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소년」.
95년 최영수 주교가 경주 성동본당 주임신부로 있을 때 조촐한 은경축 행사를 가진 바 있다. 행사장을 찾은 기자는 여기 저기서, 어른들은 물론 교리교사나 주일학교 학생들까지 본당 신부를 일컬어 「흰머리 소년」이라며 정답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면서 「이야!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애칭(愛稱) 한번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다.
희끗 희끗한 새치에 동안으로도 볼 수 있는 해맑은 인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사를 마친후 노인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리교사, 주일학교 학생 가릴 것 없이 먼저 보면 인사하고 그들과 함게 놀아주니 「친구같은 신부님」, 「흰 머리는 좀 날리지만 동심 가득한 소년같은 신부님」일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해맑은 심성과 온화한 성품, 강한 친화력을 지닌 최영수 주교는 1942년 중국 만주 흑룡강성 혜륜현 선목촌에서 부친 해주 최씨 석암(비오)과 모친 김해 김씨 정식(막시마) 사이의 7남매중 셋째로 태어나 해방되던 해 고향인 하양으로 돌아왔다.
올바른 부모밑에서 올바른 자식이 나오듯 최주교의 신앙도 부모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은 듯하다. 일상적인 신앙생활이어야 두말할 것도 없겠지만, 소위 명문이라 일컫는 경북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서울대 공대를 지망하던 자식이 어느날 갑자기 신학교에 가겠다고 하자 『원하는 대로 해라』는 한마디 뿐이었다니 그 신심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래서일까. 형제들도 모두 자립해 서로 누끼치는 일이 없다. 형 상수(마르코·73)씨와 누나 순복(베랄뎃따·67)씨, 여동생 순덕(체칠리아·58)씨와 순연(데레사·56)씨, 남동생 상근(라파엘·54)씨와 상범(프란치스코·46)씨 모두 신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부족함 없이 살며 형제애를 과시하고 있다. 부친과 모친은 74년과 94년에 각각 선종하셨다.
형 상수씨가 말하는 최주교의 어릴적 성품은 외유내강형. 주변 사람들을 보살피고 베푸는 것을 긍지로 삼았으며 특유의 친화력으로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고. 형제가 많은 만큼 조카와 손주도 많아 항상 다정하게 그들을 대하며 신앙생활에 열심하라고 당부하고 가르쳐왔다.
신심깊은 가풍과 당시 하양본당 주임 이임춘 신부의 영향으로 신학교에 입학한 최주교는 모범적이고 성실한 삶을 살았다. 동창 최재용 신부(수원 산본본당 주임)는 『최주교님은 늘 겸손학 남을 헤아릴줄 아는 고운 성품을 지녀 동창들이 잘 따랐다. 후에 사목자로서 큰 몫을 다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최주교 자신도 신학교 입학후 단 한번도 후회하거나 딴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사제품을 받은 후 본당사목과 함께 다양한 특수사목을 경험해온 최주교는 소임을 맡아 가는 곳마다 큰 허물없이 일을 수행해왔다. 이를 두고 대구대교구의 원로 김영환 몬시뇰은 『최 주교님은 온화한 성격에 큰 일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이라면서 『그러한 침착성과 강한 친화력으로 인해 원수 사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최주교의 이런 덕목은 교구 사제단의 일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김 몬시뇰은 『오늘날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남의 사정을 잘 알고 헤아릴 줄 아는 인간적인 배려』라고 강조하고 이런 뜻에서 최영수 주교 임명은 대단히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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