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번민은 아직도 여성들의 전유물이다. 최근 서울대교구 가톨릭 사회복지회(회장ㆍ최선웅 신부)가 밝힌「나눔의 전화」이용율을 보면 전체이용자중 여성이 76%를 차지、여성의 입장이 과거에 비해 크게 호전되고 있지 않다는 현실을 그대로 입증해 주고 있다. 고통받는 이웃과 더불어 그 고통을 나눈다는 사목적 차원에서 설치된 나눔의 전화 1년을 결산하면서 현대인 특히 신앙인들이 직면하고있는 아픔ㆍ고민을 함께 나누어본다.
지난해 9월、전화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특성을 살려 보다 많은 이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가 도입、 실시한 나눔의 전화는 1년동안 모두 5천6백27건이라는 이용율을 기록、그 중요성을 다시한번 인식케 해주었다.
사회복지회가 지난 1년간 집계、분석한 바에 따르면 부부간의 갈등과 신앙문제가 6백건 이상씩을 기록、가장 월등한 문제로 부각됐고 이어 가정ㆍ법률ㆍ미혼자들의 결혼문제가 각각 4백89건、4백54건、4백39건으로 나타나있다. 또한 정신건강ㆍ성문제ㆍ이성문제도 모두 3백건대를 넘고 있으며 성소ㆍ노인문제ㆍ청소년ㆍ자녀교육ㆍ구직문제 등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고 이밖에 미혼모ㆍ자살ㆍ가출ㆍ인권문제 등등 세분 하자면 끝이 없을 각종 문제들이 나눔의 전화를 울리고 있는 것이다.
이중 가장높은 수치로 나타난 부부간의 갈등을 세분해 보면 부부간의 성격부조화ㆍ배우자의 무능과 구타ㆍ자녀문제ㆍ시부모와의 불화ㆍ재혼가정의 부적응 등의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서 제반 가정문제까지 포함시킨다면 부부가 중심이 되는 가정문제는 피상담자의 전체고통중 2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옳지못한 행동을 하는 남편을 고발하고 싶다』『괴로워 죽고 싶은 심정이다』등등 극도로 불안한 현실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한 상담내용들은 오늘의 가정들이 내면적으로 앓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과 위급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어 신앙문제의 경우도 신앙의 회의와 교회구성원들에 대한 비판등과 함께 관면혼배후의 이혼관계ㆍ조당문제 등 역시 가정문제로 직결되고 있음을 볼수 있다. 또한 법률상담에 있어서도 각종 생활법률을 비롯、호적ㆍ혼인ㆍ동성동본ㆍ위장결혼 등 가정법률에 대한 호소로 이어지고 있는 등 가정문제에 대한 비중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기서 이용자 76%가 여성이라는 점과 아울러 고통의 핵심에 서있는 사람들은 바로 여성이라는 사실에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응답자중 40%만이 가톨릭신자로 응답、전체를 적용시켜 분석할 수는 없지만 가정사목에 대한 교회의 노력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바로 여기서 드러나고 있다.
또하나 눈에 띄는 현상은 전화 사용시간. 30분이내가 평균치로 가장 많은 수치로 나타나 있지만 최장시간 5시간 12분이라는 기록과 함께 몇시간씩 이어지는 전화도 상당수로 집계돼 상황의 급박함과 고통의 심도를 그대로 대변해 주기도 한다. 특별히 조용한 전화장소가 없어 몇번씩 끊어지는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사람의 안타까움도 지적된 나눔의 전화 봉사자들은 대부분의 문제는 바로 자기 자신이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나눔의 전화 상담봉사자 이숙현씨(반포본당ㆍ루치아)는 모든 이용자들이 자기 자신부터 보려고 할 때 실마리를 풀수 있다고 지적、따라서 그것을 느낄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이끌어주는 것이 상담원의 중요한 임무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발족、이제 1년이라는 연륜에 불과하지만「나눔의 전화」는 바로 혼돈의 시대 속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수용하면서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신앙으로 무장된 봉사자들이 최선을 다한 봉사의 정신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나눔의 전화야말로 인간적인 만남에 목말라하고 아픈 마음을 나눌길 없는 이 시대 무수한 사람들에게 참 삶의 가치를 함께 제시해 보는 진정한 나눔의 장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담원 자신도 바로 같은 문제、아픔을 겪고 있는 이 시대、사람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지적하고 있다.
내가 겪었고 또 겪을수도 있다는 아픔ㆍ고통이라는 전제하에 상담에 임할때 봉사자는 도움을 청하는 이웃과 하나가 될수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한편 없는시간을 쪼개 보다 적극적인 삶을 살고자 봉사의 대열에 뛰어든 봉사자들은 신앙으로 무장되어야한다는 전제조건을 봉사자의 자세로 내세웠다.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웃과 나누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스스로 조금씩 성숙해가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겸손해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전화상담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것 같았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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