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의 준비(출애19、1~25)
야훼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계약이다. 계약은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시려는 야훼의 뜻과 이스라엘의 응답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출애급을 통해서 야훼의 현존을 체험했고 이에『야훼께서 말씀하신 것을 그대로 실천하겠습니다』(19、8)라고 응답하므로써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 되었다. 이로써『나는 너희의 하느님이 되고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되리라』는 하느님과의 계약의 유대관계가 이루어진 것이다.
『야훼께서 우리곁에 계시다』라는 말은 사람들과 함께 사랑으로 계약을 맺으시는 야훼의 가장 깊은 본질을 나타낸다. 수많은 출애급 사건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야훼님은 독수리가 날개로 새끼를 태워 나르듯(19、14)이스라엘을 태워나르셨다.
이렇듯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 선택되고 하느님과 계약을 맺게까지 된 것은 그들이 어떤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온전히 하느님의 사랑으로 인한 것이었다.
시나이산에서 야훼의 나타나심(顯現Thephany)은 하느님 현존의 장엄함과 확실함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이 시나이산의 주제는 그곳에서 모세를 통해 체결된 계약의 인준과 하느님의 말씀이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서 시나이 계약은 그들의 역사와 삶에 의미를 주는 사건이며 신앙이다.
그들은 이 사건을 믿음속에서 기억하며、이 사건의 관점에서 자신과 공동체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출애급과 시나이 사건은 야훼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야훼의 자아계시이며、이를 받아 들이는 백성의 자기개방이다. 그러므로 시나이산에서의 계약은 인간에게 법규들을 전해주는데에 그치지 아니하고 인간에게 자유와 생명을 주시는 신적생명의 세계를 열어 보여준다.
계약의 체결(20、1~24、18)
모세는 야훼의 증거판을 받기위해 산으로 올라간다. 야훼께서는 당신의 현존을 상징하는 구름안으로 모세를 불러들이시어 신비로운 방법으로 그 백성에게 법규들을 주신다. 이것은 야훼의 현존을 상징하는 불속에서、그 불로 정화된 모세라는 한 인간을 통해서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이다. 구름과 불과 우뢰소리 가운데서 하느님과의 만남은 인간이 하느님께 나가기 전에、하느님이 먼저 인간세계로 들어오심을 뜻한다. 야훼께서는 인간에게 주신 규정을 매개로 하여 그 백성 가운데 거하기를 원하신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받은 모든 법규와 의식의 가치는 하느님이 함께 계시겠다는 바로 그 약속에 있는 것이다.
시나이산에서 받은 십계명은 이스라엘과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 그 백성에게 주신 자유의 증서이다. 십계에서 중요한 것은 두려움이나 예속됨이 아니다. 십계는 인간이 생명과 자유를 위해 전력을 다하도록 충동한다. 출애급이 해방의 역사라면、십계는 하느님이 그 백성에게 선물로 주신 자유의 증서와 같다. 그러므로 십계의 개별적인 명령을 어기는 것은 하느님의 해방역사를 위협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이스라엘 백성을 에집트에서 이끌어 내시고 십계를 주신 하느님은、예수그리스도를 통해서 인류는 죄악과 죽음의 권세로부터 이끌어 내심으로써 이 세상에서부터 시작되는 해방의 역사에 모든 사람이 참여하도록 인류를 초대하신다. 십계의 의미는『나는 너를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이끌어 낸 하느님이다』그러니 너도 네 이웃의 곤경을 외면하지 말고 도우라는 데에 있다.
십계는 그러기에 냉엄한 법규가 아니라 역경에 처한 인간을 돕고、불의와 폭력으로 혼란한 사회를 밝혀 인도하는 안내자와 같다.
계약에 맞갖은 생활을 위한 호소로서 작성된 십계는、야훼와 계약을 맺은 이스라엘 백성 상호간의 공동생활과 하느님과 그 백성과의 공동생활에 특징이 되는 좌표이다. 그러므로 각 계명의 위반은 계약 파괴의 위협과도 같다. 이처럼 십계는 야훼와 인간과의 수직관계와 인간 상오간의 수평관계가 밀접하게 짜여있어 신권과 인권이 융합되어 있다. 그러므로 십계는 예수께서 가르치신 사랑의 이중계명(마르 12、29~31)을 구약의 개념으로 설명한 것이라고도 본다.
시나이산에서 야훼와 이스라엘 백성이 체결한 장엄한 계약은 신약에 있어서『새 계약의 피』(마테26、28)를 상기시킨다. 하느님의 백성은 신구약을 통해서 이 계약으로써 전례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야훼와의 일치는 인간들 서로를 연결시켜 주며、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를 이루는 기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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