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천주를 버리었나이다』『너희들 중에 하느님을 입으로만 이야기하고 하느님을 팔아서 제 몫만을 챙기는 이들이 있다』관객은 이미 관객의 위치를 넘어 연극의 참 여자가 된다. 무서운 질타의 목소리로부터회개를 재촉받기도 하고 은밀한 내용을 고백받는 고해신부의 입장이 되기도 한다.
지난 9월 15일 명동대성당 뒷편 야외무대에서 올려진 2백주년 기념연극「사람」은 일반적으로『어렵다』는 평속에서도 시공을 초월한 연극기법으로 한국역사와 한국천주교회 2백년을 집약、오늘과 무리없이 연결시키는 등 실험극으로서의 그 가능성이 무한함을 제시했다.
명동대성당이 2백주년을 기념、본당의 의지를 묶어 시도한 연극「사람」은 우선 문화예술발전의 참여자로서의 교회의 변신에 아낌없는 갈채를 받은 한편 교회밖의 사람들을 교회 안으로 초대、공동체의 시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값진 무대였다는 평을 들었다.
「환절기」「초분」「태」등 창작극으로 이미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극작가 오태석씨와 지난해「191931」로 연극계의 선풍을 몰고 온 젊은 연출가 김상수씨가 함께 만들어낸 무대「사람」은 2백년전 조선 및 초기교회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 그리고 시간을 통시적으로 표현해준 한의상황 등 3개의 시공간을 설정한 것이 특징.
「사람」은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선교연극의 범주를 탈피、예술차원으로 표출한 신앙、그리고 만남、사람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하면서 신앙의 전제없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관계자들은 밝히고있다.
연출을 맡았던 김상수씨는 교회가 시도하는 첫 연극이란 점에서 어려움은 예상했지만 참으로 힘겨운 과정이었다고 토로하면서 그러나 끝까지 밀어준 명동성당 사목회의 의지와 출연자 및 스탭진의 눈물어린 열의가 16일간의 장기공연을 가능케 했다고 강조했다.
놀라운 투지로 이번 연극을 끝내 무대에 올린 김수창 신부는 한국교회가 태동된 명동성당에서 문화ㆍ예술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 것은 사회속의 교회모습을 찾는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지적하고 연극공연을 위해 애쓴 본당사목회와 조광 교수(고려대)의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당 총회장 박승재씨는『「사람」의 공연은 분명 어려운 시작이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모든 것은 시작이 중요하듯 명동이 야외무대로 장을 열었다는데 보다 큰 가치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또『명동의 역사적인 위치와 오늘의 입장에서 볼 때 사회를 향한 공간할애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고『첫 공연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평가를 토대로 야외무대를 폭넓게 활용해 나가는 방안을 구상할터』라고 포부를 밝혔다.
모두 3천여만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사람」은 명동성당이 대대적인 수리와 함께 성당뒷편 공간을 야외무대 형식으로 꾸미면서 기획됐다. 한정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속에서 성당의 벽ㆍ나무ㆍ하늘 등 자연조건이 그대로 소품으로 활용된 이번 무대는 환경연극으로서 야외무대의 새로운 출구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극은 내용면에서 지나치게 복합적인 요소로 구성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는 점이 여러 사람들에게서 지적됐다. 또 일반관객을 성당으로 모아들이기 위한 목적에서 볼 때「순교」가 지나치게 강조됐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됐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명동이 제시한 문화 공간을 놓고 한결같이 찬성과 지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시대의 요청이며 교회는 이제 그 요청을 받아들일 때가 온 것이라고 그들은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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