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의 해 2000년 대희년을 마감하고 새해를 맞았다. 지난 1년, 2000년 대희년은 가톨릭신자들에게는 가장 은혜로운 한해였다. 그 누구보다도 바티칸 주재 한국대사관의 수장 배양일 대사(안드레아)의 2000년 대희년에 대한 감회는 남다르다.
연중 계속되는 대희년 행사로 전세계 순례객들로 항상 붐볐던 역사의 현장 바티칸에서 구세주 강생 2000년 대희년을 지켜보았던 「배양일 대사로부터 들어보는 2000년 대희년」에 대한 감회를 들어본다. 지난 한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남북정상회담의 주역 김대중 토마스 모어 대통령의 교황청 국빈방문을 성사시킨 장본인 배양일 대사의 소중한 글을 소개한다.
역사적인 대희년에 대한 인류공영의 기대속에 대희년의 시작은 99년 성탄 자정미사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갈망하는 세계 10억5천만 가톨릭 신자들의 간절한 기도와 함께 전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교황의 새천년 성문(HOLYDOOR) 통과의식을 시작으로 장엄하게 진행됐으며 교황은 세계의 평화를 호소했다.
이제 다시 1년만에 대희년 2000년의 마지막 성탄미사는 특별한 은총의 의미와 너무 많은 미사참례 신청자 때문에 종래의 관례를 깨고 베드로 성당에서 한겨울 추위에도 불구하고 베드로 광장으로 옮겨 무려 3시간 동안 수십만의 참배객들과 함께 교황은 성탄미사를 장중하게 거행했다.
이제 대희년의 마감을 며칠 앞두고 지난 한해 세계의 평화와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한 교황의 신념의 표출이며 나아가 교황청의 의지에 무관심한 자들에게는 무언의 경종을 주는 것 처럼 느껴졌다.
순례객 대홍수
대희년의 유럽표정은 한마디로 순례객과 관광객의 홍수속에 몸살앓는 로마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희년 관광객 유치를 위한 성공적 홍보전략으로 대희년의 종교적 의미와 관광기대심리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평소 2천만명 정도의 로마 관광객의 배에 달하는 3천만명 내지 4천 4백만명을 동원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예상을 가능케 한 것은 세계 10억5천의 가톨릭 인구를 고무시킨 대희년의 베드로 성당 성문통과가 종교적 의미에서 죄의 사함과 하느님의 은총으로 해설된 이유가 한몫을 크게하여 대희년 12월 중순 현재 3천2백만명의 순례객이 베드로성당 성문을 통과한 기록을 들어 보면 그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교황청은 이러한 대규모 순례자를 맞기 위해 미켈란 젤로가 설계하여 120년 공사 끝에 완공돼 1626년에 교황 우르바노 8세 때에 헌당된 베드로대성당을 금번에 보수 및 복원공사를 통해 최신 복원공법을 이용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대성당을 웅장함과 아름다운 모습을 옛 그대로 재현하여 순례객의 감돌을 자아냈다. 바티칸 박물관내 시스틴 소성당의 벽과 천장화도 지난 10여년간 일본NHK가 투자하여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벽화와 천지창조의 천장화를 선명하게 복원함으로써 예술의 극치를 감상하려는 관광객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이태리도 넘쳐흐르는 관광객을 위해 많은 배려를 강구하여 레오날드다빈치 공항의 현대화 작업에서부터 문화재 보수 및 거리단장에 이르기까지 보수공사 덕분에 건설공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로마 시민은 관광객에게 시달림은 물론 교통불편과 소음, 먼지 공해도 겪었다. 이 와중에 약 30만 정도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순례객과 관광객들은 깊은 신앙심으로 교회를 찾아 기도하는 모습은 대희년의 은총을 받기에 충분했으며 이 기회에 로마의 일부 교민들은 민박업체로 변신하여 상부상조의 정신을 발휘함은 물론 IMF로 문닫았던 한국식당도 재개업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교황의 대희년 활동
교황의 대희년 활동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벅찬 감이 있다. 대희년 기간중 교황의 공식미사는 총 120회로서 주25회에 통산 2시간 이상의 미사를 직접 집전하였으며 종전 주1회 교황의 일반알현은 주2회로 증가되어 베드로 광장에서 시행하였고, 매주 일요일 정오는 거실 발코니에서 통상 5만명 정도의 순례객에게 안젤루스기도와 함께 주요성명을 발표하였다.
