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제 발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십시오.” … “목욕을 한 이는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된다. 너희는 깨끗하다.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다.”
발 씻음을 강력하게 거부했던 베드로가 이제 더 강력하게 발을 씻어 주시라고 청했다. 그런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으셨다. 그 이유에 대해 요한 크리소스토무스가 설명한다.
제 손과 머리도 씻어 주십시오
맹렬히 자신을 비하한 베드로는 주님의 뜻에 따르는 데도 맹렬합니다. 그의 이 두 가지 행동은 모두 사랑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께서는 … 당신 행동의 뜻을 설명해 주지 않으셨을까요? 베드로가 당신의 말을 납득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내가 네 발을 씻어 주려는 것은 네가 겸손한 마음을 갖도록 하려는 것이다’라고 하셨더라면, 베드로는 자신의 스승이 그 일을 하지 않게 하려고 앞으로 겸손히 처신하겠다고 천만 번이라도 맹세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가장 겁내고 두려워할 말씀을 하십니다. 당신과 떨어지게 되리라고 하십니다.
베드로는 끊임없이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물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나는 너를 위해 내 목숨까지도 내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하는 일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라는 말씀을 들은 뒤에도 베드로가 계속 고집을 부린 것을 보면, 그 행위의 의미를 들었더라도 계속 똑같이 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그 이유를 알아도 계속 고집 피우리라는 것을 아셨기에 “네가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하십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요한 복음 강해』 70,2)
세례 대신 발을 씻는 것인가?
테오도루스는, 사람이 깨끗하게 되기 위해서는 한 번의 세례만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베드로는 이미 요한에게서 용서의 세례를 받았으므로 발만 씻으면 되었다고 설명한다.
시몬은 스승께서 자기 발을 씻어 주시는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주님의 이 행위는 … 여러분이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열심히 돕도록 가르치려는 것이었습니다. 베드로는 그것이 주님의 의도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여전히 거부하는 그에게 또다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을 나누어 받지 못한다.” 이 말을 듣고 베드로가 이 발 씻음은 세례 대신이며 이로써 자신이 주님과 함께 몫을 나누어 받을 것이고 그리하여 자신이 온전히 씻겼다고 말할 수 있게 되리라고 믿자, 주님께서 그의 오해를 바로 잡으십니다. “목욕을 한 이는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된다. 너희는 깨끗하다.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다.”
이어서 복음사가는 주님의 말씀을 설명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당신을 팔아넘길 자를 알고 계셨다. 그래서 ‘너희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 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런즉 시몬에게 하신 주님의 말씀은 이런 뜻입니다. ‘이것은 죄의 용서를 위한 세례가 아니다. 너희는 이미 한 번 세례를 받았으니 또다시 받을 필요가 없다. 너희가 처음에 받은 세례로 깨끗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희는 발만 씻으면 되며, 곧 이 일의 뜻을 알게 될 것이다.’ 분명 제자들은 요한에게서 용서의 세례를 받았고, 우리 주님의 가르침은 그들을 덕으로 훈계함으로써 더욱 굳건히 해 주었습니다. 그다음엔 하늘에서 내려오신 성령께서 그들을 완전하게 만드셨습니다.(몹수에스티아의 테오도루스 『요한 복음 주해』 6,1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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