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열자니 눈물이다. 할머니는 소리 내 울었고, 할아버지는 말없이 눈물만 떨어뜨렸다. 귀한 딸자식을 잃을까 간밤에도 흘리지 못한 눈물이었다. 22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와 정신지체가 온 46살 딸이 이제는 암에 걸렸다.
이성우(아브라함·73·인천 고강동본당)·김영의(요안나·73)씨 부부. 부부는 뺑소니로 인해 보상조차 받지 못한 딸을 안고 파지와 고물을 주워 연명했다. 하루 종일 부부가 일해 번 돈은 3000원. 한 달 꼬박 일하면 20Kg 정도의 쌀을 살 수 있다고 했다.
부부는 그렇게 해서 번 돈과, 얼마 전 간신히 장애 1급을 받아 나온 딸의 정부보조금 30만 원으로 근근이 살아왔다. 정신지체로 대화가 잘 되지 않고, 마비로 평생을 누워 살아야 했지만 그래도 곁에 딸 이상예씨가 있어 행복했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할아버지는 이제 더 이상 파지를 주울 수 없게 됐다. 할머니도 2001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터라 몸이 약한데다가 지난해 심장병으로 심장판막이식수술까지 받았다. 할머니 혼자 파지를 주우러 나선 길은 멀고도 험했고, 다른 이들이 먼저 선수를 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노부부를 가장 시름에 젖게 한 일은 올해 5월 일어났다. 딸 이상예씨가 어느 날 하혈을 시작했다. 지팡이를 짚고 간신히 들어간 화장실에서 그가 말했다.
“엄마, 나 이제 죽을란가 보다.”
병원에서 진단한 이씨의 병명은 유방암 골전이. 매일 누워 약을 먹던 그에게 유방암이 찾아왔고, 암이 뼈로 전이된 이후에야 증상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딸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간병인을 써야 하는데 그것만 해도 하루에 7만 원씩입니다. 당장 검사비, 입원비, 수술비에 앞이 캄캄해서 하루는 옥상에 가서 둘이 하늘 보고 우두커니 섰어요.”
얼마 되지 않는 전 재산인 집은 이미 빚으로 넘어간 상태. 부부는 인근 복지관에서 주는 식사로 한 끼를 해결한다. 할머니는 자신이 죽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다면서 가슴을 쳤다. 5년 전 먼저 가슴에 묻은 이씨의 오빠도 노부부의 마음을 짓누르는 큰 돌이다.
“기도를 성의껏 못해서 그러나, 하느님이 이뤄주시지를 않아요. 할아버지는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매번 성당에 가는데 말이요. 진작 알았으면 저것이 살았을라나. 이 기사를 읽는 독자분들은 그저 다들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움 주실 분 702-04-107118 우리은행, 703-01-360433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