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가 5월 4일 교황성하를 모시고「화해」를 주제로 무등경기장에서 가진 성세·견진식은 한마디로『대체로 무난했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전체적인 면에서 무등경기장에 참석한 6만여 신자들이 교황을 가까이서 뵙게돼 만족을 얻을 수 있었던 반면 경호 때문에 어쩔 수 없었으나 복잡한 비표문제 그리고 행사자체와 2백주 정신운동 및 다른 기념사업 등과 상호연관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다소 내실이 부족했던 느낌이 지적되고 있다.
교황의 광주대교구 방문은 지·정학적인 문제가 얽혀 처음부터 관심의 초점이 됐으며 따라서 광주대교구 행사위원회의 고충은 타교구에 비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뤄내기까지는 행사위원회의 피땀 어린 노력과 뜨거운 봉사의지가 그 밑거름이 됐다.
교구가 이번 행사를 성곡적으로 치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행사위원회 조직편성과 계획 작성이 주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행사위원회 조직은 지난해 10월 교구신앙대회조직을 기반으로 삼았기 때문에 경험을 살릴 수 있었고 여기에 금년 초 인원을 보강함으로써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여유 있는 행사운영을 꾀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행사계획 작성면에서 교황청의 사전답사반 방문전 작성된 기본계획이 거의 변경 없이 그대로 진행됨으로써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준비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황을 처음으로 모시고 갖는「경험없는 행사」였기에 경호, 의전 및 전례부분에는 정보가 부족해 세부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 행사전반을 2백주행사위원회 사무국이 기획함으로써 일관성과 보안성은 유지됐으나 교구내 원로급 평신도들을 비롯한 몇몇 계층이 기획과정에서 제외됨으로써 그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결국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 다양성이 부족했다는 평을 들었다.
특히 행사위원회 조직은 12개부서로 나누어져 부장을 성직자 차장은 평신도로 구성됐는데 부장들의 참여가 미온적이고 전문성이 결여된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로인해 행사당일 각 부서간의 임무부여 및 책임분담이 명확하지 않거나 책임회피 사례가 드러나 보다 더 전반적인 협조자세가 요청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행사규모나 복잡성에 비해 사무국, 각 부담당요원 및 실무요원수가 너무 적어 숨은 일꾼을 발굴하는 교회 내 전문인력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교구와 지방행정기관의 실무협의회 구성은 유익한 점도 있었으나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교회가 행정관료주의를 이해하지 못한 탓도 있으나 통계와 전시위주의 행정은 실질적이고 소규모의 경비지출을 의도한 교회 측과 의견대립을 초래, 이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본의 아닌 오해를 낳기도 했다.
광주행사의 주제인「화해」에 관해 시민들에게 보다 폭넓고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지 못했음도 지적됐다. 광주행사위원회는 교황의 광주방문을 앞두고 KBS·MBC·광주일보·연합통신 등의 협조를 얻어 가톨릭교회와 교황의 한국방문을 알리는 특집방송·특집기사 등을 통해 대사회홍보에 임했다.
그리고 교황의 광주방문을 며칠 앞두고는 리플렛 20만매를 제작, 전라남도 전역에 배포하고 또 2절 및 4절 포스타 3천매를 만들어 역시 도 전역에 부착했었다.
그러나 정작 4일의 행사주제인 「화해」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인식을 주지못했다.
그 결과 교황이 성세·견진미사를 집전도중 행한 화해에 대한 강론말씀을 쉽게 이해하거나 또 그 말씀에 적극적인 동의를 표하는 시민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곧 죄와 죽음, 미움과 증오의 상태에서 죄와 죽음, 미움과 증오의 상태에서 먼저 회개하고 용서함으로써 하느님과 화해하고 또 이를 바탕으로 이웃과 화해를 이루어야하는 교회의 화해의미가 제대로 전달안돼 교황의 말씀은 별다른 호소력도 또 넓은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화해에 관한 깊은 뜻은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교황의 강론은 시민들에게 호감을 얻었으며 시민들의 입에 교황의 용서나 화해에 대한 말씀이 오르내릴만큼 교황의 이미지는 크게 부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어느 행사장에서나 마찬가지로 비표관계는 광주에서도 가장 힘겹고 복잡한 문제중의 하나였다. 당국의 지나친 통제와 교회 측의 지나친 거부반응으로 비표문제는 늘 골칫거리로 따라다녔는데 양측이 보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아쉬웠던 것으로 지적됐다.
행사준비기간뿐 아니라 행사 후에도 가장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된 비표문제는 B·C급 해당자 선정에서 지나친 자체규제를 함으로써 B급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까지 했다. 특히 광주에서는 E급 비표를 수령한 지방 1개 본당에서 이를 도난당해 해당블럭과 비슷한 색깔의 블록비표 1만매를 폐기, 밤을 새워가며 재제작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특히 지나친 비표관리로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하거나 장시간 기다리는 사례가 많았으며 행사장안에 입장한후 요원 출입자나 화장실 출입시마다 금속탐지기를 거쳐야한 불편이 지적됐다.
행사당일 원래는 오전 5시30분부터 입장이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행사장에 폭발물 장치설이 나돌아 행사요원들을 한때 긴장 시켰으나 군견을 동원, 수색작업을 실시한 후 예정보다 30분 늦게 입장이 시작된 것 외에는 별다른 차질이 없었다.
행사장시설물은 제1차 제단설계가 제단위치 변경지시로 재설계하는 등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만족한 상태였으며 특히 제단시공 장식화분 등은 군과 행정기관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음향시설은 다른 행사에 비해 손색이 없었으나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한 행사장 외부스피커설치 숫자가 적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교황의 카퍼레이드 및 연도환영에 있어 연도환영인 수나 환영열기는 60만 명의 자발적인 참여란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카퍼레이드 속도가 너무 빨라 시민들의 아쉬움이 컸다는 점도 언급됐다.
한마디로 광주대교구 행사위원회는 치밀한 계획과 큰 행사를 치룬 경험 그리고 오랜 준비과정을 바탕으로 교황방문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루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가 지역과 전국에 화해의 씨앗을 심고 3백년대를 여는 한국교회의 출발점에서 각오와 다짐을 새롭게 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광주행사위원회의 밝은 표정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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