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와、이에 사랑과 기쁨에 찬 미소를 머금으시고 답례를 하시던 교황성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성하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난무하던 수많은 해석과 억측이 일시에 무너져 내리던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나아가 신앙인으로서의 참모습을 보여주셨던 당신을 바로 곁에서 뵙게 된 것은 대구방문을 마치시고 부산수영비행장으로 떠나시는 K2비행장에서였다. 그때 교황성하께서 보여주셨던 작은 행동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전송행사를 마치시고 헬기에 오르시다가 행사장에서 연주를 맡았던 군악대의 지휘자를 특별히 부르시어 손을 잡아주시던 그 모습은 단지 세심한 배려를 넘어서서 사랑의 표출은 이렇게 작게、그리고 가슴으로 따뜻하게 표현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다시 말해 그리스도 방식의 사랑표현이라고 한다면 모순이 될런지.
많은 이들이 사랑을 부르짖고 실천에 애쓰고 있지만 다시한번 그분이 예수 그리스도식 사랑을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셨다고 생각된다. 결국 성하를 가까이에서 뵈었든지 매스 미디어를 통해서 뵈었든지 간에 당신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언어와 행동을 통하여 주셨을 때、전달받은 우리의 자세가 더 중요하리라. 다시 말해 성하의 방문으로 그리스도식 사랑에 접한 우리가 이 땅에 살고 있는 이웃에게 그 사랑을 전파하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기쁨에 찬 의무요 희망이기도 한 것이다. 그것이 성하의 한국방문을 통해서 당신에게 쏟아졌던 수많은 관심의 표명보다도 더욱 교황성하 자신께서도 바라시는 바일 것이다.
물론 2백주년을 맞이하는 교회에서는 많은 어려움과 힘든 여건 속에서도 의욕적으로 3백년대를 바라보는 교회의 위치를 자각하고 많은 사목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줄로 안다. 그러나 교회의 어른들께서 하시는 일에 풋내기 젊은이가 제대로 아는 것도 없이 경솔하게 떠드는 것을 너그럽게 들어주신다면、성하께서 남겨놓고 가신 메시지처럼 교회의 모든 사업들이(대단히 죄송스럽지만)교회식이나 성직자식이나 나아가 기성세대 방식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식 사랑이 밑바탕이 되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것은교회가 교회의 본질에 충실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살고 그리스도의 가슴으로 이 민족을 포용해야지、자신들이 이해하고 만족하는 신앙(?)을 가지고서 사랑을 심는다면 특히 교회에 희망을 걸고 찾아오고 교회의 이름으로 자신을 불태우고자 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 되지나 않을 런지. 더구나 젊은이들은 마음만 앞서갈 뿐 많은 것이 부족하다. 설령 이들의 외침이 어설프고 논리적이지 않더라도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교회가 알고 포용하여 성하께서 남겨놓고 가신 그리스도식 사랑을 보이신다면 3백년대의 교회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 젊은이들에 대한 멋진 투자가 되지 않을까 본다.
특히 이러한 투자가 물질적이거나 외형적인 조건이 갖추어진 투자가 아님은 물론이다. 이렇게 교회가 젊은이들에게 외형적이고 세속적이며 안일한 모습이 아닌 참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오늘의 한국사회의 여러 구조적 모순과 병리적 현상의 제거는 물론이요、나아가 이 땅에 사는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이 또 하나 별개의 사랑이 아니라 진정 구원의 소식으로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 우리 모두 다시한번 스스로를 점검하고 되돌아보는 계기로 성하의 한국방문을 깊이 생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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