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섭은 그녀와 좀더 일찍 성당에 가지 못한 것이 문득 진한 아쉬움으로 가슴에 들어차는 것 같았다. 한번도 그녀와 함께 성당에 가보지 못하고 오늘에서야、 파월을 위해 이곳을 떠나는 지금에서야 성당을 찾는 것이 왠지 아쉽고 허전하고 마음 아프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성당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아지못할 신비감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 같았다.
파월을 위해 이곳을 떠나는 오늘、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난생처음으로 안에 들어가 보려는 성당에서 그때 웬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이었다.
『열두시、정오군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정오만 되면 저렇게 성당에서 종소리가 울리거든요』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서 훤히 트인 성당앞 언덕길을 오르며 그녀가 말했다. 기섭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성당엔 예순살이 넘으신 노인신부님이 사신대요. 그리고 그 할아버지 신부님이 매일같이 손수 저렇게 종을 치신대요. 새벽 다섯시와 낮 열두시、그리고 저녁 여섯시、이렇게 하루 세차례씩.』
『아、그래요! 그럼 당신은 하루에 세차례씩 저 종소리를 들으며 살겠군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섭은 다소 경이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새벽과 한낮과 저녁마다、매일같이 세차례씩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그 종소리 속에서 살리라는 것을 생각하니 흔쾌하고 신비스런 감흥같은 것이 가슴에 들어차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왠지 얼굴을 조금 붉히는 것 같았다. 기섭의 시선을 살짝 피하듯 하며 다시 말을 내었다.
『성당에 다니는 어떤 사람이 그러던데 천주교회에서는 아주 옛날부터 그렇게 하루 세차례씩 종을 쳤대요. 요즘엔 많은 성당들이 매일같이 새벽과 낮 정오와 저녁마다 종을 치는 일을 하지 않지만、저 성당은 그 노인신부들이 계속해서 손수 종을 치신다는군요』
기섭은 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를 다행스러움이 그의 가슴 속에서 무놀지는 것 같았다. 그 노인 신부님이 부디 오래 사시고 더욱 건강하셔서 저 한량없는 종소리를 마냥 이 세상에 만들어 내시기를…! 야릇한 바람이 그의 가슴 속에서 종소리 처럼 피어나는 것이 없다.
『하지만 난 만성이 돼서 별 다른 느낌도 없고 들지도 못하고 지나는 때가 많아요』
하며 그녀는 왠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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