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은수자들과 수도원 설립
수도자에 대한 글을 읽을 때마다 언제나 등장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자기 완성이다. 수도생활은 세상의 도피나 어떤 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완성을 목적으로 한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나를 따라 오너라』. 무엇을 버리는가? 그것을 우리는 사막의 안또니오의 생애에서 잘 보았다. 그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에 그것을 완전히 포기하였다. 그리고 20년 간 자신과 악령의 유혹을 물리치면서 덕을 닦았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람이 되었다. 안또니오의 명성이 사방으로 퍼져나가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그를 찾아가 그의 제자가 되기를 원하였고 일부는 가끔 그를 찾아가 가르침을 받으면서 은수생활을 하였다.
이들은 독수자(獨修者)들이었다. 그들은 혼자 살면서 기도와 고행을 하였고 어떤 이들은 자신을 지나치게 학대하기도 하였다. 빨라디오가 전하는 「라우시아」의 역사에는 은수자들의 기담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알렉산드리아의 마카리오라는 은수자는 사순절 동안 양배추만 먹고 밤낮으로 걸어다니면서 고행을 하였다. 이런 사람들은 주로 이집트의 사막에 많이 살고 있었다. 서방 교회에도 박해가 끝난 다음에 수도자들이 등장하였다.
그리스도를 따라나선 그 수도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수행을 했는가? 우선 그들은 기도와 손으로 하는 노동에 힘썼고 할 수 있는 만큼 고행을 하였다. 수행자들에게 한가함은 금물이었으니 그것은 악령에게 유혹을 제공하는 기회로 여겨졌다. 그리고 그들은 말을 제자하였다. 회심을 통하여 영적 기쁨을 체험한 수행자들은 하느님과 내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삶이 좋았기 때문에 사람들과 나누는 말을 자제하였다. 그리하여 진정한 의미의 고독(solitudo)을 누렸던 것이다. 이런유의 고독은 주위에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외롭거나 쓸쓸한 것이 아니라 피조물보다는 하느님과 함께 고요하게 지내는 것이므로 기쁨과 희열을 주기도 한다.
수행자 자카리아스는 죽기 전에 사랑하는 제자에게 『내 아들아, 침묵하여라』라고 가르쳤다. 수행자들에게 침묵이 말보다 더 위대한 것이다. 또한 놀라운 것은 요즈음 우리 교회의 고해성사와 비슷한 수행 실천이 있었다는 점이다. 각자의 영성 지도자에게 잘못한 것을 고백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혼의 내밀한 일, 다라서 모든 유혹과 갈등, 심지어는 신비 체험을 통하여 본 환시까지도 상세하게 알려 지도를 받는 것이었다. 완전한 죄 고백은 죄의 사함은 물론이고 내면의 혼란과 두려움에서부터 자유를 가져다준다고 믿었고 자신을 신뢰하지 않고 완전한 겸손을 배우는 실천이었으며 환시가지도 스승에게 알려 올바로 식별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런 수행을 통하여 그들은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과 신뢰, 진정한 마음의 평화, 천사와 같은 순결, 전적인 순종, 회개, 겸손, 사랑 등을 체험하고 실천해 나갔다.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을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들은 모두 수덕과 구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성 그레고리오는 말하였다. 「세례를 받은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은 다음의 세 가지를 요구하시니, 곧 영혼의 바른 신앙, 정직한 혀, 육체의 순결이다」』
마카리오 사제가 즈가리아 교부에게 말했다. 『수도자의 행실이 어떠해야 하는지 내게 말해 주게나』『뭐라고요, 사부님! 스승께서 제게 질문을 하시다니요?』『이보게, 즈가리아, 자네를 무척이나 믿기 때문이라네. 누군가가 자네에게 질문한다면 그대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그렇다면 사부님, 제 소견으로는 모든 일에 자제하는 것이 참 수도자로 여겨집니다』
『어느 원로가 사막에 살고 있었는데, 독방에서 약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가야 물을 길어올 수 있었다. 어느 날은 너무 피곤하여, 「왜 내가 어리석게도 이 짓을 하고 있나. 샘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야겠군」그 말을 한 후 위를 돌아다보니 누군가가 따라오면서 그의 걸음 수를 세고 있었다. 「그대는 누구요?」하고 묻자 상대방은 「나는 주님의 천사요. 그대의 걸음 수를 게어보고 거기에 맞는 상급을 주려고 하느님의 파견을 받아 온 사신이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그 원로는 크게 위안을 받아 더 먼 곳에 독방을 지었다고 한다.
『어느 원로가 말했다. 「나무를 너무 자주 옮겨 심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지. 수도자도 마찬가지야. 수도자도 마찬가지야. 이러저리 옮겨 다니다 보면 열매를 맺을 수 없으니까』.
『어느 원로가 말했다. 「수도자의 독방은 세 젊은이가 하느님을 뵈온 바빌론의 불가마지. 그것은 또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신 구름기둥이기도 하지」』
『어느 원호의 가르침 : 어느 수사는 9년 동안이나 수도원을 떠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날이 저물면 내일은 떠나야기 하다가 아침이 되면 오늘은 주님을 위해 하루를 살아야지 하면서 9년이나 살았다네. 그 유혹을 이겨내자 주님께서는 그 수사에게 큰 위안을 주시어 그런 유혹을 당하지 않게 하셨다네』.
『어느 원로는 자주 아프곤 했는데, 그러다가 1년 동안 하루도 아프지 않자 마음이 슬퍼져서 「주님께서 나를 버리셨구나. 주님께서 나를 찾아오지 않으시니」』.
서방 교회에서는 로마의 오랜 박해를 거치면서도 교회 내부에는 수도생활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지 않고 일어나고 있었다. 스페인에서는 3세기부터 수행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금욕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독신과 동정을 지키면서 하느님께 서원을 하여 철회할 수 없는 것으로 엄격하게 지켰다.
그리고 규칙을 정하여 질서 있는 수도원을 만들었다. 그 규칙서들은 책 또는 규율서라는 제목으로 영성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의수도원 운동은 초창기부터 수행자들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2~3세기에 로마와 밀라노를 비롯하여 여러 도시에는 수행자들이 모여 고행에 힘쓰고 있었다.
다마소 교황이 수행자들을 우대하였다. 하나의 특징은 이탈리아의 수도원 운동의 특이한 사항으로서, 특히 북구 이탈리아에서는 수도 공동체들이 대성전들과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많은 주교들이 수도 공동체들을 보호하고 세우기도 하였다. 성직자들로 구성된 수도공동체들은 성 아우구스띠노가 세운 공동체와 비슷하였으며 점진적으로 교회의 제도 안으로 동화되었고 고전적인 로마 문화에 동화되어 나갔다.
5세기 로마에는 4개의 수도원이 있었고 6세기에는 12개로 늘어났다. 이 때는 스승의 규칙과 성베네딕도의 규칙 그리고 교황 대 그레고리오가 쓴 성 베네딕도의 전기(대화집)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화를 주고 영향을 끼쳤다.
갈리아 지방의 수도원 운동은 다소 복잡하게 전개되었다. 그 이유는 동방적인 요소 뿐 아니라 아프리카, 스페인, 아일랜드를 비롯하여 여러 지역이 영향이 혼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신앙이 깊은 아일랜드의 수도원 운동과 선교는 빠뜨리시오와 꼴룸바노 두 성인의 생애와 업적에서 찾을 수 있다. 이분들과 함께 중요한 인물 몇 분을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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