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천주교 초기에 여교우들이 행한 특별한 일중의 하나는 「자선행위(自善行爲)」로, 이는 곧 교리의 근본이 되는「애덕(愛德)」에 직결되는 것이었다. 비록 그것이 그들의 사회적 한계 내에서 미비하게 행하여진 것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행위는 교리의 근본을 현실에 실천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한편, 외교인들에 접해서는 전교의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이에 앞서 교우자신들의 모범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제 우리는 聖홍금주 뻬르뻬뚜아의 행적 속에서 이러한 애덕 실천의 예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홍뻬르뻬뚜아는 1804년(순조4년)서울근교에서 살고 있던 교우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일찍 부모를 여의고 할머니 손에서 양육되었기 때문에 교리의 근본을 자세히는 알지 못하였다. 15세에 이르러 외교인(外敎人)에게 출가하였던 것도 진리의 가르침을 확실히 얻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어느 기록에서는 신자의 본분을 게을리하고 그럭저럭 계명을 지키고 있었다고도 하였다. 이러한 그녀의 태도는 남편을 잃고 난후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된다.
남편을 잃은 뻬르뻬뚜아는 외아들 박호랑을 데리고 시집을 나와 미나리골에 사는 최필립보의 행랑방을 얻어 살았는데 그 집에서 생활한지 얼마 후 아들마저 죽고 말았다.
다행히 주인집이 열심한 교우였던 관계로 그들의 권고에 힘입어 교리문답을 열심히 익혔으며 기도할 때 종종 눈물을 흘릴 정도에 이르기 까지 하였다. 그녀는 성질이 강직하고 지력이 예민하며 동작과 언어에 사내다운 점이 있는 부인이었다. 특히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하며、병자들을 돌보는데도 지칠 줄 모르고、사람들이 청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들어주면서 생활하는 애덕의 실천으로 교우는 물론 외교인들에 까지도 모범이 되었다. 이에 사람들이 뻬르뻬뚜아의 자선심을 칭찬하면서『종과 같이 모든 일에 남을 도와주었다』고 하였으니 이는 곧 그녀의 신심행위가 교리의 실천에서 나오는 것을 나타내준다.
평소에도 그녀는 순교의 마음을 갖고『나는 붉은 옷을 입는 것이 소원이오』라고 말하였다. 사람들이 그 뜻을 물으면 그녀는『순교하는 것이 소원이니까요』라고 답하여 자신의 마음을 확고히 나타내었다.
박해가 일어나자 뻬르뻬뚜아는 숨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참을성 있게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기해년 4월에 이르러 그가 있던 집에서 체포되어 포청으로 압송되었으며、곧 신문과 고문을 받으러 포장 앞으로 끌려 나아갔다.
분명 그녀는 하느님의 섭리로 자신의 고통을 받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여 용감하게 행동하였던 것이며、이에서 영원의 안식처를 구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포청에 이르러 그녀는 배교하고 교우들을 대라는 명령을 듣지 아니하였으므로 주뢰형을 당하였으나 조금도 신음하지 아니하고 혹형을 견뎌냈다. 포졸들이 저희 자의로 그녀를 특별한 옥으로 끌고 가서 옷을 벗기고 대들보에 매달아 형벌을 가하였음에도 그는 태연자약하여 얼굴빛도 변하지 않았다. 이것은 김효주 아녜스가 당한 「학춤」과 같이 어느 것보다 고통스럽고 그녀들에게는 모욕적이었던 형벌이었다. 포장은 뻬르뻬뚜아의 믿음이 견고함을 깨닫고는 형조로 이송하여 더한 고통을 받도록 하였다.
사흘이 지난 후 형조로 이송된 뻬르뻬뚜아는 세 차례나 다리에 곤장을 맞았으나 조금도 마음을 움직이지 아니하였다. 이에 사형선고를 받고 옥으로 끌려가 사형집행 때까지 갇혀 있게 되었다. 이미 옥중의 고통은 여러 차례 말한바 있거니와 그녀도 그곳에 있는 동안 서너번이나 열병에 걸려 위중하게 앓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극복하고 몸이 회복되자 곧 다른 죄수들에게로 가서 그들의 상처를 닦아 주고、싸매주며、이를 잡아 주는 등 그들에게 필요한 일이 있으면 서슴치 않고 도와주었다.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극진한 봉사를 하니 이를 본 사람은 한결같이『그녀가 즐겁게 또한 손쉽게 하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에 모든 이가 그를 친누이처럼 여기게 되었다』고 증언하였다.
6개월가량을 옥에서 있으면서 거룩한 덕을 닦는 동안에 마침내 확정된 사형의 날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리하여 9월 26일 주님께서 그녀의 덕행에 알맞는 승리의 영광을 내려 주셨으니、이때 그녀의 나이는 36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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