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인、약간 중년을 넘어선 부인이었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나 소화가 되질 않고、가슴이 답답하고、뒷목이 뻣뻣하고、목에 무엇이 넘어가지 않고 붙어있는 느낌이 있으며、밥맛이 없다고 호소하였다.
증상이 시작된 것은 결혼후부터 였으며、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현재까지 견디어 왔다고 한다. 이제는 집안식구들도 자신의 마음을 상하게 하질 않는데 몸은 점점 괴롭다고 호소하였다.
남편이 식사를 준비해서 밥상을 바치는데도、모든것에 재미가 없고 살맛이 없다는 것이다. 본인 자신도 빨리 회복하여 집안일을 하고자해도 그저 죽고만 싶은 심정이란다.
머리에는 과거의 생각들이 맴돌아 남편이 아무리 잘해도 거짓으로 잘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고맙지가 않다고 한다.
부인의 과거에 있었던 경험은 다음과 같았다.
결혼을 하고보니 시어머니는 부인을 괴롭히는 일이 일상생활의 전부이다시피 매사에 간섭하고 부인을 쫓아내려고 시도하였으며 더우기 분했던것은 남편이 자기 어머니에 동조하여 부인을 학대하였다.
부인은 견디다 못해 시집을 나가겠다고 선언을 하였다.
그제야 남편이 어떻게 하면 같이 살겠는가고 애원하여、시집을 떠나 다른곳에서 살면 같이 살겠다하니、결혼 8년만에 시집을 떠나 다른곳에서 셋방살이를 시작하였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삯바느질、공장에서 직공노릇、또는 하숙생을 치루면서 경제적인 독립을 하게 되었다.
어느정도 살게되면서 다시 시댁 식구들과 같이 살아야 되었고、시누이ㆍ시동생들을 결혼 시켜 분가시키는 일까지 책임을 져야되는 어려움을 겪지않으 면 안되게 되었다. 다시 결별선언、후퇴가 반복되면서 부인은 같은 고통을 견딜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자신을 구박하던 시어머니는 중풍으로 넘어져 며느리의 시중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되었고 그나마 부인의 건강이 나빠지자 둘째아들댁에서 모시게 됐다.
아들도 취직하여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는등 근심은 없어졌으나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기싫고 살기조차 싫은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증세는 심화됐다.
고부간의 문제는 지구상에 살고있는 인간들의 공통된 문제다. 어느나라든지 고부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식중에 부모를 공경하여야 된다는 전통적인 가정교육이 이어져왔다.
이 교육은 올바른 교육이다. 그러나 가정내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나이든 어른이 인격적으로 성숙하여야만 우리의 전통적교육과 의식이 실효를 거둘수 있다. 만일에 가장 웃 어른이 자신의 성격적인 결함을 노출한다든지 신경질을 부린다든지 나이가 많다고 아랫사람을 종부리듯이 부린다든지 또는 어른 자신이 기분이 좋으면 잘하고 기분이 나쁘면 언제 잘했는가 싶게 성질을 부린다든지 하면 아랫사람은 억울해도 말을 못하고 부당한 대접에 대해서 항의할 수도 없는 실정이 되고만다. 이때 아랫사람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미움 적대감등이 인체에 신체적ㆍ생리적ㆍ심리적반응을 일으켜 두통ㆍ현기증ㆍ변비ㆍ소화장애ㆍ불면증 또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관절에 통증이 올수도 있다. 이러한 심리적 적대감으로 인해 생긴 육신의병은 따뜻한 사랑으로 치유해야만 저절로 완쾌 될수있는것이다.
이 부인의 경우도 과거의 부당하게 받았던 기억이 떠오르면 시어머니를 잘 보살펴주고 싶다가도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여러가지 신체적인 증상들이 악화됐다. 이와같은 자신의 실정은 어떻게 할수 없는 어려움에 처하여 누구에게 말도 할수 없는것이다. 시어머니가 잘못했던 과거기억을 남에게 이야기라고 해서 털어 버릴수 있으면좋겠으나 누워서 침뱉기식인 말을 누구한테 할수 있겠는가.
거기에다 설상가상으로、결혼초기부터 중반까지는 시어머니의 영향을 받던 남편、그러나 이제 부인에게 아무리 잘해도 믿을수없는 남편의 얌체적인 태도가자주 되살아 날때는 차라리 죽어서 괴로운 마음을 없애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이 부인에게는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있는듯했다. 듣는 과정에서 과거의 아픔이 바로 오늘의 행복한 현실의 밑거름이었다는 측면을 생각하도록 도움을 주기도했다. 부인은 현재 지나친과거의 집착보다는 정리되고 여유있는 현실에대한 긍정 그리고 곧 맞게될 며느리에 대한 기대등 시어머니로서의 자신의 좋은 역할을 보다 열심히 생각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부인의 가슴은 더 이상 답답하지 않게 되었고 죽고싶은 생각도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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