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는 서로 마주 보고 싱긋 생긋 웃으며 즐겁게 식사를 시작하였다.
『아주 맛 있는디』
『네、맛있게 잡수세요』
기섭은 밥맛도 좋았지만 그녀와 그런 말을 주고 받는 맛이 더욱 좋았다.
『벌써부터 우리는 부부 같은디』
『그럼요. 우린 이미 부부예요』
『헤헤、식두 안 올렸는디』
『식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요? 서로의 마음이 중요하고 우린 이미 부부라는 그 사실이 중요하죠. 우리는 이미 부부가 되었어요. 우리가 부부라는 증거두 다 만들어 졌구요』
『응? …』
기섭은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을 끔벅끔벅 하였다.
그녀가 생긋이 웃으며 다시 말했다.
『식은 당신이 월남에서 돌아오시면 이내 올리도록 해요. 그게 좋겠죠?』
『당신?』
『네、당신!』
그리고 그들을 소리내어 웃었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기섭은 문득문득 목이 메이고 공연히 눈물이 나오려고 하였다. 가슴속에서 미묘한 경련이 일어나는 듯 하고 숨이 가빠지는데、문득 무슨 병인가도 싶었다.
식사를 마쳤을 때 기섭은 그 여자를 그윽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밥상을 그대로 놓아둔 채 고즈넉희 앉아 있었다. 기섭에게는 진정으로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그는 다시금 강렬한 충동을 느꼈지만 그러나 꾹 참았다. 아끼고 참고 싶음은 이상한 마음이었다.
『지금 몇시나 됐지유?』
기섭은 침잠한 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화장품 그릇에서 손목시계를 꺼내 보았다.
『아직 열두시도 못 되었네요』
『벌써?…』
기섭은 잠시동안 말없이 앉아 있다가 무겁게 몸을 일으켰다. 오후 2시까지 부관참모부로 집합하라는 명령은 그의 몸뚱이를 집어 올리는 강력한 집게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는 조용히 그 여자를 끌어안고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왜 일찍 일어나세요?』
그녀가 의아한 눈으로 기섭을 바라보았다.
『성당을 다녀서 갈려구…. 오늘은 종소리가 울리지 않지만、당신과 함께 지금 성당에 가고 싶어. 성당에 가서 우리의 사랑과 장래를 약속하구 맹세하구 싶어. 그래야만 우리가 진실한 부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기섭은 염원을 품은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그윽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잠시 어두운 빛이 스미는 듯하였으나、그녀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파월교육대에서나 월남에서나 제게 편지 자주하세요. 저두 열심히 편지해 드릴께요』
그녀는 조그만 수첩 한권과 만년필과 얼마인지 모를 돈을 기섭의 손에 쥐어 주었다.
기섭은 고개를 끄덕이고、방 문지방에 걸터앉아 천천히 워커 끈을 매고、따블 백을 매었다. 그리고는 그녀로하여 정 들었던 그 술집을 나갔다.
기섭은 성당쪽으로 발길을 향하였다. 그녀는 말없이 기섭을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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