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출애 13、17~22)
이스라엘 백성은 드디어 이집트를 빠져나왔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곧장 블레셋 땅으로 가는 길로 인도하지 않으셨다』(13、7)는 구절은 탈출의 경로가 하느님의 섭리에 의한 것이었음을 나타낸다. 히브리인들은 북쪽으로 통하는 지름길을 피하고 멀리 돌아서 가는 길을 택한다. (3、18) 그 길은 군사적、상업적 주요 도로여서 이집트 군대가 수비를 튼튼히 하고 있었으므로 히브리인들이 이용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성서 본문만으로써는 그들의 탈출경로를 분명하게 알 수 없다.
『야훼께서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앞길을 비추어 주셨다』(13、21~22)는 구절은 군대나 대상들이 행군할 때 대열을 표시하기 위해 선두에서 불화로를 들고 갔던 고대의 관습을 연상시킨다. 또한 이 불과 구름은 사막의 더운 바람 때문에 자주 일어났던 천둥번개와 같은 기상현상이나 활화산의 활동을 말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의도는 야훼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계시며 그들을 과거의 종살이에서 구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여행을 인도하셨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데 있다. 하느님이 그들의 지도자로서『앞장서』(1321)가셨던 것이다.
파라오 군대의 추격
파라오는 도망자들이『광야에서 길이 막혀 헤매고 있다고 생각하여』(14、3)병거부대를 이끌고 추격한다. 길을 가로막는 바다 앞에서 이집트 군사의 추격을 받은 백성들은『이집트인들을 섬기는 편이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낫다』(14、11~12)고 원망한다. 그들은 하느님을 섬기는 자유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유를 쫓다가는 최소한도의 안전마저도 포기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때 그들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자유를 버리고 이집트의 노예로 돌아가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들은 신앙에 따른 생활이 아니라 인간의 수단과 계교로 지탱되는 생활、일시적이며 감각적인 생활로 되돌아 가려는 것이다. 이 불신앙의 외침은 현실 속에서 하느님의 뜻대로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바로 이 때문에 출애급 사건과 광야에서의 방랑이야기가 신앙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며、하느님을 향한 굳은 신뢰를 심어 주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의 불신앙은 모세의 신앙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모세는『두려워 말라…야훼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워주신다』(14、13-14)라고 백성을 격려한다. 그리고 그 백성에게『전진하라』(14、6)는 하느님의 명령이 내려진다.
갈대 바다의 기적
야훼께서 이스라엘을 결정적으로 해방시킨 것은 갈대바다에서 이룬「위대한 업적」이었다. 이 사건은 오늘날까지도 구원하시는 분의 현존에 대한 역사적인 증거로 기념되고 있다. 이집트 추격군을 뒤로하며 갈대바다를 건넜다는 사실은 파스카의 밤과 마찬가지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 뛰어 새 백성으로 창조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출애급기에서 가장 중요한 이 부분(14、1~31)에서는 잊을 수 없는 이 사건을 신앙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승리의 노래(15、1~21)
모세의 노래는 야훼를 용감한 투사의 모습으로 묘사한다. 그들은 이 표현으로 반대자를 쳐부수며(15、7)살아 계시는 하느님의 신비로운 힘을 묘사하였다. 이 노래는 출애급에서 드러난 야훼의 권능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원히 증명될 것이라는 믿음을 표방한다. 야훼께서는 그 백성을 단지 파라오의 폭정에서 해방시킬 뿐만이 아니라 그들을 구원의 영역으로 인도해 주셨다.
모세의 노래는 그 백성을 죽음의 물을 통해 삶의 나라로 인도하신 하느님께 드리는 찬송이며、구원을 받은 자가 구원해 주신 분께 드리는 응답이다. 이스라엘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이「바다의 기적」을 늘 기억하며 하느님께 찬미와 탄원의 기도를 드렸다. (시편78、13:114、3ㆍ5:106、9ㆍ22:136、13)이 사건은「야훼는 구원의 하느님이시다」라는 신앙의 최고 증언이다. 미리암의 노래에는 전쟁의 승리가 인간의 군사력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야훼께 달렸음이 나타난다. 이처럼 야훼 신앙의 시원은 분명히 반 전투적이다. 『야훼는 창을 꺾고 활을 부러뜨리고 방패를 불살라 버리시는 분』(시46、10:76、4)이다.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이사2、4)는 말씀은、무기가 아니라 성실한 노동으로써 인간의 평화와 복지를 이루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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