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섭은 다소 두려움 깃든 눈빛으로 그녀를 슬몃 돌아보며、그는 자신도 모르게 나오려는 한숨을 삼켰다.
이윽고 그들은 성당의 정문 안으로 들어섰다. 종소리는 이미 멎어 있었다. 잘 단장된 비교적 넓은 마당의 저만치 한켠에 성모마리아상(像)이 돌로 지은 동굴속에서 하얗게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여러 사람이 서서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기섭은 눈부신 성모마리아상을 보며 야릇한 감격과 찬탄을 머금었다. 신선하고 흔쾌하면서도 후더운 느낌이、뭐라 말할수 없는 감동의 물결이 그의 전신에 덮쳐오는 것 같았다.
『우린 성당안으로 들어가요』
하며 그녀가 기섭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들은 곧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안에도 여러 사람이 들어와서 의자에 앉거나 무릎을 꿇은채 기도를 하고 있었다. 기섭은 그녀가 이끄는 대로 뒤쪽의 한켠 자리에 가 앉았다. 그리고 그는 잠시 성당안을 살피고 제대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곧 난생 처음으로 웅대한 기운을 가슴 가득 맛보았다. 참으로 웅대한 압도와 함몰의 신비스런 기운을 전신으로 탐실하게 감득하였다. 오묘하고 거룩한 기운이었다.
기섭은 곧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뜨거운 기도가 샘솟듯이 그의 가슴에서 피어나고 무늬졌다.
높고 거룩하신 하느님. 저희들은 오늘 당신 앞에서 사랑과 장래를 약속하고 맹세하나이다. 저희들을 허락하시고 축복하소서. 그리고 하느님、저와 이 여자를 지켜 주소서. 이 여자가 마냥 당신의 종소리 속에서 살도록 해주시고 종소리에서 특별한 감흥들을 얻게 하시고、그냥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종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를 생각하게 하소서. 당신의 종소리로 이 여자를 지켜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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