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10월 12일 지구촌 인구는 60억을 돌파했다. 영국의 고전학파 경제학자 맬서스는 인구폭발의 세계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 그 한계점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인구가 그대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 지구는 늘어난 인구를 수용할 수 없어 비극적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때가 1798년, 당시 세계 인구는 10억에 불과했다. 그의 예측은 확실하게 빗나갔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는 또 다른 이유에서 비극적인 상황을 봉여주고 있다. 단순히 인구가 늘어났고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구 증가에 결코 뒤지지 않는 식량 생산이 이뤄졋음에도 여전히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엄청나게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의 기타 실태
유엔의 추정 집계에 따르면 오늘날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은 약 10억. 기아 상태에 있는 인류의 수는 10억이지만 그 배가 넘는 20억의 인구가 극도로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 60억 인구의 절반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UNDP가 지난 9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분에 34명(그중 24명은 어린이), 하루에 5만명, 1년에 1,800만명이 단지 먹을 것이 얾어서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간다.
지난 5년 동안 굶주림으로 죽은 사람이 150년 동안 전쟁과 혁명으로 죽은 사람보다 더 많다. 1억5천만명의 어린이가 학교 가야 할 시간에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고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1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하루를 산다.
부의 편중이 기아 원인
그러면 과학문명의 발달로 오늘날 더 많은 수확이 이뤄지고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인구의 절반 이상이 기아로 고통받는 현실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기아의 발생은 무엇보다 부의 편중에 그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세계 최고 부자 3인의 재산 합계가 가장 가난한 나라 48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보다 많다. 부자 15인을 합치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중남 아프리카 전체 국가의 GDP를 넘는다. 84명의 재산을 모으면 12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GDP보다 많다. 부자 나라 상위 20%가 전세계 재화의 86%를 소비하지만 하위 20%의 가난한 나라는 단 1.3%만을 소비할 뿐이다.
한편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고 양양 결핍으로 인한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과다한 영양 섭취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 그리 낯설지 않다.
지난해 월드 워치 연구소의 보고서 「2000년 세계상황」에 따르면 오늘날 영양 부족 상태에 있는 인구는 사상 최고치인 12억인데 이와 똑같은 12억 인구가 너무 많이 먹어 「영양 과다」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이 불평등 구조는 개선은 커녕 가면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다. 소위 세계화의 조류는 선진국들의 기득권을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해 마련된 불평등의 수단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기아의 원인은 근본적이고 만성적이며 구조적인 문제이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 지역에 집중된 빈곤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기아민들은 가난의 구조에 더해 홍수와 지진, 태풍 등 온갖 자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여기에 반발한 민족간, 인종간, 분쟁과 내전 등 인위적 재해는 그나마 확보돼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파괴하고 사람들간의 협력과 협조 체제 마저 무너뜨린다. 가난한 나라들이 한결같이 짊어진 외채의 부담과 최근 들어 몰아 닥쳐온 세계화의 바람은 이러한 빈국들이 가난을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미래의 전망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교황청을 비롯해 전세계 가톨릭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외채 탕감 운동이 엄청난 수의 서명을 받아내는 등 성과를 거두었지만 아직도 부유한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에 빚을 탕감해주는 데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교회의 가르침
교황청 사회가목평의회가 발표한 「세계의 기아」는 『오늘날 온 인류가 직면하여 있는 도전은 무엇보다도 윤리적, 정신적,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는것』이라고 진단하고 이 도전은 『물질적 진보 못지 않게 실천적인 연대성과 진정한 발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도 이같은 연대성의 요청은 여러 차례 종류의 문헌들을 통해 피력된 바 있다. 사목헌장은 먼저 발전을 이룩한 부강한 국가들과 아직 개발이 덜 된 국가들 사이의 빈부 격차는 날로 커져가고 있다며 기아에 신음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부유한 이들을 향하여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간곡하게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는 올해 담화문에서 『이들을 외면하는 것은 자기 집 문간에 누워 있는 라자로를 모른체 하는 부자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한국교회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앞장서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