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폭우가 쏟아지는데 한 초등학교 농구장에는 태양이 작열한다. 3일, 수원교구 광주 엠마우스(전담 마우리찌오 신부)의 필리핀공동체 농구대회 결선이 있는 날.
조금씩 거둔 돈으로 멋진 유니폼을 맞춰 입은 ‘오포 보이즈(Opo boys)’와 ‘바랑가이 광주(Barangay Gwangju)’팀이 서로를 마주보고 섰다. 결승이다. 5월 1일부터 토너먼트 방식으로 계속돼왔던 여덟 팀의 접전. 오늘은 기필코 이겨야만 한다.
“오포 보이즈, 오포 보이즈, 슛. 예스! 쓰리 포인트, 오포 보이즈.”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해설이 제법 그럴듯하다. 농구대회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또한 ‘프로’다. 광주 엠마우스는 농구장을 대관해주는 일만 맡는다. 후원자를 구하고, 유니폼을 맞추고, 심판을 세우고, 상패를 마련하는 것까지 모두 필리핀공동체가 알아서 한다.
경기를 주관한 레오(필리핀공동체 이주노동자 대표)씨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함께 모인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며 “근무 중 받은 스트레스를 농구를 통해 풀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국기 색깔인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한껏 멋을 낸 해설자들은 신나게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다. 치열하게 이뤄지는 공격과 수비. 리바운드와 패스에 함성과 탄식이 교차한다. 40여 분의 전반전이 끝났다. 24:29, 바랑가이 광주가 지고 있다.
쉬는 시간이 되자 한 필리핀 여성이 나와 노래를 불렀다. 마우리찌오 신부도 신나 농구공으로 그들과 장난을 시작한다. 결혼이민여성의 아이들은 경기장을 가로지르며 뛰어다닌다. 후반전이 시작됐다.
“디펜스(Defence, 수비)! 디펜스! 디펜스!”
일터로 돌아갈 월요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이들은 고향을 그리는 ‘오포 보이즈’와 ‘바랑가이 광주’이며,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생수병을 이용한 여성들의 신나는 응원전이 가세했다.
54:54. 결국 5분간 연장전이다. 결승전이니 만큼 경기는 갈수록 치열해진다. 작은 부상도 속출했다. 오포 보이즈의 3점 슛이 터지며 길고 긴 경기 끝에 마침내 그들이 승리했다. 이기고 진 그들이지만 두 팀 모두 손을 잡고, 해맑게 ‘파더(father, 신부님)!’를 외치며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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