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의미
출애굽기에 기술된 재앙의 대부분은 당시 이집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자연 현상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이 재앙이야기의 원래 의도는 야훼의 위대한 권능을 찬양하려 함에 있다. 이 이야기는 야훼와 파라오와의 긴장된 대립관계에서 파라오의 패배를 알리려는 것보다는 야훼께 대한 인식을 바로해 주려는데 목적이 있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내가 손을 들어 이집트를 치고 백성을 그들 가운데서 이끌어 내는 것을 보고서야 에집트인들은 내가 야훼임을 알리라』(7ㆍ5、8ㆍ22、9ㆍ14참조)라는 귀절에서 표현되고 있다. 이 말씀과 대칭이 되면서 파라오의 완고함에 관한 진술이 모든 재앙 다음에 반복해서 기술된다.
재앙 이야기의 절정은 파스카의 밤과 홍해를 건넌 사건이다. 파라오는 이집트의 맏배들이 죽임을 당한 파스카의 밤을 지나고서야 이스라엘의 떠남을 수락한다. (12ㆍ29~36) 그러나 이스라엘은 홍해 앞에서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또다시 야훼의 구원을 체험한다.
이 부분에는 과월절 준수 및 맏배의 속량에 관한 구약의 중요한 예비의식들에 대한 교훈이 그것을 기념하는 사건의 기술에 삽입되어 있다.
야훼와 파라오와의 첫 대결(7ㆍ8~13)
이집트의 마술사들은 처음에는 모세와 아론과 똑같은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론의 지팡이가 마술사들의 지팡이를 삼켜 버림으로써 야훼께 팽팽히 맞서던 그들이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된다. (7ㆍ11、22 8ㆍ7、18 9ㆍ11)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라오의 완고함은 점점 더 굳어지기만 한다.
이와 같은 야훼와 파라오와의 첫번째 대결 이야기는 앞으로 전재될 극적인 대결을 함축적으로 잘 묘사해 주고 있다. 야훼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하느님의 자리에 군림하려던 오만한 자들도 결국 하느님의 권능에 굴복하고 구분을 인정하고야 말게 된다.
이 이야기는 당시 바빌론에 유배중이던 이스라엘인들이 야훼의 능력보다는 바빌론 마술사들의 요술에 더 신뢰하려던 경향을 경계하기 위하여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성서 저자들은 창세기 1ㆍ14-19의 창조설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어교신들의 무능력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 사실은 야훼께서『이집트의 모든 신들도 심판하리라』(12ㆍ12)는 귀절에서 명백해진다.
열가지 재앙
이 이야기에는 세가지 중요한 전승들이 얽혀있으나 어느 한 전승도 열가지 재앙을 다 기록하지 못했고 어떤 것은 중복이 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셋째와 넷째 재앙은 벌레의 재앙이며 여덟째와 아홉째는 어두움의 재앙이다.
처음 아홉가지 재앙들은 이집트인들에게 고통이 되어 오던 자연적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재앙들은 아마 출애굽 때의 늦여름부터 다음해 봄 사이에 특히 심하게 일어났을 것이다.(9ㆍ31참조) 이집트에서는 8월이 되면 나일강의 범람이 절정에 달하고 강물은 종종 미세한 유기체들로 인해 검붉게 되는데 어떤 때는 그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개구리의 재앙이나 우박、메뚜기、심한모래 폭풍의 재앙들도 그 지역에서 생소한 것이 아니다. 또한 죽은 개구리떼로 인해 벌레들이 발생했을 것이며(세째및 네째재앙)그래서 가축과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켰을 것이다. (다섯째 재앙)
그러나 이 이야기는 신앙고백의 형식을 갖춘 전승이라고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즉 이 설화는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위대한 승리를 찬양하기 위해서 기록되었다는 데에 유의해야 한다. 이 이야기는 출애굽기의 최종 편집자가 이스라엘이 축제 예배에서 오랜 세월동안 거듭 암송해 오던 구원사건을 현재와 같은 구조를 갖추어 편집한 것으로 본다.
야훼와 파라오와의 대결은 재앙이 차츰 고조되면서 야훼의 능력과 파라오의 무능이 극적으로 대조된다. 야훼의 권능을 나타내는 재앙 앞에서 파라오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다가도 재앙이 늦추어지면 다시 고집을 부린다. 하느님은 파라오에게 아홉째 재앙이 지나도록 회개할 기회를 주었으나 파라오의 완고함은 여전했다. 이에 맏배의 죽음이라는 마지막 재앙이 선포됨으로써 파라오에게 결정적인 심판이 내린다. 결국 파라오는 굴복하고 이스라엘은 파라오의 멍에에서 벗어나 구원된다. 이 사건은 자신의 능력만을 믿으며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던 파라오와 이집트인들에게는 심판이 되었으나、야훼의 말씀에 순응한 이스라엘인들에게는 구원이 되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