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농민회가 3년 전에 착수해서 최근에 분도출판사가 펴낸 한국천주교 농촌공소실태 조사연구 보고서는 훌륭하고 매우 유익한 연구 보고서이다. 이 연구에 착안하고 후원한 가톨릭농민회는 물론 연구의 전문적 책임자인 서강대학교 사회학과의 박문수(Buckmeier) 신부 외 정호경 신부、이병철씨에게 찬사를 보낸다.
이 연구보고서를 읽어보면、조사 자료가 허용하지 않는 허위적이고 허황된 주장을 하지 않기 위해서 자료가 가지는 숨겨진 결함에 속아 근거 없는 주장을 하지 않기 위해서、비전문가는 짜증스럽고 지루하게 느낄 만큼、조사자는 세심한 질문을 하면서 자료를 검토하고 신경을 쓰고 있다. 하나의 연구가 신빙성을 가지고 유익하기 위해서는、우선 연구 자료가 충분해서 현실을 정확하게 전달해주어야 하고、그 현실이 만족스럽거나 불만족스럽거나 상관없이、어찌해서 그 현실이 존재하는지를 설명하는 이유와 원인을 지적해 주어야 한다. 연구가 실태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해도、그 실태가 왜 존재하는지 원인을 밝혀주지 않으면、그 연구는 별로 유익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연구는 불만스러운 실태를 고치고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농촌공소실태조사연구보고서는 이상의 두 가지 조건을 상당한 정도로 채워주고 있다.
이 연구는 조사 당시 전국의 농촌공소 1천7백36개중에서 4백49개를 조사하였고、20세 이상의 농촌공소신자 약10만명중에서 2천1백67명을 면접하였다. 이 정도의 표본규모는 충분하게 큰 것이어서 조사되지 않은 나머지 공소와 신자들을 대표할만한 규모이다. 그뿐 아니라 조사자들은 표본이 특수한 공소와 신자들에게 치우치지 않도록 상당히 조심스럽게 표본을 차출하였기 때문에 이 표본에서 얻은 자료에 비추어선 전체 농촌공소와 공소신자들의 실태를 미루어보아도 결코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4장을 자세히 읽어보면 한국에 산재한 농촌공소 전체의 환경적 조건、구조적 특성과 아울러 공소신자들의 생활과 의식구조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연구서가 사목자에게 유익한 길잡이가 될 수 있고 도움을 주는 이유는 공소의 활성화와 침체화의 원인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소를 사목하고 있는 본당신부들의 입장에서 보면、공소실태에 대한 서술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활성적인 공소와 침체된 공소가 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고 그 내막도 상당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면문제는 활발한 공소는 침체하지 않도록 손을 써야 하겠고、현재 침체된 공소는 다시 활성화를 시켜야하겠는데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하는 문제이다.
사목자인 본당신부、교구청의 사목국장、교구장이 어떤 사목적 조치를 취하고 행동을 해야지만、농촌공소들이 활성화되는 것인지 알고 싶은 것이다. 상당히 근거 있는 처방만 있다면 그것을 사용할 각오는 되어있는 것이다.
이 연구보고서는 이러한 사목자의 요청에 부응하는 자료와 사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처방을 여러개 발견하여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제5장에서 8장에 보면 유익한 처방의 발견과 그것에 입각한 사목적 제안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조사자들은 4백49개의 공소중에는 활성화된 공소와 침체된 공소가 있다는 것과 중간정도의 공소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공소에 대한 주관적 평가、신자수의 증감경향、부락과의 관계、공소신자들의 일치정도、공소내 단체현황 등 5가지 측면들이 공소의 활성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점이라고 보았고、그 측면에 관한 자료에 근거해서 각공소의 활성도와 침체도를 점수로 계산하였다. 이 척도구성에 관한 내용은 제5장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어떤 공소의 활성도는 높고 반면에 다른 공소의 활성도가 낮아져 침체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해도 그 원인을 알아야한다. 제6장과 7장에서 공소의 활성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요인을 선정해서 그 요인들과 활성도의관계를 검토하고 있다. 활성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서는 본당신부의 사목적 배려、공소전례의 형태、신자들의 신앙내용、신앙자세、공소일꾼의 수와특성、공소재정、공소의 자율성、사회의식과 사회참여、환경적조건、농업에 대한 인식、공소의 규모 등 11개정도의 요인들이 검토되고 있다.
요인들과 활성도의 관계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조사자들은 자료의 궁핍을 절감하기도 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운 해석을 하는 것이 보인다. 조사자들이 솔직히 고백한 바와 같이 모든 요인들 하나하나가 진정으로 영향력을 갖는 것인지、어떤 요인들의 영향력이 더욱 크고 중요한 것이기에 이에 대한 더욱 깊은 분석은 자료의 궁핍상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연구에 있어서 활성도의 요인분석이 핵심적인 부분인데 상당히 근거 있고 믿을만한 발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8장에서는 앞에서 이루어진 요인분석에 근거하면서 비전문가를 당황하게 만드는 복잡한 도표 없이 평이한 말로 공소의 활성화를 위한 사목방안을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유익한 부분이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중요한 현안문제 중 하나가 공소의 활성화인만큼 공소사목에 책임을 지는 모든 주교님、사목국장、신부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믿는다. 공소사목에 큰 몫을 담당하는 평신도 지도자들에게도 권장하고 싶은 책이다. 필자는 서울대신학교에서 하는 강의중에서 이 책을 설명하고 넘어갈 작정을 하고 있다. 한편 이 연구보고서는 많은 도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전문가인 사목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 단기간의 세미나가 마련되는 것도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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