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을 보내면서 아직 우리의 마음에 남아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신자들은 우리신앙의 선조들이 세계만방에 공경의 대상으로 선포된 시성식이라고 의심없이 대답할수있을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중 이루어진 1백3명 한국순교복자들의 시성 선포식은 2백년 역사의 젊은 교회로서는 다시없는 영광과 축복의 대제전으로 기억되고 있기때문이다.
시성식과 함께 또 많은 사람들은 그 시성식을 주례한 눈에 보이는 최고 목자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방한을 떠올릴수 있을 것이다. 박해와 시련을 이기고 자라나온 한국교회의 2백년은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사목방문으로 더 할 수없는 경축의 의미가 부여됐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교황성하의 방한-사목방문은 이땅의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고 볼수있다.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 행사 위원회(위원장ㆍ경갑룡 주교)는 80년11월21일 2백주년 주교위원회 산하위원회중 하나로 출범했다.
각종 문화행사ㆍ잔치등외형적 행사를 통해「이땅에 빛」으로서의 교회모습을 새롭게 구현하는것이 바로기념행사위원회의 임무였다.
기념영화 연극공연ㆍ국제미술전ㆍ문학행사ㆍ음악제를 비롯 교회사ㆍ사회과학분야 등등 다채롭게 마련된 각종 기념문화행사 가운데 교황방한과 1백3위 시성식은 당연 돋보였다. 일반적으로「교항성하를 모시는부서」로 통할만큼 기념행사위원회의 촛점이 교황방한쪽으로만 집중돼 약간의 우려를 자아내면서도 최대의 손님을 맞기위한 준비는 최대의 정성속에 단계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82년 7월、「기획분과위원회」「신앙대회분과위원회」「섭외분괴위원회」「홍보분과위원회」「문화행사분과위원회」「재정분과위원회」등 6개 실무분과위와 심의기구인「상임위원회」등으로 실무기구가 형성되었고 이어 위원회별로 실무봉사자팀이 구성되면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당시、사령탑 경갑룡주교는 한바탕 치르고나면 그뿐인 겉치레 행사라는 누명(?)을 사전에 예방하기위해「선교적」이고「사목적」이며「영성적」이어야한다는 세가지 명제를 기념행사위의 기본정신으로 설정、발표하고 제반 준비과정에서부터 기본정신이 스며들도록 배려했다.
행사가 행사이니만치 기념행사위의 준비과정중 교황방한부분에 있어서는 약간의「이야기거리」가 뒤따라 다녔다.
사목방문이 분명하면서도 국빈일수밖에 없는 교황방한성격에 대한 불투명한규정문제、신변의 안전을 최우선에 놓는다는 점에는 일치하면서도 방한시기및 일정에대한 엄격한 통제문제는 교황방한이 끝날때까지도 삭지않는 앙금으로 남아있어야했다.
그러나 그 같은 지적은 인간적인 눈으로 볼때 드러나는 분석일뿐이었다. 정확한 좌표를 알지못하고 출범했으면서도 기념행사위는 결국 항로를 이끄는「분」께대한 신뢰와 믿음의 힘으로 목적지에 안착할수가 있었다. 그 믿음의 힘은 수많은 인파가 한자리에 모인 여의도 시성식、신앙대회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4박5일동안 무려 20여차례로 이어진 각종만남도 오직 최고목자에 대한 최대의 존경과 사랑을 표한 신자들의 말없는 협력속에 무리없이 치뤄낼수가 있었다.
조그만 한반도、그것도 반쪼가리땅을 온통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교황은 이땅 곳곳에 믿음과 소망 그리고 사랑의 싹을 심고 떠나갔다. 모든 만남을 통해 교황은 이제 순교의 시대는 지나가고 증거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 설파했다. 「증거의 시대」순교의 피로 적셔지고 일구어진 이땅을 증거로 꽃피우라는 교황의 당부는 2백년대를 보내고 3백년대로 들어선 한국 교회에 대한 결정적인 방향제시가 아닐수 없었다.
「프로」가 아닌「아마추어」들이 빚어냈다는 점에서 약간은 엉성하고 투박한 부분이 눈에 띄기는 했어도 교황방한의 열기는 제반 기념행사의 분위기마저 흡수해 버린듯했다. 교황방한과 함께 각종 기념행사들은 그분위기에 편승、기대이상의 효과를 가져오리라던 전망은 깨끗이 무너졌다.
오히려 각종 문화행사들은「교황방한」「시성식」등 굵직한 행사의 위력앞에 위축돼 본래의 향기조차 내지못했다는 점에서 기념행사위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무수한 땀과 눈물을 쏟으며 최선을 다했던 기념행사위 앞에는 눈에 보이는 칭찬、손에 잡히는 선물대신 이땅 전역에 증거하는 삶을 확산시키는 막중한 임무가 남겨졌다.
여기서 2백주년의 기치로 내걸었던「이 땅에 빛을」보다 넓게、보다 깊이 이 땅 곳곳에 뿌리고 심어야하는 기념행사위원회의 역할은 이제부터 시작이어야 한다는점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사실 2백주년 준비가 시작되고 마무리단계인 현재에 이르기까지「이땅에 빛」은 우리끼리의 구호였음은 아무도 부인할수 없는 반성점으로 지적되고있다.
한국 최대 규모로 일컬어진 신앙의 대제전 2백주년신앙대회와 시성식을 비롯갖가지 향취를지닌 문화행사들이 과연 이땅의 모든이들에게「이땅에 빛」이 되기위한 교회의 참모습으로 비추어졌는지는 반성의 여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2백주년 기념행사위원의 임무는 84년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아니라더욱 중요한 몫으로 되돌아왔다고 볼수있다.
『이제 우리는 2백주년에 높이 올렸던「이땅에 빛」이라는 깃발을 내립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 살아있는「이땅의 빛」이 되기위한 시작을 의미합니다.
지금부터 우리 모두는 참된 생명ㆍ진실을 찾고있는 이땅의 겨레에게 빛이 되어야 합니다』(12월 1일 2백주년 기념폐막미사중강론을 통해 지적한 김추기경의 선언).
교황방한의 기쁨、시성의 영광을 선교 3세기로 이어가는 우리 모두의、특별히 기념행사위원회의 다짐이 되어야한다는 사실을 밝혀두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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