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의 위반과 갱신(출애32、1~34、35)
이스라엘 백성은 그들을 창조하고 구원하신 야훼 하느님만을 섬기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모세가 산에 가 있는 동안 금송아지를 만들어 섬긴다. 이 금송아지 우상에 대한 이야기는 하느님 백성의 불신앙을 설화적으로 압축해서 표현한 것이다. 그들은 야훼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고、하느님의 백성으로 형성되었음을 인정하려 하지않고 오히려 그들 편에서 신을 창조하고 만들어 내려한 것이다. 이는 자기자신을 출애급의 주인으로 삼으려는 인간의 오만을 나타낸다. 이스라엘은 하느님까지도 그들 뜻대로 움직여주는 신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들어간 이후에도 계약을 깨뜨리고 우상숭배에 빠진 것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모세가 십계판을 깨뜨린 것은 계약파기에 관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모세의 분노는 하느님께 반항하며 출애급 이전의 예속상태로 퇴행하려는 우상숭배자들에 대한 의분이다. 모세가 금송아지를 불태우고 그것을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백성에게 마시게 한 것은 우상의 무능과 허무함을 극단적으로 나타내 보이기 위한 의도라고 본다. 그리고 우상 숭배자들에 대한 가차 없는 처벌은 야훼와 우상간에는 어떠한 타협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 백성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주려 한 것이다. 또한 이는 야훼만을 섬기는 사람만이 야훼의 축복에 참여하고 그 축복을 전해줄 수 있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계약을 체결한 직후에 즉시 그 계약을 위반했다는 사실은 인간의 불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 간략한 일화는 이스라엘이 역사를 통해가며 거듭 위반한 계약과 그 계약을 갱신한 사실을 압축시켜 전해준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중재자의 역할과 회개의 효력이다.
하느님은 목덜미가 뻣뻣한 백성을 없애 버리겠다고 선언을 하셨다가 모세가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 용서를 간청하고 백성들이 뉘우치자 징벌을 철회하신다. 의로우신 하느님도 인간의 중재와 회개에는 굴복당하시는 느낌이다. 모세는 참 중재자인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한다.
전례 지침의 실행(35、1~40、38)
출애급기의 이 마지막 부분은 25~34장에 지시된 성막、사제적、전례지침 등이 그대로 실시되었음을 알리는 보고문으로 그 어휘나 내용이 앞부분과 거의 같다. 출애급기 25~34장과 35~40장은 같은 내용으로서 전자가 미래형으로 기술된데 비해서 후자는 과거형으로 서술된다. 이는 야훼께서 명하신 모든 것이 그대로 실시되었음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하느님은 배반과 불충을 거듭하는 백성을 끝까지 보호하시며 그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을 성막의 완성으로서 보여 준다.
성막은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신 하느님이 그 백성 가운데 현실적으로 계속 머무신다는 표지이다. 그리고 출애급과 시나이 계약을 통한 역사적인 구원사건을 상기시켜 준다. 이 성막의 완공은 하느님의 구원이 성막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계속된다는 외적인 보장이다. 성막에 거하시는 하느님은 그 백성 가운데 머무시며 그들로 하여금 자유와 구원의 가치를 항상 새롭게 인식하게 하고、의롭고 거룩한 생활을 하게 한다. 그런데 성막안에 설치된 지성소에는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고 오직 대사제만이 일년에 단 한번 대 속죄의 날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는 하느님과의 일치를 위해서는 모세와 같은 중재자、아론과 같은 사제와 그들이 집전하는 제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와 같은 전례 규정과 그 실시에 대한 보고는 참 중재자요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유일하고 완전한 제사인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제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신약성서에는 성막에 관해 히브리서 외에는 극히 드물게 언급된다. 히브리서는 그리스도가 강생과 수난과 부활로써 천상의 완전한 성소에 들어 가시어 길이 인간 사이에 머무신다고 서술한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과 만나기 위해서 성막에 들어갔지만、우리가 하느님과 영원히 만날 참 성막은 예수 그리스도임을 강조한다. 신약의 새 이스라엘 백성인 교회는 전례와 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하며、새롭고 영원한 계약으로 죽음의 노예 상태에서 해방과 자유를 주시는 하느님께로 끊임없는 탈출(출애급)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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