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미소와 맑은 눈망울로 어린아이처럼 살았던 동화작가 정채봉(프란치스꼬·55)씨가 간암으로 별세,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첫 작품집 「물에서 나온 새」의 서문에서 『나의 신앙은 동심』이라고 말하며 동심(童心)이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그의 죽음에 하늘도 슬펐는지 그가 떠나던 지난 9일에는 유난히도 많은 눈이 내려 동화같은 생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정씨는 98년 11월 악성 간암을 선고받고 힘겨운 투병생활을 해왔다. 한때 기적적으로 소생해 창작활동을 재기하기도 했으나 간암이 재발한 지난 여름부터 입원치료를 받았다.
정씨는 삶과 죽음의 경꼐를 넘나드는 고통 속에서도 풀꽃 같은 물방울처럼 맑은 마음을 담아낸 첫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현대문학북스)와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은 에세이집 「눈을 감고 보는 길」등을 펴내며 마지막 문학혼을 불사르기도 했다. 또 아버지를 따라 아동문학의 길을 걷고 있는 딸 리태양과 함께 연작동화를 써왔다.
전남 승주의 가난한 바닷가에서 태어난 정씨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와 사별하고 일본으로 떠난 아버지로 인해 할머니 밑에서 외로운 어린시절을 보냈다.
수평선 위를 나는 새, 별빛과 밤배를 바라보며 키워온 맑은 동심이 자연스럽게 그의 문학세계를 만들었고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많은 작품들을 써왔다. 그의 독실한 신앙심 또한 그의 문학세계를 지배한 배경.
73년 동국대 국문과 재학중에 동화 「꽃다발」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창작활동을 시작한 그는 「물에서 나온 새」(1983)를 비롯, 「생각하는 동화」시리즈 7월(1991)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1999) 등 30여 편의 동화와 에세이, 수필 등을 통해 수백만 명의 독자들을 동심을 안내해 왔다.
『그는 어린아이를 닮았다. 어린이를 향한 애정은 물론 아동의 심리를 그토록 뛰어나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눈과 마음이 동심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라고 시인 피천득씨가 말했듯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전통을 이은 것으로도 평가받고 있는 정씨는 「성인동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대한민국 문학상 새싹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너를 생각했지/풀잎 하나를 보고도/너를 생각했지/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은 것은/이세상에 없어/너를 생각하는 것이/나의 일생이었지』고인의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시의 표제시 「너를 생각하는게 나의 일생이었지」처럼 그가 남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동심은 잊혀지지 않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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