 분야라고 말할 수 있다. 기존 꾸르실리스따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동원부는 이를 토대로 각 본당으로부터 본부위원을 위촉받아 기초 동원작업을 펴오면서 5월초까지 부단한 노력을 투여해왔다.
서울대교구외에 각 지방교구의 동원은 지방교구 조직에 맡기면서 유기적인 연결작업을 추진해온 동원부는 초반부터 펴온 기초조직을 바탕으로 각 본당과의 연결이 잘 이루어져 예상했던 만큼의 어려움은 덜 수가 있었다. 특히 일선본당 사제들과 사목위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단계적인 교육으로 준비에 박차를 가해온 동원부는 전국신자들을 여의도로 집결시키기까지 가장 큰 폭으로 관계부처의 협조를 받기도 했다.
어쨌든 크고 작은 어려움과 문제들이 실무요원들의 마음을 힘겹게 했음에도 불구, 여의도 행사는 영광과 찬미, 그리고 감사의 대제전으로 모든 이의 가슴에 새겨졌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던 교황의 미소와 자신의 부족함을 익히 알고 하느님께 기도로 매달린 실무요원과 모든 신자들의 소박한 신앙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과」가 없는 한 작은 실수와 잘못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마련이다.
또 문제로 삼을 가치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대과」가 아니기 때문에 짚고 넘어간다 하더라도 그리 아프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눈에 띄지 않는 실수들을 찾아 겸허히 반성하는 것, 그것은 미래를 설계하는데 있어 귀중한 자양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제하에서 볼 때 신앙대회 분과위가 냉정한 눈으로 자신들을 돌아본 평가서는「대과」없이 치뤄낸 행사만큼이나 값진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놀라운 결실과 함께 소소한 잘못들을 솔직하게 지적해낸「평가서」는 땀과 눈물로 성공적인 행사의 밑거름이 된 실무자들에게 또 한번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 마땅한 의지의 결실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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