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전주시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산간벽지 상관본당(주임ㆍ김영신 신부) 내 어두리ㆍ외어두리ㆍ석장공소-. 이곳에 최근 들어 돈 벌러 도시로 전출했던 젊은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세대당 평균 빚이 1백50만 원、자기 소유의 농경지는 물론 뚜렷한 취로장도 없는 소작농의 깊은 주름살이 박힌 그을린 얼굴이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와 희망으로 환하게 빛난다. 전주교구 사회복지사목위원회(회장ㆍ유장훈 신부)가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농촌、그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 실험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貧村韓牛지원사업」이 땅 조각도 없이 빚더미에 올라앉은 이곳 주민들에게 「살길」과 「할일」을 마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공(重工)정책으로 피폐되어가고 있는 농촌을 살리자는 움직임과 소리가 교회일각에서 부단히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전주교구 사회복지 사목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빈촌지원 사업은 도시와 농촌간의 나눔을 유도하면서 농촌이 물질적인 궁핍을 해소하고 나아가 초대교회 공동체의 참모습을 구현해 나가자는 데에 그 뜻을 두고 있다.
특히 이 빈촌지원 사업은 무조건적인 지원 사업이 아니라 마을공동체회의를 통해 공동체 스스로가 선정한 가장 가난한 세대에 마을공동체의 보증아래 3년 거치 2년 상환조건으로 대부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자본금이 되기 전까지는 개인마음대로 할 수가 없으며 유사시에는 마을전체가 책임을 지게 되어 있어 의타심도 벗고 공동체의식도 드높이게 되어있다.
사회복지 사목위원회가 빈촌지원 사업에 있어 특별히 한우를 채택한 까닭은 특별한 영농기술도 없고 땅 조각조차 없어 도시의 막일꾼으로 나가야 할 수밖에 없는 빈촌의 노동력을 활용、특별한 농토가 없이도 1년 내내 일거리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한우를 키우게 되면 농촌의 심각한 문제인 술과 노름을 할 수가 없게 되고 특히 1마리밖에 되지 않으면 한우사육에 전념할 수 없지만 3마리 이상이 되면 한우에만 전념、빨리 재기할 수 있는 잇점이 있으며 9마리만 되면 논 10마지기와 맞먹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데 사회복지 사목위원회가 지원하고 있는 한우는 3년생짜리 암소이므로 1년만 기르면 새끼를 받아낼 수 있는 수익성 높은 가축이다.
전주교구 사회복지 사목위원회가 이 일을 준비한 것은 지난 1月부터. 농촌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 함께 다각적으로 도움을 주기위해 이 일을 구상하면서 1차로 전주 시내와 가까우면서도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벽촌을 찾다가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상관본당 공소를 택하게 됐다.
상관본당주임 김영신 신부는 3개월 동안 본당관할 20개 공소를 방문하면서 실태파악에 나섰고 사회복지 사목위원회의 신중한 검토를 거쳐 지난 4월 우선 교우촌이면서도 찢어지게 가난하고 공동체의식이 결여된 내어두리ㆍ외어두리ㆍ석장공소를 선택、마을회의를 소집하여 가장 가난한 세대를 선정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공신력을 기하기 위해 교회조직내의 간부는 혜택에서 제외하도록 했고、마을회의를 통해 선정된 7세대에 한우 3년생 15마리를 지난 5월 대부하게 됐다.
세대당 3마리씩을 원칙으로 했으나 이미 1~2마리를 소유하고 있는 세대는 1~2마리씩을 지원했다.
사회복지 사목위원회는 1천5백만 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도시의 뜻있는 이들에게 성금을 호소했고 상관본당은 본당대로 지난 3월에 신용협동조합을 창설、농도간 나눔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가난하다 보니 신앙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움을 먼저 표현하게 되고 빚투성이니까 젊은이는 도시의 막일꾼으로、따라서 시골에 남는 이는 노인들뿐』이라고 밝히는 유장훈 신부는『사회복지 사목위원회가 빈촌지원 사업으로 또 하나 겨냥하고 있는 것은 젊은이가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공동체를 재조성함으로써 근본적으로 농촌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신부는 또 『농약공해에 시달리면서도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어 가진 땅을 다 날리고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농민형제들을 많이 보아왔다』면서 앞으로 사회복지 사목위원회는 『현재 실험적으로 시도 중인 빈촌지원 사업이 성공하면 보다 확산시켜 나가면서 농촌과 도시간의 무공해농산물 계약재배운동 등도 전개、삶을 나누고 서로 섬기는 농촌과 도시를 이루어 나가도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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