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아픔은 그것을 만들어 내는 당사자가 아닌 타인으로 하여금 그 아픔을 겪게 한다는 점에서 딜레마로 존재한다.
홍석현군과 같은 소년소녀가장도 그런 경우다.
이 시대에 아무 책임이 없는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 겪는 고통은 그것을 직접 겪어보지 않고선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이들에겐 가정의 회복이 곧 하느님 나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 가장 좋은 길은 이웃을 통해 가정의 사랑을 나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버려지는 아이들조차 적지 않은 오늘, 이들의 꿈은 꿈만으로 그치기 십상이다.
「아동은 사랑과 이해, 그리고 행복한 분위기의 가정환경에서 자라야 한다」는 당위성은 「소년소녀가장」이란 말의 존재 자체와 함께 빛을 잃는다. 「가장」이란 십자가 자체가 소년소녀들에게 지워져서는 안될, 선택 아닌 선택이기 때문이다.
가출한 지 몇 년이 돼도 소식없는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선택이란 없다. 많은 아이들은 돌아오지도 않는 부모를 기다리며 따뜻한 사정에서 자랄 기회마저 상실한 가운데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가정의 분위기를 나누는 것 또한 나누는 삶이다.
그늘진 곳에서 어른들이 뿌린 아픔의 씨앗을 삭이고 있는 소년소녀가장들, 이들에게 다가가는 길은 자원봉사나 물품기증 등을 통해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방법, 자매결연을 통해 사랑 속에 클 수 있도록 부모처럼 감싸 안는 방법 등 다양한 길이 있다.
반찬을 만들어 찾는다든지 결코 어렵지 않은 나눔을 통해 소년소녀가장을 찾는 발걸음들이 이어져 가장 작은 교회인 가정이 커지는 세상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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