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란 말은 「삼가다」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는 뜻의 옛말 「섦다」에서 온 것이다.
다가오는 새로운 해를 맞으면서 나쁜 것을 멀리하고 복을 끌어드이기 위해 근신하고 경거망동을 삼가한다는 의미가 설이란 말 속에 들어있다.
이는 우리 풍속에서 어떤 중대한 일이 있으면 그 일이 아무 탈없이 순탄하게 성취되도록 몸과 마음을 깨끗히 가지고 조심했던 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결국 봄과 신춘을 잘 맞이하기 위해 조심하고 근신하며 그해 농사와 관련된 여러가지 축원을 하는 날이 설이 가진 의미였다.
이러한 의미 속에서 전통적으로 설날 아침에 이루어지는 풍습들 중 조상에 대해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차례나 성묘, 그리고 세배가 종적인 인간관계의 확인이었다면 뒤이어 벌어지는 각종 민속놀이는 횡적인 연대감을 강화하는 의식으로 치러졌다.
교회에서도 이러한 전통적 세시풍습을 받아들여 그 의미를 신앙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조상들이 설날 아침에 돌아가신 조상들에게 차례를 드렸던 것처럼 교회도 미사를 통해 하느님과 세상을 떠난 조상을 기억하고 있다.
이날 미사는 본기도를 통해 먼저 조상을 생각하며 세상을 떠난 이들이 성인들과 함께 영복을 누리도록 기원하고 모세가 하느님의 명으로 이스라엘에게 복을 빌어주는 제1독서(민수기 6, 22~27)를 통해 살아있는 이들이 새해 첫 날을 맞아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한다.
이어 제2독서(야고보서 4, 13~15)에서는 세상의 것은 모두 사라질 것이므로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결국 설날의 전례적 의미는 조상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조상들과 하나되어 하느님께 제사를 드림으로써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지난 한 해의 축복에 감사하고 또 다시 한해동안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을 올바로 깨닫고 실천하도록 다짐하는 데 있다.
설 풍속에서 제사와 세배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듯이 교회는 미사성제를 통해 생명의 뿌리이신 하느님과 조상들을 기억하고 흩어졌던 친지들과 친구들을 만나 지나온 한 해를 나누면서 소홀했던 공동체 정신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얼어붙은 날씨 만큼이나 삭막해져가는 요즘 사회 속에서 조상들이 가졌던 설의 본래 의미가 되살아 나면서 설이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는 교회의 축제로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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