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에 대구 시민 운동장에서 거행된 사제 서품식에서 교황께서는 사제직의 본질적 내용을 지적하셨다. 「나눔」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날의 강론 서두에서 교황님은『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받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읍니까』(I꼬린4ㆍ7)하는 독서의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사제직은 개인이 취득한 자격이 아니고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임을 상기시키시고『여러분이 이처럼 간택된다는 것은 분명히 하나의 특전』이라고 하셨다.
사제로 간택된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일꾼으로、그리고 하느님 신비의 관리인으로』(I꼬린 4ㆍ1)선택되는 것이며 따라서 사제직은『섬김을 받으러 오지 않고 섬기러 오신 예수님의 봉사나 (마태20ㆍ28)주님의 겸허한 종인 마리아의 봉사 같은 (루까1ㆍ48)봉사를 뜻하는 특전』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러한 봉사의 특전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는 말씀대로 (요한ㆍ26)그리스도를 닮도록 신품성사를 받고 구세주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신비에 참여하는 것이다.
사제가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에 참여한다는 것은『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으나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12ㆍ24)는 말씀대로 사제는 자신을 헌신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자신에게 죽음」이라는 사제직의 요구가 인간에게 두려움을 자아내지만 『이 땅의 순교사제들의 거룩한 표양이 여러분의 마음을 감동시켜 사제성소의 본질을 깨닫게 하고 모든 인간적 기대를 버리게 하기를』희망하셨다.
또한 사제는 빠스카 신비를 재현하는 성체성사를 거행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빠스카를 선포하고 자신이 더욱 깊이 이 신비에 참여한다. 『예수님의 일생이 빠스카 신비에서 그 참뜻을 찾고 완성되듯이 사제도 성체성사에서 자기 삶의 참뜻을、모든 힘의 원천을、하느님의 백성을 위한 헌신적 봉사의 기쁨을 찾게 되는 것』이다라고 사제직과 성체성사의 불가분의 관계를 강조하신 말씀은 사제직의 원천을 지적하신 말씀이다.
성체성사로써 무장한 사제는 그리스도께서 계신 곳에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는 모든 이를 위하여 자신을 바치셨지만 특히『가난과 질병과 억압받는 죄인들 곁에 계신다. 여기가 교회가 있는 곳이요 사제들이 있도록 불리운 곳이다』사제들은 이들에게 『진리의 보고와 사랑의 보고를 열어서 현세의 모든 실재를 비추어 주고 완성해 주는 희망을 가져다주는 자가 되도록 불리운 것이다』이 말씀은 오늘의 사제들이 그들의 존재와 생활로써 어려운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현세적 착각이 아닌 영원한 희망을 가져다주는 사람이어야 함을 일깨워 준다.
사제의 직분은 위대하다. 그러나 교황께서 지적하듯이 『받은바 성사의 초연한 위대함과 여러분 자신의 비참함 사이의 현격한 차이를 인식한다면 결코 교만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관리인에게 요구되는 것이 주인에게 대한 충성이듯이(I꼬린 4ㆍ2)이것이 여러분의 사제직의 본격적 과제이다.』
끝으로 교황께서는 식장에 운집한 젊은이들에게 오늘의 서품식의 의미를 음미하고 『여러분 각자가 단 한번 살아갈 자신의 삶에 참 뜻을 부여할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고 권고하시면서 넓은 아량으로 남에게 헌신하는 것이 참된 인생의 성공이라고 힘주어 강조하셨다.
서품식에서 교황님의 뒤를 따라서 제자들에게 안수한 학장신부들의 기쁨과 염려에 가득 찬 기도는 교황님의 강론이 글자 그대로 새 신부들에게 이루어지기를 염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강론은 기성 사제들에게 다시한번 자신의 신원을 숙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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