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예언직(출애4、10-7、7)
모세는 에집트에서 노예 살이 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출해야 할 사명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 엄청난 사명 앞에서 주저하며 계속 핑계를 댄다. 즉 그는 언변이 없으니 제발 다른 이를 보내 달라고 발뺌을 하며 불경스러워 보일 정도로 강경하게 그의 예언직을 거부한다. 이러한 모세의 태도는 하느님을 직접 대면하고 하느님의 전능을 체험했다 할지라도 그의 불신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약의 가장 위대한 예언자인 모세의 이와 같은 약점은 신앙의 부족함을 느끼며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하느님은 모세에게 아론을 보내시어 그의 불안을 없애 주신다. 아론이 모세의 대변자로 지명되는 이 이야기는 6、28~7、7에 중복되어 나오는데 이것은 오경의 최종 편집자가 두개의 다른 전승을 합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구약의 지도자직분인 예언직과 사제직의 기원과 상호간의 긴밀한 관계를 알 수 있다. 모세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예언직의 시조이며、아론은 예언자에게 내린 하느님의 말씀대로 백성들이 실행하도록 지시하는 사제직의 시조라 할 수 있다.
예언자는 그가 전해 받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그 시대에 새로운 정신적 부름을 일으키는 카리스마적인 소명을 받는다. 이에 비해 사제는 실생활 전반에 걸쳐서 사람들을 훈계하고 인도해야 할 제도적인 권한을 받는다. 구원사업을 위해서는 이 두 직분이 다 필요하다. 하느님의 말씀을 중개하고 설명하는 예언자가 없는 곳에는 독선과 거짓 종교의 위험이 사람들을 위협하고、사제만 있고 예언자가 없을 때에는 전례가 형식적이 되고 성령의 창조적인 활동이 위축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파라오 앞에 나선 모세
에집트로 돌아온 모세는 아론과 함께 이스라엘 백성을 모아놓고 야훼의 말씀을 전하며 증표를 보여 주었다. 이에 그 백성은 모세가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땅에 엎드려 야훼께 예배하였다』(4、31)야훼 앞에 엎드려 절하는 이 행위로써 이스라엘은 그들이 믿고 따라야할 신은 파라오가 아니라 야훼임을 고백하였다. 이 같은 백성의 믿음과 단합에 격려를 받았을 모세는 파라오 앞에 나가서 『나의 백성을 가게 하여 나를 섬기게 하라』(5、1)는 야훼의 말씀을 전하였다.
「야훼를 섬기기 위해 가야 하는 것」이 모세가 파라오에게 거듭 요구하게 될 출애급의 이유이다. 그러나 파라오는『야훼가 도대체 누구냐?』는 말로써 모세의 요구를 일축해 버린다.
파라오는 「야훼를 섬기기 위한 축제」를 게으름에서 나온 망상으로 몰아 부치며 더욱 불리한 조건 아래서 노동을 강요한다. 이러한 파라오의 태도는 모든 착취집단의 폭정을 대표한다. 그들은 그들의 야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비인간적인 조건을 변경시키려는 어떤 움직임도 용납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는 게으름으로 단죄 받고、국가 안보를 해치는 위험신호로 간주된다. 현세의 권력과 영예를 한 몸에 짊어진 파라오의 체제에서는 권력을 쥔 자가 곧 법이요 질서이며 국가로 간주되기까지 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흔히 야훼하느님이 존재하지 않거나 성사 존재하더라도 무력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모세와 같은 하느님의 사람들을 곤경에로 몰아 부치는 쓰라린 현실이다.
모세를 격려하시는 야훼
모세와 아론은 설상가상으로 파라오뿐 아니라 자기 백성들에게도 불신을 받는다. 모든 희망이 좌절된 듯한 때에 야훼는 결정적으로 개입하신다. 야훼의 권능이 극한 상황에 처한 모세와 이스라엘을 구원해주신다.
모든 희망이 좌절된 듯한 때에 야훼는 결정적으로 개입하신다. 야훼의 권능이 극한 상황에 처한 모세와 이스라엘을 구원해주신다.
모세는『내가 굳센 팔로써 파라오에게 할 바를 이제 곧 보게 되리라』(5、23)는 야훼의 말씀을 듣는다. 야훼는 불의하게 억압당하는 백성을 구원하시려고 인간 역사에 구체적으로 개입하신다. 야훼는 약속에 성실하시며(출6、5창세17、7-8참조) 억눌린 자、약한 자、억울한 자들의 편에 서 계신다. 야훼는 고통당하는 자들에게 해방과 생명을 주시는 구원의 하느님이다. 이 야훼께 힘을 받아서 모세와 아론은 다시 파라오 앞에 나가지만 파라오의 완고함은 쉽사리 누그러지지 않고 이스라엘백성조차도 모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6、9)그러나 야훼의 말씀은 사명을 성취하지 않고는 그냥 돌아가지 아니한다. (이사55、10~11참조)야훼께서는 예언자에게 그가 받은 사명을 끝까지 성취하도록 능력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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