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출애 15、22~18、27)
광야는 인간이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조건인 먹고 마실 것조차 결핍된 곳이다.
온갖 위험이 가득 차 있는 광야는 깡마른 흙과 바위와 모래의 지평선 위에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곳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야훼께서 약속하신 자유와 축복의 땅으로 향해 하는데 이 광야를 지나야했다. 그들은 이 죽음의 광야를 지나면서 목마름을 해소해 주시는 하느님、굶주림을 채워 주시며 내외적인 위기에서 보호해 주시는 하느님을 체험하게 된다. 그들은 절박한 위협에 직면했을 때 하느님을 향하여 두 손을 높이 쳐들어 기도함으로써 하느님의 구원과 능력과 위로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기에 이스라엘의 예언자들과 현자들은 야훼의 현존과 구원하심을 생생하게 말해주는 광야시절을 그리워했고、하느님과 만나기 위해서 광야를 찾았다.
이스라엘 백성은 야훼께서 그들과 함께 가실 때 광야의 온갖 위협이 사라지고、죽음의 광야는 삶의 터전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메마른 바위에서는 생수가 터져 나오고、쓴 물이 단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이처럼 이스라엘 백성은 신의 부재를 느끼게 하는 광야에서 하느님을 의식하고、하느님과의 만남을 체험했었다. 그들은 이 하느님을 개인적으로서만이 아니라 한 민족 공동체로서 체험했다. 이 점이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가 수많은 세계 종족의 역사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는 하느님이 그들의 역사에 구체적으로 개입하셨다는 바로 그 이유로 인해 구원의 역사가 되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그들 역사의 사건과 인물을 통해서 말씀하신 그 역사의 기록은 성서가 되었다.
광야에서의 음식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양식이 되었던 만나와 메추라기는 근동지방에서 흔히 보게 되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현재까지도 근동지역 사막의 베두인들은 만(Mann)이라고 하는 달고 향기 나는 결정체들을 즐겨 먹는다. 만(Mann)은 타마리스케 나무에서 생기는 것인데 유월에 가장 많이 채취된다.
메추라기는 가을철에 유럽에서부터 떼 지어 날아오다가 시나이반도 바닷가에 지쳐서 떨어지는 철새들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까지 수십년동안에 이러한 메추라기 떼를 자주 만났고 또 쉽게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사건들에 대한 그들의 기억은 만나와 메추라기는 먹은 사람들의 믿음과 함께 전승되어 왔으리라고 본다. 그런데 성서는 이 같은 현상을 기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것은 기적이란 초자연적인 이변을 뜻하지 않고 인간을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고 하느님의 보호와 인도하심을 깨닫게 해주는 모든 사건을 뜻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만나는 시편78편에 묘사된 대로『하늘의 양식、천사들의 양식、생명의 빵』으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만나는 야훼의 말씀으로 창조된 모든 것을 상징하며、그 말씀으로 인한 창조적 생명력을 상징한다.
신약에서도(요한6장)만나를 하늘로부터 내려온「생활한말씀」의 상징으로 본다.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가 하느님의 구원과 현존을 입증하는 표지가 되었듯이 오늘까지는 거룩한 전례와 매일 먹는 음식과 자연현상은 야훼 하느님의 현존을 알리는 표상이 된다.
만나는 매일 새로이 받는 음식으로서 다음날까지 남겨둘 때에는 부패한다고 했다.
이것은 야훼의 백성이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야훼의 말씀에 순종할 때만이 야훼의 생명력인 만나로 힘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광야에서 가장 심각한 또 다른 문제는 목마름을 해결해 줄 분이 없다는 점이다. 성서는 갈증에 정신을 잃어가는 백성이 모세를 원망하며 불평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출애굽기 17장에 나온 백성의 불편은 불신앙의 전형적인 표현이다.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은 너무나 쉽게 하느님을 부인하고 비난하기 까지 한다. 바위에서 솟아난 물에 대한 기사는 곤경 중에 불평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구원을 청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생명의 물은 야훼께 부르짖었을때 비로소 받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이 만나게 되는 모든 불행 앞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를 제시하여 준다. 우리는 고통 중에『야훼 하느님이 어디 계셨는가? 』라고 물을 것이 아니라、『나는 가까이 계시는 야훼 하느님과 함께 있었는가? 』라고 반문해야할 것이다. 나는 특히 곤경에 처하게 될 때 야훼 하느님이 참 구원자이심을 나 자신의 자세와 생활로 증거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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