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들 중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현대 세계의 사목현장」이다.
바로 이 부분의 내용에 초점을 맞춰 일본 문화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문제인 토착화, 또는 문화적 강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50년대 중반 일본에서는 선교 노력이 소용없다는 의식이 있었고 이는 가톨릭 교회 안에서 문화적 적응에 대한 논의를 불러왔다.
전후 가난하던 시절에 세례받는 사람들의 수는 기적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하향 추세가 이어져 현재까지 가톨릭 인구는 43만명 전후에 어물러 있다.
소수 종교인 그리스도교는 일본 교회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
때로는 일본 교회가 로마 교회보다도 더 로마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일본의 수도회들은 동양의 영성을 갖고 있지 않다.
삼천년의 오랜 명상의 전통을 지닌 동양의 영성으로 현대 일본 교회에 바람을 불어넣지 못하면 일본 교회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일본에서는 공의회 이후 60년대 후반에 토착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문화적 적응은 단지 의상의 변화가 아니라 복음이 참으로 그 지역의 문화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동안 「이식」이라는 말이 사용됐다. 동양의 땅에 서양의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땅을 파고 그 지역에서 성장할 나무를 심어야 한다.
다음에는「일본화」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이 때 일본의 모습이 무엇인지 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전적인 의미에서 일본화를 시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일본은 이제 서양과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즉 우리에게는 우리의 고유 문화 안에서 이루는 현대화가 필요하다.
일본은 메이지시대에 문호를 개방한 이후 서양문화와 더 많이 접촉하지만 오랜 전통을 지닌 동양 문화로 형성된 일본의 정서와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새 문화와 접촉할수록 부조화나 불일치의 감정도 커진다.
아쿠타가와 류노수케, 엔도 슈사쿠 등 일본 작가들이 이 주제를 다뤘다.
이들은 선교를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라 일본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적 구조가 서양식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이는데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는지를 밝히려 노력했다.
문화적 강생의 개념에 관해 설명하고자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본다. 성탄절이 그 하나이다.
그러나 여기서 일본은 구세주 예수가 빠져 있다. 그저 선물을 받는 즐거운 날이다.
조용히 기도하면서 그리스도가 오는 대림시기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미래에 정신적인 차원으로 성탄절을 승화시키기 위해 애써야 한다.
일본은 축제의 나라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성탄절은 사람들이 그리스도교와 친숙해지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가톨릭 교회에서 세례받지 않은 사람들은 가톨릭 미사에서 성체를 받아 모실 수 없다.
이는 바티칸공의회 이후 크고 작은 교회 일치 모임들에서 종종 갈등의 원인이 되어왔다.
이질 문화가 만나는 곳에 현대화가 항상 요청되지만 동질 문화의 사람들이 만나는 곳에서도 현대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구원을 위해 세례가 필요하다는 교리도 커다란 어려움이다. 한 사람이 세례받지 않고 구원될 수 있다면 종교들의 명목상의 차이만 있게 된다.
그렇다면 대화가 필요한 곳은 어디인가? 우키무라 칸조의 「교회 없는 그리스도교」이론은 일보의 문화적 강생의 두드러진 예이다.
그는 세례성사나 성체성사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며 신앙과 성서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일본에서는 성체를 받아 모시는 방법의 사소한 변화로 20년전에 큰 논쟁이 시작됐다.
다행히 그 논쟁은 잠잠해졌지만 그 주제를 다루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어쨌든 전례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고 이를 절대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문화적 강생의 측면에서 일본 교회의 과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미흡했다. 일본 교회는 작고 힘이 없지만 일본식의 모임들을 활용해 동서양의 문화적 교류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장차 일본에 기대되는 것은 종교간 대화와 문화 교류이며 이는 깊은 문화적 강생을 이루는 풍부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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