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일부분만을 가린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이는 까만 사람들. 그들의 표정에는 부끄러움이 있을 수가 없었다.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오히려 부끄러워 입을 가리게 하는 그들은 1백29개의 네모난 사진틀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10월 6일 서울 대치동성당에서 개막, 7일 동안 전시된 한국외방선교회「파푸아 뉴기니 선교사진전」은 상상으로만 생각해온 이상한 나라(?)를 접하는 신선한 충격으로 작은 물결을 이루었다. 「파푸아 뉴기니」-지구의를 몇 바퀴씩 돌려서야 겨우 눈에 띄는 적도의 섬은 까만 사람들 속에 함께 서있는 우리의 선교사제들 때문에 결코 낯설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한국외방선교회가「파푸아 뉴기니」로 선교사를 파견한지 3주년을 기념하는「선교사진전」은 한국 외방선교후원회 주최로 10월 6일부터 12일까지 대치동성당 지하 교리실에서 열렸다. 이번 사진전에는 현재「파푸아 뉴기니」마당교구 (교구장 레오 아크펠트 대주교)에서 선교활동을 펴고 있는 김동기(사이돌본당) 방상복(요셉슈탈본당) 연제식(기리본당) 김진형 (왈리움본당) 신부등 한국 선교사제들의 사목활동을 중심으로 파푸아 뉴기니 풍물 전반이 선보여 관람객의 동공을 크게 확장시켰다.
파푸아 뉴기니 특유의 나무십자가, 까만 피부의 聖母子상, 햇빛과 비바람만을 가리도록 설계된 초막성당과 공소,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처녀림, 기묘하게 아름다운 풀꽃들….
천연색 화폭에 담긴 원시의 풍물과 자연에 가까운 사람들의 모습은 신자들의 마음을 미지의세계로 이끌어가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반바지에 러닝셔츠차림으로 때론 등산복차림으로, 또는 성직자임을 증명하는 전례복 차림으로 원주민들과 함께 어울린 선교사제들의 야윈 모습을 바라볼 때면 안스러움과 안타까움의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국외방선교회가 큰 마음먹고 투자, 마련했던 이번 전시회는 한국교회 2백년사상 처음으로 외방에 선교 사제를 파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첫째 목표였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를 통해 외방선교회는 아직도 부족한 인식과 이익은 커녕 투자만큼의 수익도 되찾지 못한 현실 앞에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했다.
그럼에도 불구, 관계자들은 기대보다는 적은 수였지만 사진전을 보아준 사람들의 정성을 큰 성과로 보고 있었다. 常夏의나라에서 더위와 말라리아와 독충과 싸우며 사랑의 씨앗을 심고 있는 우리 선교사제들의 모습을 한사람이라도 더 보아준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사진전에 전시된 작품들은 한국외방선교후원회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양방수(바오로)씨가 지난 3월과 4월에 걸쳐 파푸아 뉴기니를 방문, 한국선교사제들이 사목활동을 직접 촬영했다는 점에서 크게 돋보이고 있다.
한국외방선교회가 파푸아 뉴기니로 첫 선교사제를 파견한 것은 81년 11월. 한국외방선교회출신 첫 사제 김동기 신부를 비롯, 자원한 방상복ㆍ연제식ㆍ김진형 신부 등 4명의 파견사제는 현재「마당」교구에서 탁월한 사목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모두 주임신부로 활동하고 있다. 특별히 기리본당주임 연제식 신부는 이미 새 본당 건립을 완성, 10월 24일 축성식을 앞두고 있고 왈리움의 김진형 신부도 1백3위 한국성인성당 건립을 위해 귀국, 순회모금활동을 전개하는 등 적극적이고 의욕적인 사목자의 자세를 펴 보이고 있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한편 외방선교회 관계자들은『그동안 4명의 선교사들은 모두 말라리아 등 풍토병에 걸려 목숨까지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고 전하면서『그들의 놀라운 의지와 정신력은 바로 2백년 역사에 바탕을 둔 한국교회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이번전시회를 통해 외방선교에 대한 신자들의 이해부족을 다시한번 강하게 느꼈다』고 말하면서『이제 우리도 주어야할 때임을 다시한번 호소하고 싶다』고 안타까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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