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악 설화 (창세기 26ㆍ1~35)
창세기에서 이사악에 관한 이야기는『아브라함의 아들 이사악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25ㆍ19)는 말로 시작하여 이사악의 죽음(35ㆍ29)으로 끝난다. 그러나 실제로 이사악 설화는 26장뿐이고 그 외의 부분은 야곱 설화에 속한다. 이사악에 관해서 성서에 기술된 것은 그가 하느님의 번제 제물로 제단 위에 바쳐졌던 일、야곱의 아버지로서 리브가를 아내로 맞아들인 것、장자에 대한 축복을 야곱에게 준 사건에 대한 기술뿐이다.
이사악 설화의 모자이크와도 같은 26장은 여러 편집자들의 손을 거친 매우 복잡한 전승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이사악 전승의 개별적인 부분들을 잘 이해하려면 사건들이 일어났던 당시의 문화사적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
이사악은 목초지를 따라서 양떼와 함께 유랑하던 전형적인 유목민이었다. 이런 유목민들의 생활은 원칙적으로 이주하는 생활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한곳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이곳저곳에서 밀농사를 짓기도 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생활양식의 접촉은 자연적으로 여러 가지 갈등을 초래하였다. 유목민들은 도시인들의 과도한 성욕에 대해 여러 가지 불유쾌한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또한 귀중한 지하수、우물은 자주 싸움의 발단이 되었다. 도시인들도 농사를 지었고 물을 먹여야 할 양떼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설화는 성조들이 이며 목초지를 따라 이주하던 유목민의 단계에서 농경 정착의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음을 알려 준다.
에사오와 야곱(25ㆍ19~28ㆍ9)
석녀이던 리브가가 이사악의 기도로 두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은 혈통의 이어짐이 하느님의 은혜임을 말해준다.
리브가는 모태에서 다투는 아이들에 대해 주께 문의했다. 그때 리브가가들은 응답은 이스라엘이 에돔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관한 묘사이다. 또한 이 이야기는 인간이 선택함을 받는 것은 하느님의 뜻에 의한 것이지 인간 편에서 어떤 기득권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는 신학전인 암시를 주고 있다. 상속권도 마찬가지이다. 고대 근동의 법에는 장자권이 매매될 수 있었고、부친의 축복을 받은 자만이 상속권을 받을 수 있었다. 장사의 상속권이란 가장인 부친의 대를 잇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것은 아브라함의 가계에 있어서 대대로 계승된 하느님의 축복을 내포하기도 한다(12ㆍ3、22ㆍ18). 그러므로 에사오가 상속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사건은 단순히 개인적인 포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브라함과 그 자손을 통하여 이스라엘을 뭇 백성 위에 세우겠다 하신 하느님의 축복과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라고 볼수 있다. 물론 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야곱의 행위가 윤리적으로 옳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하느님의 축복과 선택이 인간적인 상황에 제한을 받지 않는 하느님의 자유에 속한 문제임을 시사해준다. 하느님의 계획은 인간의 생각과는 다른 방식으로라도 실행된다는 것이 중요한 교훈이다.
야곱이 꿈에 본 사다리(28ㆍ10~22)
고대 근동인들은 하느님이 높은 곳에 계신다고 생각했다. 천사들이 탑과 같이 높은 사다리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한 야곱의 꿈은、인간의 소망이 하느님께 전달되고 하느님은 인간의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신학적인 의미가 있다. 교부들은 이 사다리를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중재자가 되신 그리스도의 예표로 보았다.
이 이야기에서 유의할 점은 야곱이 층계를 올라가서 하느님을 만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내려 오셔서 잠자던 야곱에게 먼저 말씀을 건네신 점이다. 이것은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사랑이 아니라 우리에게 대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I요한)라는 신약의 증언과 상통한다.
인간은 만족스러울 때 보다는 실의와 역경 중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다. 야곱의 불안한 유랑 중에 하느님을 만났다는 사실은 야곱의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이 이야기는 곤경에 처한 인간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을 나타내준다. 이처럼 성서가 계시하는 하느님은 아브라함을 소리쳐 부르시고 야곱에게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시는 구체적이고 인격적인 하느님이다. 따라서 인간은 하느님께 구체적이고 인격적인 응답을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야곱의 꿈 이야기는 신앙의 본질을 표명한 진지하고 엄숙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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