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와 ‘신앙’은 어딘가 닮았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 꾸준히 매진하다보면 어느 순간 형태를 갖춘다. 열성을 다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만큼 깊어졌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개인전을 여는 최용근(안토니오·성분도복지관 보호작업장 원장)씨. 그는 자신을 닮은 질박한 도자기 55점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작품은 항아리를 비롯 화분, 분수대, 화병, 필통, 시계 등 생활 안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도예는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박하고, 생활에 밀접한 대중가요와 같은 항아리들을 만들고 싶어요. 미(美)와 용(用)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저의 평생 숙제겠지요.”
실용적인 작품은 그의 본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성분도복지관(관장 김경한 수녀) 보호작업장의 장애인들과 함께 소금을 만들 황토도자기를 만들며, 작품은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일반 물건도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보니 좀 더 편하게, 좀 더 실용적인 디자인을 찾는 것은 그의 ‘버릇’이 됐다. 신앙을 만난 것도 성분도복지관에 입사하면서부터라니, 그의 삶 절반을 이루는 도예와 신앙을 모두 이곳에서 찾은 셈이다.
“처음에는 종교를 강요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면접도 보러가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어머니께서 권유하셔서 면접을 보고 입사했는데 이렇게 세례까지 받게 됐네요. 오히려 ‘수녀님들은 아무 이득 없이 어떻게 저리도 헌신적으로 일하실까’ 감명을 받아 가톨릭 신자가 됐습니다.”
혼자 교리공부를 하다가 수녀들의 도움을 받아 1년 만에 세례를 받게 됐다. 그렇게 신앙과 도예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의 생각과 작품의 깊이도 깊어졌다. 좀 더 자연에 충실하기 위해 화학유약도 쓰지 않고 최대한 자연적 이미지를 살린다.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배운 ‘인내심’도 그를 성장하도록 도운 질 좋은 거름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만들고 있는 소금항아리가 많이 팔려 장애인들에게 급여를 많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최용근 작가. 그의 꿈이 담긴 제2회 ‘최용근 개인전’은 14~31일 한국도자재단 파빌리온 전시장(구 이천도자기엑스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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