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김 루치아가 어디에서 태어났으며、어떠한 경로로 입교하였는지、입교 후 신앙생활은 어떠하였는지 등에 대한 기록은 잘 나타나 있지 않으나 우리들이 그녀의 훗날 기록을 볼 때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진리 안에 있던 것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순교 성인들의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가장 고귀하고 심오한 감정이 신앙에 대한 깊은 마음과 진리를 증거 하는 용기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보잘것없이 숨어 있는 교우에게서 이러한 감정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회장이나 기타 지도자격인 교우에게서 이를 발견하는 것보다 훨씬 감탄할 만한 일이다.
이제 서술하려고 하는 김루치아의 기록을 읽을 때 우리는 자연히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녀가 예수그리스도께 대하여 갖고 있던 깊은 사랑과 애덕은 대체 어디에서 나올 수 있었는가? 분명 그녀가 이와 같은聖德을 갖추고 그것을 변치 않고 간직하기 위하여는 하느님의 자애로우신 은총이 필요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은총은 그녀 자신이 열렬한 신앙심과 진실한 信心생활을 갖춤으로 하여 그녀에게 내려졌을 것이다. 우리는 이점에서『주께서 여종의 비천한 신세를 돌보심이라. 이로 말미암아 이제부터는 온 백성이 나를 복되다 할 것이다.』라는 성모마리아의 노래 귀절을 다시한번 생각하면서 그녀의 일생에 담겨진 한 단면을 보아야 하겠다.
루치아가 어렸을 때부터 교우였다고 하니 그녀의 집안도 어느 정도는 천주교와 깊은 관계가 있었던듯하다. 또한 그녀는 어려서부터 불구였던 때문에 누구든지 그녀를 「꼽추 루치아」라고 하였다한다.
장성하여 나이가 차자 루치아는 어느 외교인에게 출가하게 되었는데 그 외교인 남편은 신자로서의 생활을 적극 반대하고 더우기 천주교인들이라면 만나지도 못하게 하였다. 그녀는 오랜 세월을 고통으로 보내다가 이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남편과 집을 버리게 되었다. 그녀가 집을 나와 교우들의 집을 전전하였지만 누구나가 기쁜 마음으로 맞아 주었다한다. 루치아는 그 교우들의 일을 도와주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고 천한 일을 기쁜 마음으로 행하며 병자들과 근심 속에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살펴주고、항상 신앙의 본분에 어긋남이 없는 열심과 겸손으로 모든 사람들의 모범이 되었다.
비록 세속에서는 배운 것이 없어 무식하였지만、그녀는 신앙생활 속에서 주님을 전심으로 사랑하고 자신의 영혼을 구하는데도 열중하였으며 그러한 신앙의 정신과 마음으로 여러 외교인들을 입교시키기도 하였다.
그녀가 갖고 있던 신앙의 논리는 항상 풍부하였는데、하루는 어느 양반외교인이 『지옥이 그렇게 좁다고 한다면 어떻게 사람을 많이 집어넣을 수가 있단 말이오?』하고 물으니、루치아는『당신의 작은 마음에 비록 만권의 서적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당신의 마음이 좁다고 생각하신 적은 한번도 없겠지요?』라고 반문하였다한다. 이에 그 양반은 무식한 사람이 어떻게 그러한 논리로 대답할 수 있을까하고 감탄하였던 것이다. 이 예를 보아도 평상시 그녀가 갖고 있던 교리에 대한 믿음과 이해를 충분히 알 수 있거니와、박해를 당하여 그녀가 어떻게 하였을 런지는 쉽사리 예견할 수 있다.
已亥敎難이 발발하고 전국 곳곳에서 여러 교우들이 체포되던 중 루치아도 천주교인으로서 적발되기에 이르렀다. 포청으로 압송된 후 捕長으로부터 갖가지 신문을 당하였으나 그녀는 오직 殉敎의 의지만을 나타낼 뿐이었다.
옥중에서도 그녀는 쇠약하고 또 71세의 고령이었지만 함께 있는 병자들을 보살펴주면서 자신의 돈을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하루는 포장이 신문을 하던 도중 아는 교우들의 이름과 주소를 대라고 하자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다만 어서 빨리 刑場으로 보내달라고 청하였다.
얼마 후 루치아는 笞刑30대를 맞았는데、매가 그녀의 마른 몸에 닿자 마치 뼈를 때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고 한다. 이 형벌을 받고난 후 다시 옥으로 들어간 루치아는 곧 자리에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함께 갇혀있는 교우들에게 간호를 받으면서、마지막까지 예수 마리아의 이름을 부르며 운명하였으니、이때가 1839년 9월이요、그녀의 나이는 71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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