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들의 일람표(창세기101~32)
노아의 세 아들을 시조로 하는 종족들의 일람표는 인류가 원래는 한 조상을 둔 형제임을 제시한다. 이 족보의 인물들은 고대의 종족과 나라들에 관한 폭넓은 시대적 배경과 당시의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성서저자는 이 일람표로써 홍수 이후에 하느님이 주신 축복의 결과를 설명하려 한다. 창조주 하느님의 첫번축복(창세 1·28)이 시간 안에서 결실을 보았고 두번째 축복(9장1절, 7절)이 공간 안에서 결실 보았음을 시사한다.
성서저자는 이처럼 여러 종족들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동시에 도시국가의 발전과 함께 다른 종족에 대한 폭력과 권력의 팽창이라는 어두운 면도 보았다.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과 죄로 인한 인간 상호간의 분열이 바벨탑의 혼돈을 예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일람표는 종족들의 분열에 관해 보고하는 바벨탑 설화와 평행을 이룬다. 그러한 중에서도 야훼하느님은 셈의 후손을 통하여 모든 종족에게 축복을 주시리라는 것이 암시된다.
바벨탑(11·1~9)
이 이야기에는 창세기 2~3장에서와 같은 설명적인 요소가 있다. 즉, 이 세상의 다양한 언어와 바벨이란 도시 이름의 유래 등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설명은 매우 비과학적이고 통속적인 것으로서 단지「바벨」이란 단어와 히브리말의 「혼돈」을 뜻하는 단어와 연관시켰을 뿐이다.
이 설화에서 강조하고 있는 점은 하느님을 떠나서 이루려는 권력과 단합은 인간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죄악이라는 것이다. 바벨탑의 죄는 하느님의 권능에 도전하며 자신의『이름을 떨치려』한 분수에 넘친 인간의 오만을 상징한다. 바벨탑 이야기가 글로 기록되던 때는 이스라엘 국가가 번창일로에 있던 다윗과 솔로몬시대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 바벨탑 설화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인간의 힘보다 하느님께 의존해야 함을 가르친다. 태고사에 나타난 인류의 죄는 먼저 하느님과 분리된 수직적 죄(3·22~24)와 인간끼리 서로 갈라진 수평적 죄(4·1~16)로 되어있다. 이제 바벨탑의 인류는 하느님과 인간에게서 동시에 떨어져 나가는 수직 - 수평적인 죄를 짓고 있다.
하느님은 극도에 이른 인간의 오만을 말을 혼동시킴으로써 벌하셨다. 의사소통이 이루어 지지않는 인간사회의 분열은 그 죄의 벌이다.
이처럼 인류의 죄악은 첫 인간의 교만에서 출발하여 바벨탑의 건축으로 묘사된 한없는 교만에 이르기까지 계속 늘어만 갔다. 이 죄로 인해 인간은 낙원을 상실하고 하느님과 멀어졌을 뿐더러 인간들 상호간에도 분리되어온 세상에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바벨탑 설화는 구세사를 시작하기 위한 대전제로서 인류의 완전한 절망상태를 서술하고 있다.
셈의 족보(11·10~26)
창세기의 태고사는 먼저 인간의 범죄와 그 벌을 전하고 나서 셈의 족보를 제시하며 구원의 희망을 주고 있다. 바벨탑의 분열까지도 인류역사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야훼하느님은 셈의 후손인 아브라함을 통해 땅의 모든 족속들에게 축복을 베푸실 것이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내다본 이 축복과,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일치는 후에 성령강림날(사도2장) 이루어졌다.
셈의 족보는 셋의 족보(5장)처럼 분명한 단락을 이룬다. 즉 하느님의 창조에서 노아와의 언약이 있기까지가 10代이고, 이 계약 후 아브라함과 새로운 계약을 맺기까지 10代가 경과한 것으로 기술된다. 그리고 셋의 10代 후손으로 노아라는 인물이 나옴과 같이, 셈 족보에서도 10代 후손으로 중요한 인물인 아브라함이 나온다. 여기서 각 세대의 수명을 계산하면, 첫 계약자 노아는 두번째 계약자인 아브라함의 출생이후까지 살아남는다. 그리고 셈족의 시조인 셈은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받은 야곱의 생존시까지 살아남은 것으로 된다. 성서저자는 이러한 기술법을 채택하여 아담으로부터 계승되는 구세사의 연속성을 암시한다.
이 족보에서는 아브라함계를 점차 부각시켜 나감으로써 차츰 서민의 기원에 관한 설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태고사는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는 영역에 이르러서 아브라함을 시조로 한 작은 부족의 중요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족보는 또한 아브라함과 모세 이전에도 구원의 역사가 계속되었음과, 창조주 하느님이 역사의 주인이라는 구약신앙의 중요주제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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