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왕고참은 숙소를 떠나면서 기섭에게 파월지원의 유익성을 다시한번 간곡하게 강조하였다.
『너의 장래를 위한 것이니까 내말 명심해서 처신하라구!』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왕고참은 떠나갔다.
그러나 왕고참은 먼 곳으로 아주 떠나가 버린 것이 아니었다. 집이 먼 부산에 있다고 하였는데 말투도 다르고…가끔 기섭의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기섭은 왕고참의 모습을 종종 그 술집에서 볼 수가 있었다.
기섭、그는 그 여자를 만나러 자주 술집엘 갔던 것이었다. 졸병 봉급을 알뜰히 꼬박꼬박 모아왔던 것을 다 까먹어버리고 마침내 그 여자가 사주는 술로 마음을 채우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왕고참이 기섭을 만날적마다 권유하는 것처럼 그의 파월지원에 대해서 열의를 쏟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기섭은 그 여자에 대한 애정때문에 그녀의 권고대로 파월지원을 해버릴까하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술로 오장육부를 흠뻑 적신 기섭을 그 여자는 그녀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잠자리를 펴고는 그를 따뜻하게 눕혔다. 그리고 그 여자 역시 그에게로 바짝 다가오는 것이었다.
기섭은 정신이 깨어나면서 진정한 의욕이 발생되었다. 곧 의욕을 불태우기 시작하였는데、아아 그녀를 자신과는 격이 다른 존귀한 여자로 만들어 주고 싶은 몽환과도 같은 일념이 또한 그를 서럽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후 순간에 그 여자와 동등해질 수 있었고、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가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사람의 감정으로 난생 처음 여자와의 결합을 맛본것 때문에 또 한차례 눈물이 흘렀다.
그 눈물을 맨손으로 어루만져 닦아 주면서 그 여자는 그의 귓가에 부드러운 훈김을 쏟으며 속삭였다.
『기섭씨、용기를 내세요. 그리고 월남에 가세요. 기섭씬 절대 죽지 않을 거예요. 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정말 죽거나 다치지 말고 꼭 살아 돌아오세요. 그래서 우리 같이 살아요. 난 기섭씨를 사랑해요. 기섭씨와 결혼하고 싶어요. 그리구、이런 술집 생활 고만하고 싶어요!』
그 여자의 목소리는 진실에 차서 거의 울먹이는듯 하였다.
기섭은 감격에 겨워서 더욱 눈물이 솟구쳐 나왔다.
그 여자는 이번에는 보드라운 수건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다시 나긋나긋 속삭였다.
『월남에 가시거든 돈을 함부로 쓰지 말고 피같이 아껴 모으세요. 그리구 벌수 있으면 악착같이 버세요. 그래서 얼마큼 큰돈을 갖구 오시면 우리는 그 돈으로 조그만 장사라도 한가지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예요. 우리 떳떳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월남에 갔다 오세요. 네!』
기섭은 그 순간 굳게 결심을 해버렸다. 그 여자의 말대로、그 여자가 말한 그 모든 것들을 위해서 월남에 가기로 작정해 버렸다.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였다. 만약 죽으면 그 여자가 섧게 울어줄 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러자、만약 자신이 죽게되며는 그것은 너무 원통하다는 것과 그 여자가 되우 불쌍해져 버린다는 생각이 떠올라서 다시금 세차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