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께서 남겨주신 십자가는 두번째로 하느님의 사랑을 표현한다. 사랑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먼저 그 정의가 필요할 것이다. 성서에는 『하느님이 곧 사랑이시다』고 표현했다. 그러니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사랑의 원천은 바로 하느님이시란 뜻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수덕신비가들은 사랑을「두 인격의 결합」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사랑은 두 인격이 하나되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한다, 그래서 두 인격이 하나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극히 통속적인 표현으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하나가 되는 결혼을 사랑의 상징으로 얘기한다. 그러나 진정 인간이 요구하는 사랑은 인간적인 사랑으로는 그 만족을 충족시킬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요구하는 사랑은 무한하고 영원하다.
그런데 한 인간 인격체로부터는 그런 사정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가장 사랑하는 배우자를 옆에 두고도 가장 사랑하는 자녀부모를 옆에 두고도 인간은 무서운 고독을 느끼고 사랑의 갈증을 느낀다.
인간의 사랑은 인간에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영원한 사랑, 무한한 사랑의 원천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무한하고 영원한 사랑의 원천을 찾지 못한 그 사랑의 씨앗은 결코 결실될 수 없다. 인간과 인간 두 인격의 결합이 의미하는 사랑은 극히 상대적인 사랑이요, 이 사랑은 절대사랑으로 가는 과정으로서의 주어진 방법적 의미밖에는 더 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결혼, 소위 사랑의 결합은 그 자체가 사랑의 완성도 행복의 결실도 아니요 영원한 사랑으로 가는 행진이다. 그 영원하고 무한한 사랑은 하느님이시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주어진 귀한 사랑은 영원한 인격과 만나지 않고는 결코 결실 될 수 없다. 그래서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은 당신의 분신인 인간을 다시 당신과 하나 되게 하여 인간이 갈망하고 염원하는 사랑의 결실을 두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고 그 사랑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
십자가는 하느님의 사랑을 저버리고 떨어져 나간 인간을 다시 하느님과 하나 되게 하는 신비스러운 사랑의 표현이다.
그러므로 사랑으로 지음을 받았고 사랑으로 성숙되어야 할 인간에게는 그 사랑의 신비와 사랑의 원천을 찾기 위해서도 하느님은 필요하며 신앙이 필요하다.
진정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곳에는 인간의 진실한 사랑도 행복도 존재할 수 없다. 그 곳은 모든 길이 허황하고 드디어 인간을 허탈 좌절 고독으로 몰아넣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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