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이유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소련의 무자비한 만행으로 북녘 창공에서 KAL기 승객 2백69명이 산화한지 1년. 무참하게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달래고 기리는 추모음악회가 지난 9월 1일 오후 7시30분부터 1시간 반 동안 명동대성당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인간의 생명이 짓밟힌 현실을 마음속 깊이 상기한 이날、1천여 청중들은 경악의 분노를 평화를 염원하는 간절한 소망으로 승화시키고 비명에 간 희생자들의 넋이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을 다시한번 기원했다.
50여 명의 희생자 유가족들이 참석、추모의 뜻을 깊게 한 이날 음악회에는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 많은 수도자들도 함께 자리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기원하는 기도에 동참했다.
KAL기 피격 1주기를 맞아 한국방송공사가 교회의 협력 아래 마련한 이날 음악회는 교회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개최、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기원의 자리가 됐다.
성당에서 열리는 추모음악회인 만큼 레퍼토리 선정에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한국방송공사의 KBS교향악단은 이날 가톨릭신앙인으로 작품 속에 종교적인 색채를 승화시킨 포레의「진혼미사곡」과 아울러 엘가의「첼로협주곡 D단조」를 연주、가족 잃은 유가족들의 애도를 그대로 대변해 주었다.
이날 연주된 「진혼미사곡」은 포레가 아버지를 추모해 작곡한 미사곡으로、KBS교향악단은 서울시립합창단원 외에 각 대학 합창단원을 더 투입、연합합창단을 구성하는 등 추모 음악회의 분위기를 한층 엄숙하게 장식했다.
이날 추모음악회는 KBS교향악단 지휘자인 금난새씨의 지휘아래 첼로연주에 홍성은양과 부분 독창에 곽신형(소프라노)씨 윤치호(바리톤)씨가 각각 열연했다.
음악회에 통상 있는 박수를 묵념으로 바꿔 한층 간절한 추모의 정을 아로새긴 이날 음악회는 주최 측의 세심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부분에서 추모음악회의 취지를 살릴만한 적절한 마무리를 짓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음악회가 시작될 무렵부터 끝까지 음악을 경청한 김수환 추기경은 연주시간 내내 눈을 감고 묵상、청중들의 조용한 눈길을 끌었다.
또한 서울대 교수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오정주(엘리사벳ㆍ혜화동)씨 추모음악회가 서울대 음대동문회 주최로 지난 9월 2일 오후 7시30분 국립극장에서 열려 오 엘리사벳씨에 대한 애도의 뜻을 다시한번 아로새겼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