매일 새벽에는 개인미사를 집전하면서 특별알현자들을 만나는 등 빈틈없는 일정이었다. 특히 대희년 기간중 교황청을 방문하는 많은 국가원수와 단독 정상회담을 하는 한편 해외성지순례도 2월에 이집트 3월에 이스라엘과 요르단 5월에 포르투갈의 파티등 3차례 해외 나들이로 거재함을 과시했다.
한편 대희년 기간중 미사는 그마다 의미와 특징을 나타내고 있었다. 약 20회의 미사는 근로자, 군인 및 경찰 장애자 등을 위한 미사로서 사회 각 분야를 골고루 배려했고, 특히 대희년 세계성체대회와 세계청년대회는 우리나라 각교구 및 해외교포 신자들과 학생들도 대거 참가하여 국위를 선양한 큰 대회였으며 8월 15일 볼베카타 대학 세계청년대회에 운집한 200만명의 순례객들은 로마 최대의 인력동원 기록을 세웠고 교황은 흥분된 어조로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준 대행사였다.
그 반면에 지난 10월의 중국인 순교자 120명에 대한 시성식은 그 대상이 중국 인민정부 수립에 반대한자 라는 이유로 중국정부에서 비난한 사례도 있었다. 한편 전세계는 교황의 건강에 관심을 보이면서 대희년 축제를 앞두고 염려한 적이 있었다.
현재 80세의 교황은 78년 취임후 22년 되었으며 재임기간으로는 역대 교황중 6위로 권좌에 재위하고 있다. 취임초기와는 달리 좌측손이 파킨슨병으로 떨리고 보행이 불편하며 말씀은 발음이 어눌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건강을 염려하기도 하는데 이 와중에서 지난 1월초 독일의 레만 주교와 10월의 브르셀의 다니엘 추기경으로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교황의 하야를 거론하여 교황청을 긴장시켰고 오히려 교황은 더 많은 미사와 행사를 집전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으며 금번 성탄절 미사도 옥외미사를 추위속에서도 감행한바 있다.
지난 12월 초 교황의 새벽미사 참석후 특별알현한 충남 심대평 지사는 교황의 모습이 매우 건강하게 보인다는 평가에 나도 동감하고 싶다.
사실 교황은 상황의 파악 및 판단력을 완벽하다는 말을 전해 듣고 하느님의 성령으로 기도드리고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사명의식은 교황으로 하여금 더 기도할 수 있는 건강과 정신력의 은총을 갖게 하신 것이리라.
수교후 첫 국빈방문
다음은 지난 대희년 한해동안 대사관 주요행사 및 주재국 현안을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 내외분의 역사적인 교황청 국빈방문이 64년 양국수교후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지난 30여년간 각료급의 개별방문은 있었으나 우리나라 첫 신자 대통령으로서 많은 정치적 난관 끝에 대통령 당선후 대희년 초기에 교황청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뜻있는 순방이었다.
교황청은 대희년의 바쁜 일정상 외국국가 원수의 방문을 사적방문이나 공식방문의 격으로 영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최고예우의 국빈방문을 고사한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대희년 이전에는 프랑스와 이태리 대통령이 가톨릭 국가원수로서 교황청을 국빈방문한 경험이 있었다.
