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원한 존재이다. 따라서 그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영원자체인 것이다.
그러한 하느님이 인간적으로 발현하고 인간으로 표현되어 우리 사이에 하나의 사실로서 존재하는 것이 미술작품에 나타나는 하느님의 존재이다. 그것은 상징으로서 나타날 경우도 있지마는 계시로서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실현된 하느님에 관한 미술을 우리는 종교미술이라 한다.
종교미술에는 교회적인 미술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신앙고백으로서의 미술이 있지마는 보통 우리는 종교미술을 두 가지 각도에서 이해한다. 하나는 교리적인 신앙고백으로서의 교회미술、즉 모든 신자가 자기의 신앙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종교의식 또는 종교행사를 에워싼 일체의 미적표현을 이루고 있는 조형적인 성과이다. 또 하나는 비록 종교적인 의도에서 이루어졌다 손 치더라도 비신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美로서 발현하는 예술적 감상 내지는 예술적 존재의미인 것이다. 모든 종교예술은 그리스도교이건 불교이건 마호메트교이건 간에 고유의 목적과 고유의 미적표현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하나의 존재로서의 미술은 그의 창조의 목적을 떠나서 순전히 미적대상으로서 존재할 수가 있다. 가령 불상을 신앙적인 의도가 아니라 조각적인 관점에서 감상한다든지、그리스도교 미술을 회화 또는 조각 그리고 공예적인 관점에서 미적으로 감상한다는 등이다.
따라서 이번 가톨릭미술가협회가 문화방송과 공동으로 개최한 현대종교미술 국제전은 교회적으로도 신앙의 촉진을 위해서 큰 의미를 갖고 있지만 세속적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움의 감정을 유발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라 있었다.
더욱 말로만 듣고 있었던 유럽의 거장들의 작품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그들과의 시각적인 대화로서 우리의 정신적인 양식이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이번에 개최된 현대종교미술 국제전의 구성은 크게 나누어서 이탈리아ㆍ프랑스ㆍ독일 그리고 한국 등 네 나라의 현대작품이 전시되었다. 작품의 내용도 회화ㆍ조가ㆍ공예ㆍ건축 등 모든 미술에 걸쳐 있었고 그들의 수준도 그 나라는 물론이거니와 세계적인 수준의 작가들의 작품이 끼어 있어서 더욱이 전시회에 빛을 더해준 것이다.
그리스도교 미술의 주제는 대충 회화ㆍ조각에 있어서는 수난과 영광을 표현했고 건축과 공예는 의식 또는 행위를 통해서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는 도구로서의 미술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회화에 있어서의 루오의 석판화「미제레레」는 화가 루오가 그의 영혼의 부르짖음으로 깊은 신앙을 고백하고 있는 걸작품이다.
화가 루오는 수많은 그리스도를 그리거나 판화로 표현했지만 단 한 번도 영광의 그리스도를 표현한 적이 없다. 수난의 그리스도、온 인류의 죄를 한 몸에 지니고 무서운 고독과 빈곤에 떨고 있는 그리스도、그만이 오직 루오예술에 나타나는 성스러운 하느님의 모습이다.
교회의 종말론을 누구보다도 믿고 있는 루오는 종말적인 광장에 서서 지구와 우주가 끝이 날 그때를 지금부터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마음속에 스며드는 석판화의 표현으로 도달한 루오의「미제레레」는 20세가 갖고 있는 가장 위대한 예술의 하나이다.
샤갈의「성경」을 주제로한 동판화 연작 역시 이번 전시회가 우리에게 보여준 값진 선물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하나의 환상으로서 인류의 꿈을 이룩한 샤갈예술에 있어서 이같이 설득력 있는 시가적인 호소는 드물게 보는 생의 경험이다.
이것 외에도 마티스의 뎃상이라든지 마네시에의 작품、그리고 격조 높은 클레의 정신적 향기、더욱 스테인드글라스에 발현된 샤갈의 선명한 이미지와 입체 속에서 실현되고 있는 모든 교회예술은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고 그 속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양심 있는 사람의 구원의식이 미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영원의 모습」이라고 부제를 붙인 이번 전시는 인간의、그리고 하느님의 영원한 모습이 담겨진 격조 높은 전시회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세기적인 격조의 미술행사가 비록 그리스도교회적인 분위기속에서 이루어 졌지만 앞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서 그것은 신앙의 양식도 되고 미적 양식도 되어서 진실하게 살려는 모든 인간에게 하나의 맑은 활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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