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시련(창세기22ㆍ1~19)
아브라함이 늙으막에 낳은 이사악은 그의 희망의 정점이었다. 그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는 명령은 아브라함의 삶에서 모든 약속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위대한 민족을 이룰 수많은 후손을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런데 그 약속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고 난처한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신뢰하며 살아야 함을 전제로 한다.
이것이 신앙이다.
이처럼 신앙은 자주 이해 못할 일과 대결해야 한다.
이사악의 제헌이야기는 신앙의 본질과 갈등、삶과 죽음에 관한 기본사상을 전해준다. 그리고『인간은 그가 하느님께 받은 선물을 다시 하느님께 돌려드릴 수 있는가』하는 문제를 제시한다. 이 문제는 하느님의 선물인 세상 것에 대한 애착으로 하느님을 저버리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나약함에 관한 것이다.
이 이야기의 저변에는 시편에 묘사된 하느님께 버림받은 상황、욥의 절망과 같은 것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오랜 세월을 거쳐 가며 겪어 온 고통과 시련과 하느님 체험이 내재되어 있다. 동시에 하느님이 우리를 이끄실 때 구원의 약속과 어긋나는 듯 느껴지고、이루신 업적이 파괴되는 듯 보이더라도 두려워 할 것이 없음을 가르친다. 아브라함은 이로 인해 혼란에 빠졌으나 그는 하느님을 불신하지 않았다. 반대로 그는 하느님이 그에게 보내 주시는 어두운 밤의 시련을 받아 들였다. 이제 그는 그가 부르심을 받고、고향을 떠나면서 과거와 결별 했듯이 그의 미래도 모두 하느님께 바친다. 이로써 아브라함은 믿음의 아버지요、인간의 모범이 된다.
아브라함의 순명
아브라함은 그의 유일한 희망을 근절해 버리는 듯한 하느님의 가혹한 명령에 순종한다. 당시 가나안에는 그들의 우상에게 첫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므로 이사악의 제헌명령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듯 그렇게 생소한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아브라함은 전 이스라엘을 대표하여 그의 희생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이교도인 가나안인들에 못지않음을 보여준다. 아브라함의 신앙은 하느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스라엘이 어떻게 하여야할지 지침이 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하느님이 인간의 생명을 희생물로 원치 않으셨음을 알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하느님이 한 인간을 시험하려 했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옛 이스라엘인들은 운명의 무참한 타격에 접하게 될 때 그것은 그들이 하느님께 얼마나 굳게 의지하는 가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믿었다.
이「시험」이라는 말의 가장 중요한 뜻은 이스라엘이 불우하고 끔찍한 상황에서도 그들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뜻을 찾고、거기서 하느님의 자애로운 손길을 볼 줄 알았다는 점이다.
「야훼 이르에」의 하느님
「야훼 이르에」란『산에서 야훼님이 마련하신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이사악이 나뭇단을 지고 가면서 그의 아버지께 번제물로 바칠 제물이 어디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 중에 나온 말이다.
우리말 공동번역에는『번제로 쓰실 양은 하느님이 몸소 마련하신다』(창세22ㆍ8)로 되어 있다. 헤어날 길 없이 암담한 상황 중에서도『산에서 야훼님이 마련하신다』는 「야훼 이르에」의 신앙、강하고 절대적인 신앙이 아브라함 신앙의 특색이다.
이 큰 신앙의 답으로 야훼 하느님은 당신의 약속을 더욱 굳게 하신다.
「야훼 이르에」의 하느님은 약속하신 축복을 반드시 주시며 믿는 자들을 위하여 친히 모든 것을 예비하시는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이、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려는 순간에 이를 제지하셨다. 그러나 하느님의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은 당신 외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인간의 구원을 위해 죽음에 부치셨다.
아담의 불신과 불순종은 인류 전체에 불행을 주었으나 아브라함의 믿음과 순종은 축복을 가져왔다. 아브라함은 약속의 땅을 향해 떠나라는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했고 약속의 아들 이사악을 번제물로 바치라 했을 때에도 믿음으로 순종했다. 이는 야훼께서 모든 것을 아시고 마련해 주시리라는 「야훼 이르에」의 신앙에 기인한다. 이 신앙은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며 부활하신 주 예수님을 믿으며 그분의 사랑에 전적으로 신뢰하는 우리 모든 믿는 자들 안에서 열매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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