우리의 국위선양을 위해서는 대희년 경우에도 국빈방문을 위해 노력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간의 주재국과의 유대관계를 이용하여 관련부서의 장관들에게 수시 방문하여 국빈방문의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역설한 바 부총리격인 국무성 1장관에게서 국빈초청 외교문서를 전달받고 크게 기뻐했던 경험을 잊을 수 없으나 그에 앞서 교황청에서는 김대통령의 그간의 민주화 업적에 대한 평가로 최고 영예의 국빈방문이 성취된 것으로 믿는다.
예정된 계획대로 김대통령의 교황청 국빈방문은 최고의 의전절차를 갖추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으며 김대통령의 교황과의 대담중에 교황의 북한방문 건의는 갈수 있으면 기적이라는 교황의 답변내용은 김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성명과 함께 세계적인 권위인 바티칸신문인 로세르바토르 로마노 신문에 톱기사로 채택되어 세계로 전파되었다. 김대중 대통령 내외분의 교황청 국빈방문이 일정은 비록 짧았어도 그 방문의 상징적 의의와 홍보효과는 전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제고에 크게 기여하였음을 확신한다.
교황 방북문제와 대북관계
교황의 방북문제와 대북관계 개선은 김대통령의 교황청방문시 교황께 북한방북을 건의할때부터 화제가 되었다가 지난 4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발표가 있자 관심이 증대되기 시작했지만 교황청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여부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교황청에서 보내온 외교노트는 남북회담을 축하하며 관심있게 지켜보겠다는 의례적 반응뿐이어서 관계장관을 방문하여 금번 남북정상회담의 의의 및 성공가능성을 설득하면서 세계평화의 상징인 교황께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환영성명이 절실함을 설명하였고 1처장관은 솔직히 북한의 벼랑끝 전술로 인해 회담가능성에 회의를 품고 있었음을 밝히고 나의 설명에 감사를 표명하고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받고 다음날 교황의 남북정상회담 특별성명 결정을 통보받는 기쁨을 잊을 수 없었다.
특별성명은 상부지시에 의해 위성중계로 한국에 전파되었다. 곧이어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대통령의 교황방북 초청요구가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수락됐다는 뉴스는 이곳 교황청과 우리대사관을 관심의 초점으로 격상시켰고 기자들의 인터뷰요청이 쇄도하였다.
이러한 관심은 교황의 방북의미가 폴란드의 자유화와 쿠바의 개방을 가져온 것과 같이 한반도에도 평화와 화해가 정착되면서 아세아와 세계의 평화에 기여한다는 기대감 때문인 것이다. 사실 교황청은 96년 이래 지난 11월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북한에 외무차관을 대표로 파견하면서 매방문시 상당량의 식량, 약품, 의료장비 등을 계속 지원해왔다.
그런데 지난 11월의 밀리오레 외무차관의 북한방문은 북한 김위원장의 교황초청 언급 이후의 방문이기 때문에 어느때보다 관심이 고조되었고 사실 북한 외무부부상과 카톨릭협회장도 여러가지 논의가 있었음을 전해들었으나 교황청의 공식발표가 있기까지는 주재국대사가 미리 내용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교황청에서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북한에 보여준 것과 함께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와의 긴밀한 협력이 진행될 것임을 나에게 시사하고 있다. 김대통령께서도 노벨평화상 수상후 회견에서 교황청에 북한의 긍정적 반응을 전했다는 소식은 우리 모두의 바람인 교황의 방북실현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것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3000명의 가톨릭신자들이 교황의 방북 분위기를 성숙시키고 신부수녀 및 주교 한명 없는 북한에서 최소한 성직자가 상주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야 할 것 같다.
주 교황청 대사의 역할
끝으로 주 교황청 대사의 역할은 교황의 세계적 영향력과 교황청의 대북관계 개선의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임을 인식하고 대사의 역할과 보람은 자기 위상의 중요성을 인식할때 사고영역과 의욕은 비례할 수 있다는 철학으로 주교황청 대사임을 더욱 자부하면서 남은 임기를 조국에 보답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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