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소개로 진료실을 찾은 40대 주부였다. 그의 괴로움은 시어머님이 몇개월전에 돌아가셨는데도 밤이면 그 시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리고、잠이 오질않으며、두통이 심하여 견딜수가 없다는 것이다.
부인은 그동안 모든 어려움을 신앙생활로 극복해왔는데、이같은 현상은 병인것이 분명하다고 느끼고 치료를 해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떤 종교인처럼 모든것을 하느님에게 의지하고 기도하면 낫는다는 어리석음이 없는 현명한 주부였다.
부인의 말씀은 다음과 같다. 결혼후 현재까지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아왔으며 6년전부터 시어머님의 건강이 악화되어 수족을 움직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6년동안 남편과 자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게 모든 어려움을 견디어 내면서 부인 자신의 괴로움을 집안 식구들에게 노출하지 않고 신앙인으로서 온갖 정성을 다하여 간호하여 왔다. 간호하는 동안 시어머님 방에 들어가려면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참고 똥 오줌을 치우면서 자기 자신과 싸워 이겨나갔다.
간호할때 마다 자기 자신의 인간적인 한계에 매번 부닥쳐야 되는 현실에 부닥쳤다. 신앙인으로서 불구가 된 시어머니를 간호하는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고、집안식구들도 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집안 식구들은 부인이 시어머니를 모시고 간호하는 일때문에 불평을 하거나 간호를 거역한 일이 없기 때문에 부인의 마음의 어려움을 헤아리질 못하였다. 부인은 6년동안 간호에 지쳐 남편에게 협조 요청을 하였다.
간호할 사람을 구해 달라는 요구였다. 남편은 고려하겠다고 약속해놓고 6개월이 넘도록 부인의 요구에 대한 반응을 실행하질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부인은 마음속에 반발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분노와 좌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부인은 내가 없어지는것이 상책이란 느낌을 받게 되었고、자신이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주위 사람들의 나를 무시하는 느낌、나를 함부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부인은 남편에게 자기를 무시한다고 항의하였더니、옆에 있던 아들이 신앙인으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오히려 항의하였다. 이때 부인은 정신적인 충격을 결정적으로 받았다. 아들만은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리라 믿었던 자신의 믿음에 칼질을 한 것이었다.
부인은 시어머니의『네가 어떻게 그럴수가 있느냐』는 말에 걸려 인간으로 할수 있는 온갖 정성을 다 했건만 아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
또한 부인 자신은 하느님은 항상 자신의 편이라 믿고 모든 일에 성의를 다해 살아왔다. 그러나 남편ㆍ자식의 반응은 오히려 부인의 반발에 그럴수가 있느냐는 표현을 했을때、인간의 한계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다.
결혼 후 지금까지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과 살았다는 부인 자신의 찢어지는 가슴을 어찌할수 없었다.
그러나 부인은 주위 사람들과 항상 웃으면서 살아왔고、신자들은 부인을「태양같은 여자」라고 표현하였다. 치료과정중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인은 자신의 괴로움과 어려움을 가족들과 상의하지 않고 본인 혼자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둘째 부인은 자신의 마음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을 계속함으로써 모든 정력을 소모하였으며 자신이 허약한 인간이란 것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셋째 자신의 어려움을 인간적으로 서로 협조하면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하느님과 부인 자신 사이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넷째、부인은 모든일을 완벽하게 해결하여 주위사람으로부터 완벽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려고 했다는 사실들이 지적되었다.
부인은 남편과 자식에게 그동안 자신의 인간적인 어려움을 토로할수 있었고 부인도 나약한 한 인간이란 사실을 가족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어 편안해졌고 가족들은 부인의 그동안 아픈 마음을이해하려고 노력 하였다 부인은 그동안『아니오』『할수없다』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아니오』란 말을 하게 될때 그것이 차라리 인간적이란것을 깨달았다.
부인은 기도할때『내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교만했던것을 용서해달라』고 소리내어 기도할수 있어 마음이 편안하다고 실토하였다. 누가 이 부인을 완벽한 인간으로 만들려고 했던가 의문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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