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눈으로 본다면 이 세상 삶터가 우주의 섬일 수 있다. 초록빛 숨결이 살아 있는 섬, 이런 우주의 시간 속에서 새해라는 것은 더 큰 기도를 위해 마련된 시간의 매듭을 뿐이다. 사막의 바람 같은 적막을 깨고, 그리운 인정의 골목으로 들어서도록, 우리는 이 아침 새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리자. 가까운 사람에게 기쁨을 나눠줄 동그라미를 , 이것이 가슴을 따듯히 덥혀주는 일의 시작이다.
한가지만 약속하자
날마나 아침이 기도를 위해 오듯, 새해는 더 큰 기도를 위해 오는 것이다. 새해 우리는 한가지만 약속하자. 많은 것을 바라면 실천할 확률이 적어진다. 한가지만 자신과 약속하자. 나만의 시간을 얻어 성실히 묵상하겠다는 약속, 우물 속에 들어가 앉아 좁아진 하늘을 쳐다보듯, 조용한 묵상에서 나를 되짚어 보는 약속이다.
덜대가치의 구현을 위한 반성, 화해 어느 하나만의 무게만으로도 양심의 저울대는 휘청거린다. 그러나 이에 앞서 성실이 따르지 아니하면 정직도 뒤따르지 아니한다. 묵상은 한마음으로 끝없이「나」를 찾아가는 현실적 방법이다.
하느님은 내게 어떤 삶을 살라고 하셨을까.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이다. 하느님은 내게 무슨 일을 하라고 이 세상에 보내셨을까? 이를 스스로 깨닫는 방법이다.
다른 말로 묵상은 자아의 발견이다. 나의 참 모습을 찾아내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알 수 있다. 햇볕이 만드는 그림자처럼 돈과 명예의 욕심이 만드는 그림자가 있다. 기런 그림자를 소멸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묵상은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신(神)적인 것과 대화하는 방법이다. 인간적인 언어로 설명도 규명도 안되는 하느님적인 것과 바로 연결하는 방법이다. 이 세상 삶터엔 정말 자유가 있을까. 이 세상 삶터엔 정말 참사랑이 가능할까. 세상의 삶테어 구현시키고자 하는 절대가치는 현상적으로 대상화 하여 내놓을 수 없고, 구체적 형태를 갖춘 객관적 실재로 내보일 수도 없다. 다만 우리 안에 품고 사랑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을 안을 수 있다. 이 바람을 낮은 목소리로 절규하며, 하느님에게 드어달라고 기도하는 것 아닌가.
하느님 말씀 묵상
하느님은 우리 안에 절대가치에 대한 그리움을 그 본질로 담아주셨기에 궁극적으로 이 절대가치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인간만 그리워하는 삶과 그리고 본질적인 것까지 그리워하는 삶까지 체험하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선택이다. 우리는 지혜로운 선택으로 삶의 가치를 극대화할 줄 알아야한다. 최근 필자는 한국시인협회가 낸 2000년 연간시집에 이런 시 한편을 넣었다.
기슭엔
모래들이 맨발이고
별밭엔
은하수가 맨발이다
맨발로 걸었던
나날처럼
하늘에서도
맨발로 걷고 싶다
하느님은
허락할까.
「맨발」 전문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는 묵상으로 올 한해 지구 한구석이라도 조용했으면 싶다. 그 한구석이 바로 이 땅일 때 사막의 바람 같은 적막을 물리치로 그리운 인정의 골목에서 우리는 두 손을 잡을 수 있다.
이 아침 새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리자. 가까운 사람에게부터 나눠줄 기쁨의 동그라미를 그리자. 이것이 가슴을 따듯이 열어주는 일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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