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자비가 크시오니 나를 애련히 여기소서.』『현대 聖화가라는 이름으로 불리 울만한 예술가가 있다면 그는 바로 루오』라고 불리고 있는 조르지 루오. 어떠한 칭찬도 능가하는 걸작으로 표현되는 그의 「미제레레」(애련히 여기소서)는 구원을 바라보는 고통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짙게 느끼게 하고 있다. 지난 7월 21일 개막돼 최대의 예술잔치로 전개되고 있는 「현대 종교 미술 국제전」은 종교와 예술이 하나의 화폭에서 살아 숨 쉬는 현장을 적나라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2백주년을 맞아 우리와 같은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의 신앙ㆍ우리의 예술을 되짚어 보고 싶어 종교미술 국제전을 기획했다』는 장익 신부. 장익 신부를 통해 끊임없이 자기를 버림으로써 영원한 보화를 찾아내려한 대가들의 신앙세계, 그 깊이를 함께 추구해본다.
2백주년을 준비하면서、또 보내면서 한국천주교회는 과거와 현재의 신앙을 되돌아보고 복음화 3세기를 향한 다짐과 모색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무서운 열풍과 함께 이 땅을 방문했던 교황성하와의 만남、그 감격을 어떻게 하면 보다 성숙한 신앙으로 승화시켜 나갈 것인가에도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마음과는 달리 어쩌면 2백주년은 이제 그 막을 내리고 있지 않는가하는 아쉬움도 조금씩조금씩 우리의 마음을 조바심치게 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때、절대자를 향한 신앙의 마음이 절절히 박혀있는 종교미술의 정점들은 우리의 신앙、우리의 마음을 거듭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제시하고 나섰다. 다시 말해 「종교미술 국제전」은 열풍 뒤에 이어져올 삭막함을 다시금 풍요로 채워줄 수 있는 종교미술의 대제전이라 말할 수 있다.
장익 신부는 『구원을 향한 구도자적인 자세에서 출발、각 작품마다 영원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이번 국제전의 작품들이야말로 신앙을、교리를 머리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온 몸으로、생활 그 자체로 수용하는 심오한 신앙세계를 맛보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에 있어 최대의 경사ㆍ축제ㆍ사건으로 불리는 교황방한. 그 준비에서부터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특유의 세심함과 꼼꼼함ㆍ 철저함ㆍ전문성 등을 동원、완벽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는 장익 신부는 이번 국제전도 준비과정에서부터 적극 참여、최고 경지의 종교미술의 대제전을 우리 앞에 선보이도록 했다.
『2백주년을 기해 가톨릭미술을 현양하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선교3세기에선 우리 교회가 우리의 믿음ㆍ신앙을 온전히 우리의 것으로 살찌우고 뿌리 내리고 있는가 하는 의문 앞에서 단지 작은 출구를 찾아보자는 것뿐입니다』
작가의 삶 전체가 그 전체로 빠져 용해된 예술세계와 끊임없이 자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도자의 종교성을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는 장 신부는 『지고한 선을 추구하고 또 표출해낸 이번 작품이야말로 우리의 예술ㆍ신앙을 되찾아 살펴보게 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것』이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이번 「종교미술 국제전」에서는 오늘을 사는 사람 중 스스로 구도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창작해낸 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했다』는 장 신부는『대부분의 작가들이 당시 미술사상으로는 받아들여지기에 일렀던、그래서 진통을 겪어야했던 예술대대들』이라고 밝혔다.
이태리는 누가 뭐래도 조각품에 뛰어난 예술성을 보이고 있다. 불란서는 색、회화의 첨단을 걷고 있는 기수이며 건축이라면 독일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이 같은 전제아래 각국의 뛰어난 작품을 선정한 장 신부는 그중에서도 「루오」와 「샤갈」을 첫 손에 꼽았다.
오직 영혼의 눈으로만 감지된다는 루오의 「미제레레」는 그의 창작생활의 가장 집약적 표현이고 우리시대를 생각하면서 살아나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루오」가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혹상에 대한 응답으로 착수한 필생의 역작「미제레레」는 모두 58점으로 이어지는 연작 판화라고 소개한 장 신부는 『수난을 실존의 근본양상으로 터득했던 루오의 「미제레레」는 그 한장 한장이 고난 중에서의 평온을 이야기하면서 오늘의 우리에게 거듭 거듭 새 진리를 되찾게 해주고 있다』고 평했다.
『샤갈 역시 그의 작품「성경」과 「성경소묘」를 통해 우리로 하여금 성경을 처음 보듯 읽게 해줍니다. 그만큼 우리의 눈과 마음을 열어주기 때문입니다』장 신부는 『샤갈의 붓 끝에서는 조물주의 손에서처럼 생명 가득한 만물이 태어나 숨 쉰다』고 구도자적인 샤갈의 예술세계를 극찬했다.
이번 국제전에서는 또 2차 대전 후 독일이 기능과 예술ㆍ전례적인 측면을 고려、고심하면서 새로 지은 제반교회건물이 교회건축 붐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전례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고 이 같은 결실이 구체화된 것이 전후성당들』이라고 설명한 장 신부는『이 성당들은 어떤 필요에 의한 집인가에 따라 예산이 수립되고 지어졌다는 점에서 평당 예산을 먼저 고려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는 크게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건축양상을 모방하자는 것이 아니라 용도에 따라 연구하는 자세로 건축에 임하는 생각을 가져보자는 의도가 큽니다. 이밖에 교회공간과 관련된 제구들、신앙공동체와 신자가정의 성물、위계교회가 필요로 하는 각종 성물들이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볼 때 새로운 자극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현재 우리사회 전체는 문화적인 위기의 와중에 있읍니다. 이런 때 작가의 마음정신 등 모든 것이 통째로 투입돼 작품 속에 살아있는 이번 현대종교미술국제전은 우리 것에 대한 의식을 되찾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바로 2백주년을 맞는 교회역할중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구요』
『명제자체가 종교적인 것이 곧 종교예술로 여겨지면 곤란하다』는 장 신부는 이점에 대한 교회내외의 오해가 아직도 심한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작품내용에 신앙이、그리고 구도자의 마음자세가 용해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종교와 예술은 역사 속에서 밀접히 관련돼있고 따라서 발생부터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하는 장익 신부. 그는 철저한 예술가는 종교심이 없이는 결코 안 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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