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仰心이 藝術의 形態를 빌어 표현되는 데는 실로 각 개인이 몸에 지니는 조그만 패에서부터 커다란 敎會공동체 및 位階敎會의 모든 차원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 및 형태가 다양하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날 제자들과 함께 나누신 빵과 포도주에서 부터、아니 그 이전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하느님께 대한 순종의 제물로 바치던 제단에서부터 모든 종교의식과 개인의지를 위해、聖句는 교회의 역사와 함께 있었고、말이나 음악대신 신앙의 의지와 하느님께 대한 흠숭과 사랑의 표시로 만들어져 왔다. 그것은 말없는 情表와 같은 의미를 갖는 것도 있고 하느님의 엄위와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도 있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일련의 종교예술품 중에서 주로 독일지역에서 선정되어온 성구들에서 우리는 사랑과 정성위에 오랜 공예역사의 전통이 전해주는 뛰어난 조형감각과 경험과 솜씨가 조용히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성구의 예술세계와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藝術表現과는 달리 聖具는 말이 의미하는 그대로 道具의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이 교회의 발달과 함께 그 종류와 모양에 있어 많은 변천을 갖고 왔다. 없던 것이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 있던 모양이 다른 용도로 변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聖光은 13세기 이전에는 없던 것으로 1264년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을 제정함으로써 비로소 생겨나게 되었다.
르네상스와 바르크時代 등을 거치면서 다른 모든 예술사조와 함께 모양과 문양 등 그 표현양식에 있어 그 시대적인 인간 의지를 담고 변천해 왔다. 또「주교목장」(牧杖)은 633年 처음 사용되었으며 양떼를 이끄는 선한 목자의 뜻을 담고 동시에 주교의 권위를 나타내는 중요한 성구의 하나가 되었다. 이와 같이 오랜 세월동안 항상 신자 곁에서 하나의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존재하면서 信仰心을 북돋워 주고 의식에 필요한 道具의 역할 또한 충실히 해 왔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우선 성구가 차지하는 넓은 범위와 각기 목적에 따른 역할과 그 종류의 다양함을 볼 수 있다. 칼 부르게프의 첫 영성체를 기념하는 작은「패」에는 양과 포도 줄기가 마치 아름다운 회화를 축소해 놓은 듯 정교하게 새겨져 있고 에기노 와이너트의 「묵주」는 나무구슬로 된 간단한 것에서 자수정구슬을 꿴 화려한 것에 이르기까지 정성을 바침에 끝이 없다.
게르트콜룩코프의 방벽에 걸어두기 위해 만든 「십자가」는 정확하고 강직한 맛을 주는 비례감각 뿐만 아니라 단순한 재료선정과 높은 차원의 조각성이 한데 어우러져 그것을 보는 우리에게 겸허함이 어떤 것이며 궁극적인 승리는 무엇에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도미쓸라프 힐더가르드의 「주교목장」은 정말 아름답다. 기교가 넘쳐 전체의 분위기를 흐트리는 점도 없고 단순명료한 선의 흐름은 전체적으로 한껏 야무진 단아한 맛과 함께 부드러움 또한 잃지 않고 있다. 상아의 우아한 色感과 質感이 金色과 화합하여 화려하면서도 전혀 천하지 않는 기품이 있다. 쾰른 조형대학에서 오랫동안 교수를 역임한 엘리사벳 트레스코프의 「聖光」역시 대단한 作品이다.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수 잎을 王冠처럼 연결하여 테두리를 장식한 작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운데 제병틀에는 동그란 수정 구슬을 통째 끼우도록 되어있어 가장자리의 연연한 잎들로 구성된 구조와 강한 대비를 이루어 힘이 있으면서도 단정한 맛을 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속속들이 정성을 들인 섬세함은 오랜 세월 材料와 이야기를 나누어 온 작가의 연륜을 보는 것 같고 분명한 의도가 보이는 공예가 정신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섬세한 貴金屬을 재료로 한 성구들 外에 흙으로 빚은 성모자상 이라던가 청동으로 주조한 향로、제대십자가 및 十四처 조각들을 보면 목적에 부합한 쓰임새뿐 아니라 조형예술적인 차원에서 보다 깊은 예술성과 절제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특히 미사나 종교의식에 쓰이는 聖具들은 그것이 따로 하나씩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서로의 솜씨를 맞추어 좋은 음악을 만드는 오케스트라와 같이 공동체의식 속에서 서로 조화되어야 한다. 아무리 하나하나가 훌륭하더라도 전체와 어울리지 않으면 화음을 깨듯이 겉돌게 된다.
聖具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하는 목적과 사람이 한 몸이 되어 비로소 말을 한다. 시각적인 면뿐만 아니라 만져지고 쓰다듬어지면서、거기 따로 존재하면서 보고 느끼게 되는 다른 예술표현과는 달리 접촉하면서 약한 인간의 의지가 어떤 매개를 통해 구원을 향한 염원을 때로는 가슴에 품게 하고 피부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제 천주교회가 한국에 뿌리를 내린지 햇수로는 2백년이 되나 그 역사와 함께 자라온 성구들의 연륜도 그와 같은지 이번 전시회는 우리에게 비교 검토하는 自省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옛날 청자를 굽던 無名匠人들의 겸손한 마음씨가 최상의 美를 하느님께 바치려는 오늘의 신앙인에게도 전해 내려오고 美의 추구가 오로지 그 자체에만 있어야 함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전체 속에 어울려 한 부분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전체를 더욱 빛내주는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이 성구이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금을 두드리고 한올한올을 정성되이 수를 놓음으로써 실현되고 있음을 이번 전시회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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