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그 당시 최고형의 사형틀이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심은 세번째로 죽음과 고통의 신비를 일깨워준다.
고통과 죽음은 근원적으로 인간이 하느님을 저버린 죄의 댓가로 온 것이다. 죄의 결과로 나타난 고통과 죽음을 그리스도는 당신이 직접 당하시므로 그 고통과 죽음의 의미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인간이 당하는 고통과 죽음을 성화(聖化) 시켰다. 이것은 신학적으로 얘기해서 하느님은 인간이 증오하는 고통과 죽음을 인류구원의 자료로 이용하셨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고통과 죽음이 없었더라면 부활의 새 생명은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고통과 죽음은 새로 태어나는 진통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십자가의 뜻이 하느님의 공의성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인간이 범한 죄의 댓가를 변상하기 위해서 고통과 죽음에 대해서 그리스도는 친히 그 주인공이 됨으로 해서 구원을 친히 이룩하셨다는 신비이다. 다음번 십자가의 의미는 사랑의 표현이라고 했다. 그런데 사랑은 희망을 동반하면서 새 생명을 창조하는 뜻이 포함되어 있기에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통은 드디어 하느님의 공의성과 그 사랑을 표현하는 신비의 내용이다.
그리스도 이후에 인간이 당하는 고통과 죽음은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것이다. 그것이 마냥 싫고 증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것이 없이는 새로운 하느님의 생명을 얻을 수 없는 구원의 절대조건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십자가를 따르는 크리스찬은 진정 세상에서 당하는 고통과 죽음의 신비를 깨닫고 그것을 성화시켜 자신의 구원을 이룩하는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인다.
이 세상엔 어떤 조건 속에서도 고통과 죽음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것은 이 세상에는 어떤 조건을 불문하고 하느님의 구원이 있어야하고 그것이 있다는 것을 일러주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크리스찬 이름의 핵심은 인간이 이 세상에서 당하는 고통과 죽음의 의미를 가르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 생활 속에 도사리고 있는 모든 고통의 전적인 의미가 크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 새로운 의미가 밝혀지고 그 새로운 의미는 새 생명의 배태라는 창조적이고 희망적이면서 동시에 신비스러운 세계를 가르쳐준다.
크리스차니즘은 눈물과 고통의 세계에서 웃음의 세계를 이끌어주는 삶과 생명이 신비를 가르친다. 그것이 곧 십자가의 전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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