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민극가 스테파노는 1787년(正祖11)경 인천(仁川)의 양반 집안에서 출생하였다. 본래 그의 집안은 외교인이었으며 그는 어렸을 때 일찍 모친을 여의고 부친 밑에서 자라나게 되었다. 온화한 성격을 가진 반면에 냉정한 판단력의 소유자로 부친과 형제들과 함께 입교한 후로는 천주교의 교리를 솔직하고 공공연하게 실천하였다. 20세 쯤에 이르러 교우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였으나 얼마 안되어 아내를 잃고 홀로 생활하였다. 그러던 중 친구들의 반복된 권고와 부친의 의견을 따라 억지로 재혼을 하게 되었지만 재혼한지 6, 7년만에 다시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둘 사이에 있던 외딸마저 얼마 안가서 죽고 말았다.
다시 혼자 몸이 된 스테파노는 이리저리 교우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을 격려하거나 가르치고、한편으로는 자선사업과 외교인들을 위한 전교활동을 하여 많은 사람들을 입교시켰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그는 종교서적을 베껴 판 돈으로 자신의 생활비와 애덕행위에 충당하였다. 그의 열심은 항상 타는 듯하여 진실된 신앙생활로 교우들의 모범이 되었으며 이에 선교사들은 그의 열성과 박애심을 높이 칭찬하여 회장(會長)으로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회장으로 임명된 후 그는 보다 열성적으로 일을 하여 교우들에게 많은 이익을 주었다. 서울과 지방을 오르내리면서 외교인들을 회두시키고、냉담자들을 권면하여 열성적인 교우로 만들며、약한 사람들과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교우들을 보살펴 주고、교회에서 요구하는 것이면 어떠한 어려운 일이라도 솔선하여 맡아 보았다.
1839년 기해교난(己亥敎難)의 박해가 거의 끝날 무렵 스테파노는 밀고되어 체포당하였다.
그는 곧 포청(捕廳)으로 압송되어 포장 앞에서 신문을 받게 되었다. 포장은 우선 관례적으로 그를 향하여『천주교를 버리겠다면 지금이라도 놓아 주마』하고 말하였지만、그는 지금 당장 죽음을 당한다 하여도 절대로 배교는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포장은 포졸들에게 주뢰형(周牢刑)과 함께 꼬챙이로 찌르도록 하면서 다시 배교하고 석방되라고 외쳐댔다. 스테파노는 그러한 형벌쯤이야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하고는、『만약에 나를 놓아주면 보다 열심히 천주교를 봉행할 뿐만 아니라、다른 외교인들에게도 전교함으로써 그들을 회두시키겠읍니다』라고 신앙심을 확고하게 말할 뿐이었다. 포장은 이 말에 더욱 화가 나서 치도곤(治盜곤)을 치도록 명한 다음、『이놈은 죽어 마땅한 놈이니 사정을 두지 말라』고 말하면서 직접 한대 한대씩 살펴보며 포졸들을 독려하였다.
치도곤이 40대에 이르자 포장은 그의 신앙심을 이겨낼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는 옥에 가두도록 하였다.
옥에 갇혀있으면서 스테파노는 형벌로 인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배교자들을 꾸짖으며、죽음을 두려워하여 결심이 약해지려는 사람들을 권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눈에 띄게 효과를 나타내어 약한사람들은 다시 굳은 신앙심을 갖게 되었고 金 도미니꼬와 李 고스마같은 배교자들은 용감히 배교를 철회함으로써 훗날 교수형(絞首刑)을 받고 순교함에 이르렀다. 스테파노는 포졸들과 옥사장들을 상관하지도 않고 교우들을 위하여 자신이 할수 있는 말은 모두 말해주었다. 이제 그의 얼굴은 죽음을 초월한 사람처럼 평온하게보였다.
이튿날 형리들은 스테파노를 다시 법정으로 끌어내어 고문을 하고 30대의 곤장(棍杖)을 더하여 때렸다. 그러나 그것으로 형리들은 원하던 승리를 얻을 수는 없었으며、다만 스테파노가 예수 그리스도의 용맹하고 충성스러운 제자라는 것을 다시한번 증명해줄 뿐이었다. 관원들은 이제 그의마음을 꺾는다는 것이 무모한것이라 생각하고는 더이상 다른 사람들을 권면하지도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될수있는 대로 일찍 처형하기로 작정하였다. 이제 그는 자신이 바라던 순교의 영광이 바로앞에 닥쳐왔음을 알고는 오직 주님을 위하여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스테파노는 옥에 갇힌지 5、6일 후인 1840년 1월 30일(陰 12월 26일)에 교수형을 당하여 순교에 이르니、이때 그의 나이는 53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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